[‘한글’의 국어 탐구] ‘구개음화’ - 너의 정체는.

in #kr7 years ago

스팀잇 대문 최종.jpg

*새로운 대문을 소개합니다. 이 대문은 그림판 3D로 직접 만들었는데, 훈민정음을 배경으로 글자를 만드신 세종대왕님의 사진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steemit @hangeul'을 한글로 나타내 보았습니다. 그렇게 '스팀잇 ㉠한글'이라는 글을 넣었습니다. 이때 ㉠은 '골뱅이'의 'ㄱ'으로 '@'이 'at'의 'a'를 대표로 나타낸 것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hangeul입니다. 오늘은 지난 번 ‘사잇소리 현상과 사이시옷 표기’에 대한 글에 이어 국어 관련 포스팅을 해 보려고 합니다. 지난 글에서 제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응원 덕분에 이번에도 힘을 내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 글>
['한글'의 국어 탐구] 국립 국어원 '나도 한마디' 게시판 - ‘사잇소리 ㅅ 폐지 요청’에 답하다
https://steemit.com/kr/@hangeul/42kvff

오늘의 포스팅 주제는 여러분들께서 학창 시절, 국어 수업 시간을 통해 많이 들어보셨고 어려워 하셨을 지도 모르는 ‘구개음화’입니다.

구개음화는 이름부터가 좀 어렵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학생들은 뭔가 어려워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이 이름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구개음화는 그 원리를 알고, 그러한 발음이 일어나는 이유, 목적에 대해 이해하고 나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올바른 표기도 마찬가지고요.

학생들의 수준에 맞춘다고,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단순하게 설명하였는데, 그 단순한 설명 때문에 오히려 어려워지는 것이 ‘구개음화’입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죠. 그냥 외워야 합니다. 무작정 외워야 한다면 어렵게 느껴지겠죠? 그리고 오래 기억하지 못하고 금방 사라져 버리는 지식이 되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글에서 ‘구개음화’의 발음과 일어나는 이유, 목적 등에 대해서 표준 발음법의 내용을 바탕으로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고 그 원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또한 한글 맞춤법의 내용을 통해 구개음화가 적용될 때의 올바른 표기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여러분들은 더 이상 ‘구개음화’가 두렵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저를 따라 본격적으로 ‘구개음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까요?

‘구개음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우선 ‘-화’라는 말의 의미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계화’라는 말에서 ‘-화’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렇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 하는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는 ‘바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렇다면 ‘구개음화’를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구개음이 아닌 것이 구개음으로 바뀌어 발음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구개음화, 구개음화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는 '(경)구개음화'라는 것도 미리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더욱 세부적으로 탐구하기 전에 국어의 자음 체계에 대한 최소한 설명도 필요할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참고로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직접 그린 그림이라 약간 이상해도 이해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KakaoTalk_20180301_122217241.jpg

이어서 그림의 내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국어의 자음 체계는 소리가 만들어지는 위치(조음 위치)에 따라 크게 '양순음(입술 소리), 치조음(잇몸 소리), 경구개음(센입천장 소리), 연구개음(여린입천장 소리), 후음(목청 소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순음(입술 소리)에는 'ㅂ, ㅍ, ㅃ, ㅁ', 치조음(잇몸 소리)에는 'ㄷ, ㅌ, ㄸ, ㅅ, ㅆ, ㄴ, ㄹ', 경구개음에는 'ㅈ, ㅊ, ㅉ', 연구개음에는 'ㄱ, ㅋ, ㄲ, ㅇ', 후음에는 'ㅎ'이 있습니다.

이 중 구개음화와 관련된 소리치조음인 'ㄷ, ㅌ', 경구개음인 'ㅈ, ㅊ' 등이 있으며 그림을 참고로 하여 어느 위치에서 발음되는 지를 확인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덧붙여 모음 'ㅣ'는 경구개(센입천장) 부근에서 발음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구개음화의 가장 간단한 개념도 알았고, 구개음화와 관련된 자음 체계에 대해서도 공부했으니 이제 표준 발음법 제17항의 내용을 통해 구개음화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표준 발음법 제17항>

받침 ‘ㄷ, ㅌ(ㄾ)’이 조사나 접미사의 모음 ‘ㅣ’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ㅈ, ㅊ]으로 바꾸어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

굳이[구지], 곧이듣다[고지듣따], 미닫이[미ː다지], 땀받이[땀바지], 밭이[바치], 벼훑이[벼훌치]

[붙임] ‘ㄷ’ 뒤에 접미사 ‘히’가 결합되어 ‘티’를 이루는 것은 [치]로 발음한다.

굳히다[구치다], 닫히다[다치다], 묻히다[무치다]

예를 통해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굳이[구지]'를 보시면 '굳+이'로 형태소를 분석할 수 있고 이것은 용언 어간 '굳-'에 부사 파생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부사가된 단어입니다.

'굳이'라는 단어만 보면 '[구디]'로 발음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구디]'가 아닌 '[구지]'로 자연스럽게 발음하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구개음화'를 설명하고 있는 표준 발음법 제17항의 내용은 간단해 보입니다. '굳'의 받침에 'ㄷ'이 오고뒤에 '이'와 같이 'ㅣ[i]'로 시작하는 접미사가 오면 'ㄷ'을 [ㅈ]으로 바꾸어 뒤 음절의 첫소리로 옮겨 발음하면 됩니다.

그리고 '밭이'의 경우 '밭'의 받침에 'ㅌ'이 오고 그 뒤에 '이'와 같이 'ㅣ[i]'로 시작하는 조사가 오면 'ㅌ'을 [ㅊ]으로 바꾸어 뒤 음절의 첫소리로 옮겨 발음하면 되는거죠.

또한 [붙임]의 '묻히다'와 같은 경우는 '묻- + -히 + -다'로 분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용언 어간 '묻-'의 받침 'ㄷ'접미사 '-히''ㅎ'이 합쳐져'ㄷ+ㅎ→ㅌ'이 되어 [무티다]로 발음되므로 구개음화가 일어날 환경이 되게 됩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무치다]로 발음되는 것이죠.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구개음화지만 사람들은 구개음화를 어렵게 생각하고 이해하기 힘들어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구개음화가 일어나는 이유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왜 이런 발음을 해야하는지 알려준 사람이 없어,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 암기 위주로 배우다보니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면 구개음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구개음화가 일어나는 목적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그림을 참고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거리.jpg

앞서 국어의 자음 체계를 소리가 만들어지는 위치(조음 위치)에 따라 살펴 보았습니다. 'ㄷ, ㅌ'은 치조음(잇몸 소리), 'ㅈ, ㅊ'은 경구개음(센입천장 소리)이고 모음 'ㅣ' 역시 경구개음 위치에서 발음됨을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를 발음할 때를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구'까지 발음한 다음 받침 'ㄷ'을 발음하고, 그 뒤에 모음 'ㅣ'를 발음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정말 짧은 시간에 거의 동시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굳이'를 발음하게 되는데, 치조음 'ㄷ, ㅌ' 다음에 모음 'ㅣ'를 발음할 때 두 조음위치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구디]라고 발음할 경우 우리는 본능적으로 발음상의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구디]와 [구지]를 비교해서 발음해 보시면 어떤 것이 더 편한지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ㄷ, ㅌ'을 모음 'ㅣ'와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서 발음되는 [ㅈ, ㅊ]으로 바꿔서 편하게 발음하게 되는 것이죠.

즉, 구개음이 아닌 치조음 'ㄷ, ㅌ'이 경구개 부근에서 발음되는 모음 'ㅣ'와 가까운 위치에서 발음되는 경구개음 [ㅈ, ㅊ]으로 바뀌어 소리나는 것, 구개음이 아닌 치조음이 경구개음으로 바뀌는 것구개음화입니다. 그림을 참고 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이처럼 국어의 모국어 화자는 본능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발음의 편의성, 경제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구개음화는 'ㄷ, ㅌ'과 모음 'ㅣ'가 발음되는 위치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발음이 어렵기 때문에 모음 'ㅣ'와 가까운 위치에서 발음되는 [ㅈ, ㅊ]으로 바꿔서 편하게 발음하고자 하는 이유로 일어나며 그 목적이 '발음의 편의성, 경제성' 추구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구개음화에 대해 표준 발음법 제17항의 내용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구개음화가 적용된 발음은 그 원리를 확실하게 아시는 분들은 많이 없을지라도 모국어 화자의 경우 거의 틀리지 않고 발음하고 있습니다. 굳이 배우지 않아도 바르게 발음할 수 있고 그렇게 발음하고 있다고 해야 정확할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구개음화가 일어나는 단어의 '표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네이버에 '구지 그렇게'를 검색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잘못된 표기를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지 그렇게.png

그럼 지금부터는 한글 맞춤법 제6항을 통해 '구개음화'가 일어나는 단어의 올바른 표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한글 맞춤법의 내용부터 보도록 하죠. 한글 맞춤법 제6항의 아래 내용은 여러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약간 바꾸어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6항>

원문 : ‘ㄷ, ㅌ’ 받침 뒤에 종속적 관계를 가진 ‘- 이(-)’나 ‘- 히 -’가 올 적에는 그 ‘ㄷ, ㅌ’이 ‘ㅈ, ㅊ’으로 소리 나더라도 ‘ㄷ, ㅌ’으로 적는다.

바꾼 것 : ‘ㄷ, ㅌ’ 받침 뒤에 ‘- 이(-)’나 ‘- 히 -’로 시작하는 조사나 접미사가 올 적에는 그 ‘ㄷ, ㅌ’이 ‘[ㅈ, ㅊ]’으로 소리 나더라도 ‘ㄷ, ㅌ’으로 적는다.(굵은 글씨가 맞는 표기임.)

맏이 / 마지 ------------ 핥이다 / 할치다
해돋이 / 해도지 ------ 걷히다 / 거치다
굳이 / 구지 ------------ 닫히다 / 다치다
같이 / 가치 ------------ 묻히다 / 무치다
끝이 / 끄치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지 그러케 할 피료가 이쓸까]'라는 말을 쓰고 싶은데 [구지]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되신다면, [ㅈ, ㅊ] 발음 뒤에 모음 'ㅣ'가 올 경우 'ㄷ, ㅌ'으로 바꿔서 앞말의 받침으로 적으시면 됩니다.

이때 원래 [ㅈ, ㅊ]으로 발음되는 것구개음화된 발음의 표기가 헷갈리지 않을까 걱정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과 같은 모국어 화자라면 '문법적 직관'으로 구분이 가능하니 헷갈리지 않으실 겁니다. <구지가>라는 작품 이름을 애써 <굳이가>로 바꾸어 적는 분들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무치다]의 경우가 좀 어려울 수 있는데, 'ㄷ+ㅎ→ㅌ'이 되고 이것이 [ㅊ]으로 발음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역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표준 발음법을 통해 구개음화가 일어나는 원리, 발음, 이유, 목적에 대해 알아보았고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구개음화가 일어나는 단어의 올바른 표기법을 한글 맞춤법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셨으려나 모르겠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추가적으로 질문이 있으시거나 의견이 있으신 분은 댓글을 남겨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 글은 제가 직접 쓴 글입니다. 무단으로 내용을 가져가시거나 수정하여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love.jpg
@tata1님의 작품입니다. 고맙습니다.

제 글이 마음에 드셨나요? 그렇다면 follow.png 버튼을 누르시고 댓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D

Sort:  

kindly follow back and upvote my posts please...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학교에서도 이리 배웠으면 쉬웠었을텐데요.

제 글이 도움이 되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ㅋㅋ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읽어주셔서 제가 더 고맙습니다.^^

4년전 소방관시험을 볼려고 국어공부를 했었는데 다시한번 보니 기억이 납니다^^

국어 공부를 많이 하셨겠네요ㅋㅋ 소방관이 되실 정도면 국어 실력이 뛰어나시리라 생각해요. 출동 나가셔서 다치시지 않고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ㅋㅋ

전문가는 역시 다르네요. 감탄하고 갑니다. [구디]로 발음 해보니, 혀끝이 이 뒤로 갔다가 경구개 쪽으로 빠지네요. [이]가 경구개 근처에서 발음된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이런 건 누가 말 안 해주면 캐치하기 힘들더라고요. 말해 줘도 뭔 말인가 싶을 때도 있어요 ㅜ ㅜ 잘 보고 갑니다.
추가. 묻히다는 순간 헷갈려서 찾아 보니 '흙을 묻히다'가 있고 '나물을 무치다'도 있어서 그랬네요.댓글 달면서 맞춤법 여러번 수정하네요 ㅜ ㅜ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ㅋㅋ 실제로 발음도 해보고 그림도 보고 설명을 들으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ㅋㅋ읽어주시고 댓글 주셔서 감사해요

한글을 널리 알려주시고 계시네요~! 응원합니다.

네ㅋㅋ국어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어요. 근데 이번 글은 노력에 비해 보상이 처참하네요ㅋㅋ 다음엔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응원 감사해요.^^

구개음화는 뒤에 "ㅣ"가 오는 경우에만 해당되는군요.
노래를 들을 때 가수가 "꽃밭에"를 [꼬빠체]라고 발음하기에 헷갈렸습니다. 이 경우엔 구개음화 없이 [꼬빠테]라고 읽는 게 맞지요? "꽃밭이"는 [꼬빠치]가 되고요?

네 아주 잘 이해하셨네요.ㅋㅋ 글을 읽어주시고 구개음화에 대해 잘 이해하신 걸 보니 기쁩니다.ㅋㅋ

세종대왕님이시어^^

ㅋㅋ세종대왕님께서 큰 시련을 주신 걸까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글님 제이벤트 공지글에 벌써 찾아 오셔서 아시겠지만 ㅎㅎㅎ 쪼야상에 당첨 되셨습니다. 이거슨(죄송 한글 가르치시는데 이상한 문법을 ^^) 그 상이옵니다. tip! 1.0

이벤트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을 감사히 받도록 하겠나이다. ^^

Coin Marketplace

STEEM 0.22
TRX 0.27
JST 0.041
BTC 104021.29
ETH 3869.26
SBD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