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회사에 가고 싶어?

in #kr6 years ago

갈색배경 글쓰는해달.jpg


Question Diary.

2018년 9월 12일. 요즘 하반기 취업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카페에서 작업하다 보면 취업에 관한 대화가 심심찮게 들리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라는 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공간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라 무엇보다 마음이 제일 힘들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자존감도 떨어지고. 부디 그 시간이 길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걱정과는 별개로 요즘 자기소개서 항목은 어떤지 경쟁률은 얼만지 현장 이야기를 듣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라 그런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은근히 집중하게 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런 소리가 들렸다. 한 친구가 자기소개서 방향을 잘못 잡았는지 옆의 친구가 타박하는 소리였다.

“너는 이 회사에 왜 들어가고 싶냐?”
“이유가 어딨어. 그냥 쓰는 거지.”
“그런 거 같더라 이 …야.”

친구 사이에 오가는 된소리는 정겹다. 가끔은 그 소리를 들으려고 더 이상하게 행동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검토해주는 친구가 적절한 조언을 해줬다. 자기소개서에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열정과 그 이유가 일관성 있게 보이는 건 좋은 방법이니까. 그렇게 보이도록 쓰기가 어려울 뿐이지. 뭐, 그런 건 둘째 치고 이유 없이 그냥 쓴다는 친구의 말이 너무 공감됐다. 그래, 이유가 어딨어. 남들 하니까 다 하는 거지.

그런데 참 아쉽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이런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말 진지하게 회사를 선택하고, 그 전에 진지하게 취업 여부를 선택하고, 또 그 전에 진지하게 대학 진학 여부를 선택하고, 그 전에…. 어렸을 때 으레 하는 학교 가기 싫다는 말, 공부하기 싫다는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분위기였다면 어땠을까. 싫은 감정을 타박하지 않고 이해할 틈이라도 있었다면. 적어도 열심히는 하는데 왜 열심히 하는지 모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게 정해진 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나처럼 생각 없이 살던 놈도 사람 구실 하게 만든다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으니까. 혹시 나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나? 그래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된 건가? 그러면 좀 죄송한데. 뭐, 어쨌든. 정해진 길을 따라 흐르듯 사는 것. 효과도 좋고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길이 갑자기 끊겼다는 거? 취업 이후의 길이 더 있었다면 아마 계속 길을 따라가고 있지 않았을까.

아! 그러고 보니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 시점이 회사 생활 2년 차부터였던 것 같다. 길이 끊겼다는 걸 알아차릴 만큼 여유가 생기고, 주변에서 나에게 어떻게 되기를 바라지 않을 때. 오히려 나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고민을 시작했다. 그냥 거기서 머물기만 하면 되는데. 안절부절못하면서 어디 다른 길이 있을까 찾아 나선 꼴이라니. 덕분에 생각만 많아졌다, 과거의 나야. 타박하는 건 아니고. 잘했어. 그래, 잘했어.

흠, 그러고 보니 이거 질문 자체는 날카로웠구나. 이런 비슷한 질문들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잘하면 진작에 인생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왜 난 그대로였을까. 깊게 고민하는 능력이 없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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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이 회사'여야만 하기보다는..
'돈 나갈데는 많고, 당장 돈은 벌어야겠으니
여러 회사중에 '이 회사에도' 지원해 본겁니다.'

날카롭고, 다소 팩폭같지만
저게 많은 취준생들의 속마음이고, 현실이 아닐까요.

대학 전공과 관련된 회사에 취업하는 신입사원의 퍼센티지를 통계로 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것 같네요.
생각보다 많이 낮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하네요.

꿈이 아니라 돈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노동력을
낯선 회사에 바쳐야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있는
우울한 시대상 때문이겠죠..

그래도..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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