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어떤 사람이면 좋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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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Diary.

2018년 9월 18일. 간밤에 눈을 뜨고 잔 건지 어쩐 건지. 일어나서부터 계속 눈이 뻑뻑했다. 회사 다닐 때 일이 많아 모니터를 집중해서 본 날, 퇴근할 때 딱 이런 느낌이었다. 작업하는 중간중간 인공눈물 넣고 눈을 쉬게 해줬지만, 뻑뻑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고 지금은 붉게 충혈된 상태다. 아무래도 안과를 가봐야 할 듯하다.

고객이 어떤 사람이면 좋겠나요? 이 질문은 두 달 전에 지금 책을 기획해주시는 분께 받은 질문이다. 기획자님은 이미 회사 두 개를 운영하는 대표님이기도 해서 책 말고도 사업에 관해서 종종 대화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당시의 나는 인맥 네트워킹 사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만드는사람들’이란 이름으로 각지에 있는 생산자들을 모아 긍정적인 무엇을 만들려고 했는데, 생산자들이 모이게끔 하는 긍정적인 무엇을 생각하지 못해 끙끙 앓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기획자님께 지금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었는데.

“사람들이 모일 무엇을 생각하는 게 핵심이고 막히는 게 당연합니다. 그 무엇을 찾는 데 몇 달이고 걸릴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꼭 이 부분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인맥 네트워킹 사업은 사실 사업이 될 수 없습니다. 인맥 네트워킹으로 무언가를 한다면 작가님은 사업가가 아니라 관리자가 될 것입니다. 왜 그런지는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하지 말라는 답변을 받았다. 집에 돌아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알 것 같았다. 인맥 네트워킹에서 사람들이 모일 무엇은 인맥 그 자체가 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관건은 얼마나 좋은 인맥을 유지하느냐가 될 것이다. 인맥 유지를 위해 사업가는 인맥을 관리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이 사업가냐 관리자냐 물었을 때 분명 관리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일 무엇을 찾고 그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면 충분히 사업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게 어려운 거겠지만. 하여튼 그런 생각으로 다시 기획자님을 찾아가서 인맥 네트워킹 사업이 절대 사업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어쩌면 기획자님의 고정관념일 수 있다고, 이러면 충분히 사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말씀드렸다.

“제가 그런 말을 했었나요? 인정합니다. 그 무엇을 잘 찾으면 사업이 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지금 그 무엇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계시니까, 음…. 이 부분을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가상으로 고객을 선택하는 겁니다. 그 사업을 하면서 어떤 사람이 고객으로 오면 좋겠는가? 나이, 성별, 직업, 고객이 처한 상황 등을 구체화 시켜보는 겁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고 찾아왔을지 생각하기가 조금 쉬워져요. 그것이 대표님이 찾아야 할 무엇이 되겠죠. 그리고 또 생각해봐야 하는 건 그 사람들이 결국 어떤 사람이 되면 좋겠는가입니다. 어떤 고객들이 찾아와서 어떤 사람이 되어 나가는지 구체화 시키면 사업 방향도 명확해집니다.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그게 어려운 일이고요. 고민하고, 또 고민하세요. 많이 고민하셔야 합니다.”

회사를 나올 당시엔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쳇바퀴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들을 자생력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좀 생각이 바뀌었다. 쳇바퀴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만족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고, 그 시스템으로 보호받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그들은 거기서 나올 필요가 없다. 결국, 내 고객은 쳇바퀴를 벗어나고 싶은 사람과 강제로 벗어나게 된 사람이 되는 거고. 나는 그들이 몸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치를 만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지금은 그렇게 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찾는 중이고, 일단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므로 노력 중이다. 이 사업의 첫 고객은 내가 되는 거고, 혼자서 잘 살면 그때부터 길이 좀 보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