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일기를 시작하면서

in #kr6 years ago

갈색배경 글쓰는해달.jpg


지난 6월, 책 쓰기를 결심하면서 몇몇 책 쓰기 강의를 다녔습니다. 그중에서 책 쓰기와 일반적인 글쓰기의 차이점을 설명했던 강의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말하길 책 쓰기와 글쓰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자의 유무라고 합니다. 책 쓰기는 독자가 있는 글쓰기고 글쓰기는 독자가 없는 글쓰기라는 말이었죠. 이어서 책은 반드시 독자를 생각하며 쉽고 재밌는 주제로 글을 짜임새 있게 이어가야 한다는 조언이 따랐습니다. 독자를 생각하지 않으면 집에서 혼자 쓰는 일기에 지나지 않는다나요?

저는 그 조언을 따라 구체적인 독자 - 사회생활 3년 차의 30대 초반 남성. 지난 3년간 모은 통장 잔액을 확인한 후 머리가 복잡하다. 결혼할 수 있을까? 집 살 수 있을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투자를 고민하지만, 지금껏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할지 판단이 안 된다. - 를 생각하고 암호화폐 투자에 관련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이 책이 출간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획자와 함께 상의해서 제가 잘 쓸 수 있는 분야와 시장의 요구를 맞춰 기획한 책이라지만 제가 처음 쓰려고 했던 방향은 아니었거든요. 저는 그저 생각을 날카롭게 벼르고, 표현력을 끌어올리고, 무엇보다 저를 깊이 연구하기 위해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전적 수필이었죠. 뭐, 글을 써본 적도 없는 사람이 수필을 쓴다는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짓던 기획자의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만.

과연 내가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그리고 결과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먼저 책이라는 호흡이 긴 글쓰기를 이어가면서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내는 능력이 올라가겠더군요. 그러면서도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아야 하니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사고력도 올라가겠습니다. 마침내 책이 완성되면 책 가격의 10% 정도의 수익과 저자라는 간판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잔돈 벌 수 있겠네요. 당장 생각해봤을 때 이 책을 쓰면서 얻을 건 그게 다였습니다. 이 과정으로 저를 깊이 알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지난 4월, 회사를 나오며 앞으로 사업가로 살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사업가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이곳저곳 발품 팔며 여러 사업가를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업이 생각보다 긴 호흡이 필요한 활동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런 성과 없이 1년, 2년 견뎌야 하는 상황은 흔한 것이었습니다.

인생의 긴 부분을 함께할 사업을 쉽게 정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못하는 것 등 나의 성향을 파악해서 오래 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긴 시간 살아남을 수 있는 녀석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저를 연구하는 건 그 활동의 시작이었죠.

그런데 이게 책을 쓴다는 이유로 멈췄습니다. 단기 목표가 장기 목표를 가린 것이고 최근의 욕심이 과거의 욕심을 덮은 결과였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다시 초심을 찾기로 했습니다.

질문일기는 저의 개인적인 초심찾기 활동입니다. 사업가로 살기 위해 질문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담은 지극히 사적인 모험일지입니다. 혼자 집에서 일기로 써도 될 것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공개하는 이유는 그냥 궁금해서입니다. 독자가 없는 글쓰기도 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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