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위해 얼마나 시간을 쓰고 계십니까?
Question Diary.
2018년 9월 22일. 빨간 눈이 다시 하얗게 될 때까지 눈 쓰는 일을 자제하기로 했다. 회복에 전념하니 확실히 좋아지는 게 보인다. 왼쪽 눈은 이제 거의 회복됐고, 오른쪽 눈은 밑 부분만 빨간 게 내일이면 완전히 좋아질 듯하다.
집에서 눈 안 쓰고 가만있으려니 자연스럽게 엄마랑 시간을 보내게 됐다. 엄마가 보는 TV 프로그램을 저만치서 따라 보다가, 눈을 감고 TV 소리에 섞여서 들리는 엄마 웃음소리 듣다가,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엄마 자는 거 구경하다가. 별거 안 하는데 시간은 금방 흘러 어느새 저녁 먹을 때다. 하는 거 없이 시간만 흐르는 게 제일 싫어하는 일인데, 오늘 보낸 시간은 어쩐지 그냥 행복했다.
그러고 보니 회사를 나올 때 하나 다짐했던 일이 있다. 가족들, 친구들 보는 데 시간 많이 쓰자는 것이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학교생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친구 얼굴 볼 시간이 줄었는데, 시간 분배를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상사나 고객들 만나는 일보다 가족과 친구 보는 게 더 좋은데, 왜 좋아하는 일에 쓰는 시간보다 좋아하지 않는 일에 쓰는 시간이 많지? 좋아하는 일에만 써도 부족한 시간인데. 이런 구조를 바꿀 순 없을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구조를 바꾸는 건 쉬웠다. 시간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쓰도록 강제하는 건 회사뿐이었고, 회사를 나오는 순간 원하는 대로 구조를 바꿀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 만나고, 책 읽고, 책 쓰고, 가족, 친구들 자주 보고. 1년에 두 번 정도 보던 가족 얼굴도 벌써 한 달은 봤고, 대학 친구, 고향 친구 할 것 없이 여러 번 봤다. 모든 시간이 바라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냐 하면 그렇진 않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까. 통장 잔액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나도 모르게 불안해지고 걱정되고, 다시 취업할까 생각도 했다. 적어도 3년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홀로서기를 해보자고 다짐했음에도, 그랬다. 현실의 압박은 생각보다 강했다.
그런데도 다시 회사 밑으로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돈보다 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굳건했기 때문이다. 돈. 물론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시간을 저당 잡힐 만큼 중요하진 않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는 형과 고깃집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회사 다니면서 사업을 한창 꿈꾸던 때였는데, “무자본창업이라는 돈 안 들이고 사업가의 시간과 노력만 들여서 시도할 수 있는 사업의 형태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형은 “돈 안 들어가고 뭐 그런 건 좋은데, 잘 생각해봐라. 시간과 노력만 들인다는 건 위험이 없다는 게 아니라 네 인생을 걸어야 한다는 거다. 시간이 곧 인생인데. 어떻게 보면 그게 더 위험한 거지.”라고 했다.
시간을 쓴다는 것은 곧, 인생을 쓴다는 것. 좋아하는 일에 인생을 얼마나 쓰고 있는가? 지금은 전부. 좋아하는 일에 올인했다. 부디 이 선택이 빛을 보기를. 그러길 바라며 노력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