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5
기다리는 게 싫어서 웹툰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면 1년씩 안 보고 기다린다. 근데 생각보다 1년 기다려도 몰아볼 양이 그리 많지 않다. 1년을 세면서 기다리진 않지만 기억 한 편에 있어도 의식적으로 찾지 않고 두다 보면 생각보다 1년도 금방 흐른다.
다 쓴 샴푸통을 버리지 않는다. 아직 조금 남은 것 같아서 한 두 번 더 짜서 써야지 하면서 버리지 않고 새 것을 열어서 쓴다. 그러다 보면 버려야 하는데 버리지 않은 샴푸통이 2-3개 쌓인다.
택배를 그리 많이 시키지 않는 것 같은데 쌓여있는 상자들은 많다. 바로바로 버릴 리가 없이 많이 쌓여있다.
주말에 밤 12시가 지나면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를 연속으로 본다. 오랜만에 참지 못 하고 그 때 그 때 본다. 사기조합이다. 이 나이 먹고도 10대 20대 같이 드라마의 감성을 디테일 하게 설명할 열정은 없다.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고 위로가 된다.
잘 빠진 몸매나 3억짜리 외제차나 80억짜리 집의 한강 풍경은 누군가의 일상이고 누군가에겐 부러움이지만 정말로 생각보다 한 부분의 극단적인 단면을 보고 그 존재 자체에 경외를 가지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가 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 없는 것을 가지게 된 사람은 누군가의 호감이나 존경이나 경외를 얻기 위해서 그 것을 올리지만(다들 아닌 척을 하려고 수준 낮은 노력은 한다) 정말로 그 것에 혹하는 사람들은 게시물의 작성자가 호감을 가질만큼 그 이들의 기준에서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고라니 작가가 보여주는 일상을 보고 언니처럼 되고싶은 사람들의 댓글은 생각보다 고라니 작가를 만족시키지 못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자기 기준에도 대단한 사람들까지 자기를 인정하고 멋지게 여겨 줄 때까지 몸매나 차나 재산을 가늠할 수 있는 부동산을 간접적으로 노출해야 한다. 또는 유명해져서 방송도 하고 자기 생각에 자신이 오른 위치와 비슷하거나 동류이면서 자기보다 높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그룹에 속해야 하는 것이다. 꼭 누굴 저격하는 건 아니다. 내가 뭐라고 누굴 저격하는가. 그리고 이와 비슷한 부류는 수도 없이 많다.
물론 그런 행위를 하는 이들의 속사정이나 의도를 내가 전부 알 수 없다. 그냥 편협한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대개 그런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활동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결말 비슷한 부분까지 지켜보면 다들 범인들의 예측 범주에서 벗어날 정도로 고귀하고 외면과 정신까지 고결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사실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척만 안 하면 된다.
그럼 가장 중요해 보이는 조건이 결여된 인물들의 삶을 그리는 작가의 드라마는 왜 사람들이 사랑할까. 큰 가슴이나 중요 부분을 가리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이는 비키니를 입은 몸매나 5억 짜리 외제차나 100억짜리 집도 안 나오는데..
거기엔 내가 있다. 부모님이 이혼을 한 나도 있고 우울증 약을 먹는 나도 있고 직업은 멀쩡하지만 대출은 가득차 있는 나도 있고 이도저도 아무것도 없이 폐인이 된 나도 있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받는 사랑에 비례해서 타인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상에게 받는 미움만큼 사람을 미워하지도 않는다. 어쩔 땐 미워하고 어쩔 때는 사랑하고 그냥 그렇게 솔직하게 살아간다. 나이도 먹고 연애도 하고 이별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산다.
나이가 드니 공감만 늘어서 결혼도 못 해본 놈이 아들 생각에 우는 신민아를 보고 울었다. 토요일 일요일은 즐겁고 슬프다. 다들 행복해지면 좋겠다. 드라마에 나오지만 현실 어딘 가에도 있을 수많은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