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호 애플스토어, 1호 구매자에게 아무것도 챙겨주지 않는 이유
애플 스토어 1호 구매자나 방문자 기사가 없는 이유가 뭘까. 여기서 말하는 1호 구매자는 '정식 오픈날 1호로 애플스토어에 들어가 물건을 구매한 자'를 말한다. 이데일리가 하나 쓰긴했다만, 이통사가 이벤트를 진행할 때 해당 이벤트를 소개하는 흔한 찌라시 기사들은 찾기 힘들다. 왜? 이벤트가 없고(1), 입금이 안되었으니까(2).
보통 SK와 KT, Uplus가 엮여서 갤럭시나 아이폰이 팔리면 1등에게는 많은 상품들이 돌아간다. 상품을 나눠주는 측에서는 당연히 '우리가 이정도로 고객들에게 호의적이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서 언론사나 기자들에게 연락을 돌릴 것이고. 그래서인지 이벤트 상품을 나눠주는 건 여성 모델들이다. #후까시
한국의 첫 애플스토어라는 상징성이 있기는 하지만 '1호 구매자'라는 개념을 애초에 만들지 않았다. 애플이 스토어를 열면서 물건을 내걸고 "먼저 사면 사은품 드림!" 따위의 이벤트를 하면서 후까시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 모델도 당연히 없었고.
생각해보면 애플은 1호 구매자에게 딱히 뭘 챙겨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래서인가, 1호 구매자를 봐도 '아 저새끼가 삼성 TV 얻으려고 저 쌩고생을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된다. 아무것도 챙겨주지 않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애플은 애플에 광적인 사람들을 도리어 노출시킬 수 있는 것.
애플은 '우리가 이렇게 사랑받는 기업이다'는 걸 보여주고, 그 쌩고생을 한 자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준다. 파란티 입은 아재들로 둘러 싼 다음에 박수를 몇 번 쳐주는 것.
미드 <고담>에서 고담 시장 선거를 나가는 펭귄은 선관위 직원들을 매수한다. 그런데 이니그마라는 그의 부하는 돈을 모두 회수한다. 이에 분개하는 펭귄.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펭귄에게 한 소녀가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한다. "저는 펭귄씨를 정말 사랑해요." 그러자 펭귄이 이니그마를 보고 말한다. "봤어? 난 이렇게 사랑받는다고." 그러자 이니그마는 그 소녀에게 달러 몇 장을 전해주고 "고마워"라고 말한다. 이니그마를 펭귄을 보며 말한다. "돈을 주고 마음을 얻는다는 건 이런 겁니다."
1호 애플스토어의 상징성이 있으니 애플은 고객들에게 나름 선물들을 나눠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했으면 애플이 한국에서 어느정도로 사랑받는 지 가늠할 기회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이 날씨에 '반가워요' 티셔츠 얻겠다고 줄 선 사람들을 보면서 애플은 확신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장사해볼만하겠다고.
애플이 그래서 언론을 이용하지 않았느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고객들에게 오픈하기에 앞서 미디어 종사자들에게만 사전 오픈을 했으니까. 그리고 거기에 방문한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기사를 만들어냈다. 동영상도 찍고, 기사도 쓰고, 라이브도 하고. 여기에도 애플은 돈 한 푼 쓰지 않았겠지. 그런데 그렇게 나온 기사들이 이통사들한테 돈 받고 쓴 기사들보다 볼만할 거란 걸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자발적인 동력이 타의에 의한 동력보다 강력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그쵸. 그 자발적 동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 기업들이 추구해야할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각종 이벤트(돈)로는 휘발되는 관심뿐이 못 얻으니.
헬늬 애독자입니다 :)
글쟁이 현우님이 분명 스티밋을 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군요! 응원합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됐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