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기술] 바쁜 맞벌이 부부를 위한 꿀 아이템 인스턴트 팟 (Instant Pot)을 추천합니다~
나는 직장을 다녀도 삼시세끼 집밥에 대한 집착이 있는 입맛이 까다로운 1인. (미국에서 사먹는 음식은 한국에 비해 훨씬 더 엉망이기 땜시) 그러다보니 나는 살림 노동 효율성을 높이는 대량생산 & 냉동을 주전략으로 삼고 있다. 내 단골 메뉴들 중에 슬로우쿠커로 되는게 많아 4년 가량 참 알뜰하게 잘 썼는데....얼마 전에 그와 예고없던 작별을 하게 되었다. 슬로우쿠커로 구운계란 만들어먹는데 재미들인지 얼마 안되 내솥 바닥에 금이 쩍! 가버린 것이다. 저온이라지만 물 없이 열을 오랫동안 가하는 것이 (세라믹인지 돌인지로 되었다는) 내솥에 부담을 많이 준 모양이다. 구운 계란은 오븐으로도 만들 수도 있어서 괜찮은데 젤 먼저 아쉬워진 것이 닭곰탕이었다. (우리집는 소곰탕보다 닭곰탕이 더 인기다) 내 슬로우쿠커 사이즈가 코스트코에서 파는 닭 한마리가 딱 들어가는 완벽한 사이즈였는데...이걸 큰 냄비에 넣고 하루종일 끓이면서 불앞을 왔다갔다 하는건....오마이갓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래서 새로 사려고 폭풍 검색을 시작했는데 슬로우쿠커 내솥에 중금속이 들어있다는 얘기가 있어 식겁하고 @_@ 역시 믿을건 스테인레스 뿐인가 하고 스뎅내솥으로 된 쿠커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날, 전세계 주부들이 열광한다는 Instant Pot이라는 녀석이 우연히 내 레이더망에 들어왔다. 두둥! 아마존에서 검색하면 America’s #1 Brand라는 듣도 보도 못한 타이틀, 2만개가 넘는 리뷰에 4.5점 별점....'뭐지 이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렇게 유명하다지만 이거 쓰는 사람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본 적이 없었다) 근데 나 계탔음. 이거이거 진짜 요물이다. 압력솥이라 조리시간이 반으로 줄어들고 그냥 재료 넣고 닫아놓고 버튼 누르고 잊어버리면 된다. 슬로우쿠커와는 달리 밀폐되어 있으니 오래 조리해도 집에 음식 냄새가 안나고, 조리가 다 되면 알람이 삑삑 알아서 나를 부른다. 그리고 오래 끓이는 음식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증기가 닿는 벽이며 찬장이며 후드며 기름때가 끈적하게 끼는건데 그게 없다. (사랑합니다 압력솥~저는 기름때 청소를 정말이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합니다.) 지금 그렇잖아도 임신 막달이라서 부엌에 서있는 자체가 힘든데 얘로 인해 요 며칠 끊어졌던 집밥이 다시 부활했다. 꾸히히~
어제는 생 토마토 왕창, 다진고기, 양파, 버섯 우르르 쓸어넣고 딱 20분 눌러서 스파게티 소스를 대량생산했고, (그래서 눈 뜨자마자 아침으로 스파게티를 촵촵;;;) 오늘은 난생 처음으로 갈비탕을 만들었다. 갈비탕은 웬만큼 오래 끓이지 않으면 뼈랑 고기가 분리가 안될것 같은데 High Pressure로 맞춰놓고 100분 가량 두었더니 술술 분리되고 고기가 겁나 야들해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 15분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쉐프들이 압력솥을 자주 사용하는데 그게 얼마나 엄청나게 조리시간을 줄여주는지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갈비탕용 고기를 넉넉하게 두팩 넣었기 때문에 두번 정도 우려내서 반은 우거지갈비탕으로 변신시킬 예정. 다음은 매운 돼지갈비찜, 닭볶음탕, 저수분토마토카레에 도전해볼까 한다. 한식 외에 해보고 싶은건 쌀국수~ (MSG 없는거 함 먹어보는게 소원임) 서양식 Rib 요리도 엄청 부드럽게 된다고 한다.
보아하니 얘는 육류를 단시간에 부드럽게 만들어주는데 재능이 탁월하니 기름기가 별로 없는 고기로 많은 경우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지방 없는 국고기로 장조림 했다가 신랑이 손도 안대서 버린 아픈 기억이;;) 하지만 금방 익는 야채나 생선 요리는 압력솥을 쓰면 형체가 남아나지 않을테니 비추다.
신랑은 밥상에 고기요리가 최소 하나는 있어줘야 슬퍼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집은 이런 고기국/탕/찜을 냉동실에 종류별로 얼려놓고 로테이션을 돌려서 살아간다. (그리고 오래 푹푹 끓이는 요리일수록 냉동-friendly해서 맛의 변형이 거의 없다.) 그렇게 에너지를 세이브해서 끼니때 다른 반찬을 한두개 추가해 영양발란스를 맞출 여력이 생기면 더할나위 없다. (물론 막달 임산부는 무슨 짓을 해도 밑반찬할 여력은 안생김;;) 여튼 직장다니고 애 키우느라 바쁜 부부들한테 넘나 유용할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나는 대량생산의 추종자이기 때문에 3,6,8 quart 중에 젤 큰걸 샀다. 뭐 우리집 냄비가 대부분 대형사이즈라 나는 딱 좋은데 보통은 6qt 짜리가 가장 잘 팔린다고 한다. 이 제품이 워낙 유명해서 온갖 나라의 레시피가 인터넷과 유튜브에 넘쳐나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점 참고하시라.
문뜩 드는 생각인데 살림을 잘 하는건 참 어렵다. 내가 바라는건 그저 삼시세끼 내손으로 해먹으면서 건강하게 사는건데 그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나는 인스타그램에 그림같은 부엌과 상차림, 킨포크 잡지에 나올것 같은 집 인테리어 사진을 올리는 주부 고수들을 팔로우하기 좋아한다. 눈도 즐겁고 참으로 힐링된다.
(예를들어 이런 분들...출처: Instagram ID: salrim_story)
그러나 그 사진들은 평범한 주부들의 현실과는 너무나 큰 괴리가 있어 더욱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 같다. 그런 사진을 맨날 구경하긴 하지만 평범한 맞벌이 부부에게 가장 필요한건 살림의 효율성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어떻게 해야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살림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을가?’가 우선이다. 그래야 남는 시간에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 호사스럽게 인스타그램에 올릴 여유도 생기지 않겠나. 규칙적으로 운동할 시간도 내고, 얼굴에 화장품도 찍어바르고 잘 차려입고 외출하고, 깔끔한 집에 친구들 초대해 같이 밥먹고 놀 시간도 만들고 말이다.
나 역시 여유롭고 우아하게 살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효율의 살림'을 화두로 온갖 시도를 해서 나름 나한테 맞는 시스템을 개발해왔는데....두둥~ 한달후면 2세가 태어난다. 이 모든 노력을 초라하게 만들 수 있는 엄청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이제 1달 후면 아기가 우리 부부의 삶을 지배할터인데...외식은 물론 배달반찬조차 싫어하는 나의 까탈스러움이 참 기가막힐 뿐이오, 성격이 팔자를 만든다는게 진리인가 싶다. (엄마 멘붕 안오게 나오면 협조 좀 부탁해ㅠㅠ)
뭐 인스턴트팟 홍보로 시작했는데 막 자기성찰로 빠져든다. 여튼 직장다니면서 살림하고 애키우는 모든 부부들 고생 많으십니다. 다들 스트레스 넘 받지 말고, 잘먹고 건강 관리 잘하시고 화이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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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는 언제나 환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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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가 나올 예정이신가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팔로우할께요~
와 팔로우 감사합니다. 육아포스팅을 쓰시는군요. 구경가겠습니다. ㅎㅎ 2세는 이제 나오기 딱 한달 남았네요. 신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막달입니다.
뭔가 탐나는 아이템이네요. 그런데 압력솥하고 많이 다른가요? 저는 압력솥으로 오만 요리 다 해 먹는데. 김치찜도 해묵고, 삼계탕, 베이킹.. 다하는데 뭔가 강하고 오래 열을 줘야하는 것들을 압력솥으로 하면 훨씬 빠르고 편하게 되는 것 같다 자주 사용합니다.
오오 압력솥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시는 살림고수님께는 이 아이템이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네요. 굳이 꼽아보자면 고압/저압 설정이 가능하며 타이머 기능이 있고, 취사 후에 보온 모드로 자동 전환이 된다는 점, 슬로우쿡이나 요거트같은 독특한 쿠킹 모드가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지인에게 배워 압력솥으로 구운계란 만들어먹는데, 물 약간 넣고 취사를 두번 연속하라더군요.
두번 째는 물없이 열이 가해지는 거라 많이 불안했어요. 맛있게 잘먹었지만 두번은 못하겠어서 지금은 안해먹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