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쪼의 경시생 일상이야기 - 왜 나는 경시생이 되었을까

안녕하세요~ 엔쪼입니다 ^~^

야심차게 스팀잇을 시작하긴 했지만, 

수험생 입장이라 특별한 일들이 많이 없어서 쓸 이야기도 많지 않네요.

그래서 오늘은 짧은 제 인생사를 돌아볼 겸, 

제가 왜 수험생이 되었는지 끄적여보려고 합니다.

궁금하시지 않다면 그냥 일기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넘어가주세요 ^~^

빨리 돈을 벌고싶은 중학생

제 인생의 전환점은 중3시기로 돌아갑니다.

고모의 다단계 여파로 가정형편이 기울게 되어

어린 마음에 얼른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날라리도 아니고 모범생도 아닌 그냥 평범한 중학생이었고,

공부를 썩 못하지는 않았지만,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당시에는 실업계고등학교의 인식이 좋지 않던 시절이지요.

그래서 어머니는 굉장히 반대하셨으나, 제 고집을 꺾지는 못하셨습니다.

아주아주 평범한 고등학생

제 고등학교 생활은 굉장히 평범했습니다.

당시 과에서 2명을 뽑던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60명이 조금 넘던 과에서 2~5등정도를 유지했구요.(네.. 제 자랑입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목표했던 회사에 합격했습니다.

덕분에 남들은 수험생활을 하는 고3, 실습으로 조금 여유롭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짧게는 몇년에 한번씩 전근다니며 한 회사를 다닐 생각을 하니

왠지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직 어릴 때였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 진로를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뒤늦은 수험생활, 겉멋만 든  철없는 녀석

회사의 사정으로 1년간 대기발령상태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 1년이 제겐 사춘기 때보다도 더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계속된 진로고민 끝에, 결국 뒤늦은 입시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멋있어보이고 동경하던 '음악인'이 되려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음악공부를 해본 적도 없던 제게는

다음 입시까지 허락된 시간은 8~9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참 빠듯했습니다. 기초를 급히 지나가고 야매(..)입시를 준비했으나,

감사하게도 1지망, 2지망 모두 수석으로 합격했습니다.(네.. 이것도 자랑..)

탄탄대로, 하지만 방향을 알 수 없는..

많은 반대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가 하고싶은대로만 살았습니다.

목표로 했던 것들을 실제로 이루면서요. 어떻게 보면 탄탄대로 같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알면서도 모른체 했지요..

그렇게 입학한 학교도 단 한번 휴학하지 않고 잘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늦은 시작에도 나쁘지는 않은 실력으로

소위 말하는 '졸업 후 계속 음악 할 것 같은'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졸업, 방향을 잃고

졸업 후 아르바이트와 습작과 가끔씩 들어오는 외주작업을 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저의 실력과 제 앞길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고,

저는 작곡의 길을 포기하고 음향기사의 길로 진로를 살짝 틀게 되었습니다.

직접 음악을 만들지는 않지만,  좋은 퀄리티로 듣게 하는 일이니까요.

두 번의 입사, 그리고 퇴사.

음악인으로써의 제 커리어를 마감하고, 음향인으로써의 커리어를 시작,

처음으로 했던 일은 한 중형교회의 음향담당 자리였습니다.

담당직원이 저 혼자뿐이고, 작은 규모의 교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꽤나 많은 업무량과 스트레스, 클레임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저는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

제게 어려움이 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인격적으로 멸시받거나 무시받는 경우도 있었고,

가끔은 무리한 요구에 고충을 겪기도 했습니다.

열정페이 그 이상을 요구하는 환경에도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신앙이란 이름의 착취를 당한 적이 너무 많았구요.

감사하고 헌신하는 마음으로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어렵더군요.

결국 1년을 눈앞에 두고 몸과 마음의 병을 얻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좋은 분들이어서 너무나 감사한 일이 많았지만,

받은 상처가 커서, 퇴사 후 한 번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를 힘들게 했던 그 몇몇 분들 얼굴을 마주치면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전공을 포기하며.

이후 건축음향 커리어를 조금 쌓은 후 업계를 완전히 떠나게 되었습니다.

업무에서의 거짓말, 노동법 위반, 견적 부풀리기, 거짓된 업무처리 등

많은 염증을 경험하고, 일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정직원이지만  아르바이트만도 못한 생활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결국 업계에 만연한 나쁜 관행들과 사람을 겪고 미련없이 포기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

또 다시 진로에 대한 고민의 시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해보고 싶은 일도, 의욕도 사라져버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두가지였습니다.

1.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는, 도움이 되는 일
2. 조금 적게 벌더라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일

생각나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스무살이 넘어서 한 곳만 바라보며 살아온,

4년제 예술대학학사 하나 가지고 그 흔한 토익점수 하나 없는 제게

27살하고도 반년도 더 지난 제가 도전할 수 있는 일은 참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일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소방관, 경찰관.

두 직업을 만만하게 보는 마음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경쟁률에 두려운 마음도 컸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자격조건도 없이, 남들을 위해 봉사하며, 공무원이라는 점.

이 이상 제 상황에 딱 맞는 직업이 없었습니다.

어릴적부터 타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직업을 동경하던 저였습니다. 

진로를 음악으로 정할 때도, 제 음악으로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했구요.

수험생활의 시작

그렇게 저는 경찰공무원 수험생이 되었습니다.

왜 소방이 아니었냐면.. 고질적인 어깨병때문이었습니다..

소방공무원 체력기준에 맞춰 운동을 하기엔 어깨가 버티지 못할 상태입니다.

공부를 시작한지 아직 반년도 되지 않았고, 중간에 코인때문에(...) 

돈 버는 재미에(...)

공부를 두어달 쉬고있었습니다만... 

폭락해주신 덕분에(....)

다시 정신 차리려고 하는 중입니다.

제가 너무 스팀잇을 많이 하는게 보이신다면 얼른 가서 공부하라고.. 

욕독려해주세요!!

지루하고 긴 글인데 끝까지 읽으셨다면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졸업공연 때 사진 한장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