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거들뿐, 뉴필로소퍼
수많은 잡지들이 새로운 비주얼과 컨셉으로 재탄생을 거듭하고 있다. 잡지를 보는 방식이 달라졌고, 책이지만 하나의 이미지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주제도 다양해졌다. 섬세해진 취향만큼이나 여러 가지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잡지이다. 하지만 때로는 헐겁기도 하고 일시적이기도 하다. 어쩌면 원래 그것이 잡지가 소비되는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 허기짐을 분명하게 달래주는 잡지가 <뉴 필로소퍼>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잡지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가 정보의 전달이지만,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되어 있는 환경에서 어떻게 남다른 정보를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초점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로 모아진다. 철학 잡지라고 말하지만 그 어떤 학문에도 집착하지 않고 있으며, 다양한 인사들의 글을 모았지만 뻔한 포장이나 허세스러운 칼럼은 배제되어 있다.
최애 잡지라고 말하고픈 <뉴 필로소퍼>에 대하여
일상으로 향하다.
철학은 우리의 일상에게 어렵고 추상적인 학문이다. 또한, 많은 역사적 인물들의 수많은 논리들은 더욱더 그것에 다가가기 힘든 장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뉴 필로소퍼>는 철학 잡지이지만 철학이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재료로 쓰일 뿐, 학문을 내세워 지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철학을 잘 알고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고급스러운 교양서가 아닌,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드는 캐주얼한 잡지인 셈이다. '일상을 철학하다'라는 그들의 메시지는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표현이다. 그리고 잡지를 읽다 보면, 그 중간의 균형이 아주 잘 느껴진다.
모든 세상사에 관한 이야기들이 우리의 일상과 엮여있다. 거대한 사회적 흐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인적이기도 한 주제들이 절묘하게 선택되어 있다. 어느새 규정되어버린 듯한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수많은 물음들이 담겨있다. 우리는 라이프스타일을 물건을 고르는 취향이나 시간의 짜임 같은 포장으로만 정의하려는 습성이 있지만, 사실 삶의 방식이라는 것은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매우 내면적인 습관이다.
사유의 매개체
자신의 삶과 그를 둘러싼 사회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은 그럴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잃어버린 듯한 공허함을 느끼기도 한다. 삶에 대한 매너리즘에 쉽게 빠지기 마련이고, 새로운 시선을 가질 의욕을 상실하기도 한다. 무언가에 대해 생각과 고민을 하는 데에도 계기가 필요하고 매개체를 원하게 되는 것이다.
<뉴 필로소퍼>는 하나의 주제를 여러 사람이 여러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깊고 무겁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각에서 다양한 여지를 남기며 본질적인 의문을 가져보는 듯하다. 그 과정을 통해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던 시대와 사회의 알고리즘 속에 숨겨진 암호에 대한 힌트를 대신 찾아내 준다. 물론, 진리나 정답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독과 해석은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단지 새롭게 발견한 관점을 공유해 줄 뿐이다.
시대적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를 먼 미래에서 바라본다면 뭐라고 말할까.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시점의 우리가 그것을 스스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것 같은 시대에 살다 보면, 현실적인 문제들에는 명료하면서도 시대적 흐름에는 그저 순응하며 흐릿한 관점을 갖게 된다.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의 굴레와 시대적 분위기는 가끔 삶을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한 발짝 떨어져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뉴 필로소퍼>는 우리가 어떤 가치 판단을 하기도 전에 우리 삶 속에 들어와 버린 많은 것들에 대해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고민을 제안한다. 과도한 접속, 상품화된 세계, 인생의 의미, 워라밸, 권력의 정의 같은 것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를 상징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명과 암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주제들이다. 오랜 시간 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개념들이 전환되는 시점에 그것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하고 있다.
일상을 철학하다. 어떤 잡지일지 너무 무겁지 않고 재밌을 것 같아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철학을 모르는 사람도 철학을 찾게되고 이해는 안되도 위로를 받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ㅎㅎ (요새 많이 멀어졌네요 ㅋㅋㅋ)
어쩌면 기술이 발달할수록 그에 맞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성은 커질테고 이런 잡지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 문장 책갈피해두고 싶어요.
저도 철학 자체는 잘 몰라서 거리감이 좀 있었는데, 어려운 책이 아니라서 좋아요. 가치판단보다 기술이 먼저 발전되고, 그로 인해 자꾸 우리의 생활이 바뀌어 버리다 보니, 가끔은 멈춰서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관심있는 이슈를 골라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