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골 자연사람 이야기] 제주로 GoGo! 좌충우돌 제주이민...그 4일 간의 이야기
건강한 하루 보내셨나요?
제주 정의골에 사는 자연사람 가족입니다.
introduceyourself 태그 소개글 다음, 첫 post입니다.
저희 가족은 육지인으로서
제주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팔로어가 많든 적든...자주는 아니더라도
여러분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사 첫날
"학교살리기"를 아시나요?
시골 폐교 위기의 학교들을 살리기 위해 이주민에게 정착 지원(주택 자금 일부나 싼 비용으로 임대주택 지원 등)을 하는 제도입니다.
저희 가족은 제주 한동초등학교, 온평초등학교, 신례초등학교, 성읍초등학교 등에 지원하였습니다.
아이들의 학년에 따라 가산점들이 각 학교마다 달라서
성읍초등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성읍초등 "학교 살리기 임대주택"(성읍민속마을 외곽에 있었습니다.)으로 이사하는 날!
지난 12월과 1월에 갔을 때 봤던 마을 복지회관으로 사용하던 곳을 개조하는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이사짐을 싸면서 나름 많이 바뀌어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이사짐 업체는 "제주이사몰"을 선택하였고, 차량은 픽업탁송을 진행하였습니다. (여유있게 2~3주 전 예약하세요.ㅎㅎ)
기존 집이 25평 아파트라 짐이 작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제주이사몰에서 오신 기사님(여자분)이 10톤 차량을 불러야 한다는 말씀을 하셔서..-.-;
짐을 줄이기로 하고 8톤 330만원에 합의를 봤습니다.
차량 이동은 인천에서 보내는 탁송을 알아보다 집앞까지 방문해서 차량을 인도하는 픽업제도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픽업가능한 탁송 업체를 알아봤습니다.
그 중 처음 통화된 곳에서 28만원을 얘기하셔서 진행했는데, 알고 보니 여수인가 목포로 차를 끌고 가서서 거기서 제주로 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연료를 가득 채우둬라는 말씀을 귀담아 들었어야 했는데...T.T;
(인천에서 보내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다행히 저희는 악천후로 인천가는 배가 뜰지 말지 몰라 오히려 잘 진행한것 같습니다.)
이사 전날 기사님이 차량을 픽업해가셨습니다.
어쨌든 제주로 이주 전체 비용은 간식비니 차연료비니 해서 400만원(많이 든건가요? 2016년 1월 기준입니다.) 넘게 들어가더라구요.....T.T;
집(서울과 안양의 경계인 관악산 근처)에서 오전 일찍(8시쯤 오셨더라구요^^;) 이사짐을 싸고(날씨가 추워 따뜻한 고뿔차와 커피, 발열팩, 간식거리 등을 준비해서 제공해 드렸습니다.), 저는 먼저 12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가서 차량을 제주항 6부두에서 인계받았습니다.
아이들과 와이프는 4시30분 비행기로 6시 넘어서 제주에 도착했습니다.
깜깜한 도로를 달려 성읍1리 임대주택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임대주택 내 시설들이 예전에 봤던 공사중인 상태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보일러도 고장이 나서 안되는 상황이었고, 리사무소 총무님께 연락드려 수고롭게 오셔서 고치려 노력해봤으나 고생만 하시고...T.T;
어쩔 수 없이 낙담하여 힘이 빠진 상태로 근처 숙박업소(오름리조트, 예전에 묵어봤었습니다.)에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아픈 마음을 달래며 갔습니다.
그날 따라 오름리조트에는 따뜻한 물이 잘 안나오고 방이 추워서 더 고생..-.-;
아이들과 컵라면으로 늦은 저녁을 때우고 자려는데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오르더군요.
고생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으로 피곤한 중에도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이사 둘째날
피곤했던 입도 2번째 날 아침...
일찍 숙박업소에서 임대주택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주택 상황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성읍리사무소로 가서 총무님과 이장님을 만나뵈었습니다.
주택이 문제 있는 상태인 이유가 분명히 있더군요.
성읍리장 선거와 총회들이 겹쳐서 임대주택을 전혀 신경쓰실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첫째날부터 리사무소 총무님께서 저희에게 상황 설명도 해주시고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정말 죄송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사실 아무 준비도 없이 와서 가족들이 많이 힘들었거든요.
당장 살기에는 수리해야 할 곳들이 많아서 일단 적어봤습니다.
- 미닫이 문 방충망 - 수리를 맡기셨다고 하더군요. 안심이 되었습니다.^^
- 다용도실 배수관 뚫기
- 보일러 수리 / 호스 연결
- 다용도실 수도꼭지 연결 / 세탁기 연결가능하도록
- 씽크대 환풍기 설치
- 아이들방 천장 누수
- 아이들방 작은창 누수
- 아이들방 벽 누수
- 아이들방 창문 만들기 - 아이들 방에는 얼굴크기만한 조그만 창이 벽 위쪽에 있고 창문(열고닫는)은 없더군요.
- 화장실 전등 수리
- 화장실 수도꼭지 마무리 - 이건 저희가 실리콘으로 바르면 될듯..
- 화장실 변기 막힘
- 천장 이음새 부분 하얀 페인트 가루 계속 떨어지는 문제
물론 위 사항들 중에서 저희가 자비를 내서 진행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만능 총무님께서 이것저것 봐주시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보일러 수리!!!!총무님꼐서 임시로나마 돌아가게 해주신 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러고 본인 잘못도 아니신데 매우 미안해하시면서 귤도 한 박스 주시고 가시니 너무 죄송스럽더군요.
다음에 꼭 감사 인사드리러 꼭 방문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공사맡으신 분(마을 윤목수님)을 어서 만나뵈어야 겠습니다.
주택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짐이 드디어 들어오고야 말았습니다.T.T;
짐들이 오후 늦게 도착해서 이사짐 업체 분들이 너무나 고생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저녁 6시가 넘어버렸습니다.
저도 직장인인지라 퇴근시간 넘기면 일단 일이 안되는 걸 잘 압니다.
여러 상황 상 짐정리가 되지 않고 다들 돌아가셨는데 막막하더군요.
그래도 가족들 모두 힘을 내어 박스에 든 짐들을 풀고, 여기저기 이상하게 들어가 있는 짐들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전체샷은 못 보여드림 T.T;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된 이사짐 정리..-.-; 정말 쉽지 않더군요.
한가지 또 배웠습니다.
"세상에 어려운 일이 참 많지만, 제대로 준비 안된 이사는 세상 살면서 꼭 한번 해봐야 하는 일이구나!!!"ㅎㅎ
제가 살면서 느낀 세상 살면서 꼭 해봐야하는 어려운 일 몇가지가 있는데 시간되면 여기 블로그에 한번 정리하죠^^;
참, 첫째날에 미리 주문해둔 이사떡(표선의 두손떡집)도 이사하는 동안 동네 여기저기에 돌렸습니다. (착한 이주민이 되려고 했었죠^^;)
문을 열어주시고 집에 사람이 계신 분들만 드리게 되었는데, 혹시 못받으신 분들이 섭섭해하면 어쩔까 걱정되더군요.
그렇다고 다 식은 떡을 다음날 드리는 건 아닌것 같고, 사실 해온 떡도 다 동이 났습니다. (이사짐 업체분들도 좀 드셨구요.)
성읍리사무소, 옆집, 윗집, 앞집, 뒷집, 성환형어망집, CU 등등 여러군데 돌리긴 했습니다.
같은 동네에 살게 되었는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성읍1리 주민여러분들^^;
여러 마음고생 와중에 이웃분들 중 챙겨주시고 따뜻한 말한마디 해주시는 분들도 있으시더군요.
뒷집 감귤나무 집 어머니는 감귤쥬스를 손수 집까지 가져와 주셨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잘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김해에서 오래 사시다 오셨다 해서 부산 출신인 저희 부부가 유독 더 반가웠습니다.^^;)
우연히 들른 만덕이네 이모님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또 다른 사건이 하나 있긴 했는데, 둘째 녀석이 길을 잃어서 집을 못찾아 미아가 되었다는...
다행히 CU 편의점 들렀을 때 얼굴 익혔던 귀여운 여학생이 우는 녀석을 달래어 전화를 해주었습니다.
참 친절하고 마음이 따뜻합니다. 감사합니다.^^;
낮에 인터넷(제주는 KT가 갑인가요? 올레!ㅎㅎ) 기사분이 오셨는데, 시설 확충해야된다고 못하시고 그냥 가시면서 늦으면 월요일에 설치가 될수도 있다시니....-.-; IT기기 없이 하루도 못사는 우리 가족들 멘붕ㅎㅎ (블로그 글들이 제 날짜에 올라가지 못한 이유입니다.)
어쨌든 이사짐 정리를 20%도 못하고 새벽에 넉다운!!!!!
이사 셋째 날
윗 지방에 살때도 보지 못했던 폭설을 제주에 내려와서 보게 될 줄이야!!!!
이삿짐 정리로 계속 정신없이 이방 저방 들락날락 하다가 역시나 허리를 삐끗...T.T;
지친 심신을 달래려 맛난 음식 먹고자 만덕이네로 향하였는데,
폭설에 앞이 안보이는 상황! 차를 이용 못하고 걸어서 가니 더욱 힘들었습니다.
힘들게 도착한 만덕이네..이모님께서 이사떡 맛나게 드셨다면 반겨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굽는데 두루치기를 맛보라며 따로 내주시네요.
배가 부르면 싸가지고 가서 나중에 집에서 구워먹으라고 챙겨주시니 눈물이 핑 돌만큼 감사했습니다.
거기다가 무 한박스와 배추까지 싸주시니 정말 황송할 따름..
"이게 시골인심이지" 하시는 이모님 얼굴이 성인처럼 빛나던 순간이었습니다.
여러가지로 이사하면서 마음고생 많아 힘들었는데,
총무님을 비롯해서 감귤나무집 어머니, 만덕이네 이모님 정말 이 은혜는 꼭 갚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에겐 아직 여섯개의 무가 남아있소. 깍두기도 담갔는데....
폭설 속에 무와 배추 박스가 하나도 무겁지 않고 감사한 마음만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 왈 "아빠 제주도 분들은 정말 착한 사람들만 있네~ 마음이 정말 고운 분들이야~원래 제주분들이 다 그러신거야?"
마음 속에 떠오르는 여러 말들이 있었지만, 저는 그냥 미소 지으며 "그래 우리 나중에 꼭 보답하자!!"
아픈 허리를 붙잡고 이사짐 정리를 또 새벽까지 하면서 잠을 청하였습니다.
끝없이 내리는 저 눈이 마음 따뜻한 사람들 때문에 싫지 않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자연과 함께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이사 넷째날
서울 직장인인 저의 원 이사 계획은
어제 이사가 마무리 안되더라도 일단 가족들을 남겨두고 직장이 있는 서울로 올라갈(먹고 살려니..-.-;) 생각이었는데,
폭설로 며칠째 비행기가 뜨질 않습니다.
아침에 마당이 소란스러워 내다보니,
윗집, 옆집 입주동료분들이 제설작업을 하시고 계셨습니다.
얼른 옷을 챙겨입고 삽과 실리콘제설도구를 들고 집앞으로 나갔습니다.
제설용 삽이 아니라 농사용 삽이라 사용이 번거로웠지만,
나름 많은 눈과 고드름들을 한쪽으로 밀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고드름 보소-.-;
지나가시는 동네분이 눈이 계속 오는데 치워봐야 또 쌓이는데 하시는구요.
한땀 흘리며 눈을 치우고 들어와서는
며칠동안 충전기가 없어 충전하지 못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
와이프가 윗집에서 빌려온 충전기로 충전 성공!!!!
윗집 삼춘 정말 고맙습니다^^;
이래서 사람은 서로 돕고 살아야...저도 어서 다른 분들 도울 수 있는 날이 오기를..ㅎㅎㅎ
리사무소에서 정기총회가 있다는 방송을 듣고 가려다,
윗집 삼춘이 임원분들 모이시는 거라 우리는 안가도 된다 하셔 가족들과 성읍민속마을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아이들 학교인 성읍초등학교 앞도 가보구요. (눈이 엄청 쌓여 학교 안까지는 못갔습니다.-.-;)
만덕이네 이모님이 주신 무로 조림을 와이프가 만들었는데,
엄청 맛있습니다.^^;
오후 5시쯤 가방을 싸서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버스 안에서도 역시나 정겨운 아주머니, 아저씨 분들^^;
사랑합니다! 제주 주민여러분!
공항에 도착하니 허걱!!!
여기 왜 이래?? 흡사 개미굴에 들어온 듯한...난민 포스의 사람들이 공항 바닥에 앉거나 누워 있고,
예약 대기줄은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 있어서 전쟁통이라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줄은 도저히 못서겠고, 자동발권기에 가서 예약번호 넣고 발권받아 탑승구로 입장하니
밖의 상황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밤 9시 10분 비행기라서 2~3시간 기다려야겠구나 싶어 마음을 다잡고 가만히 기다리는데,
밤 10시 30분으로 지연되었다는 문자가..흑흑!!
근데, 10시 30분이 지나도 탑승하란 얘기가 없는데...
불안감이 급습!!!!
역시 11시 55분이 넘어서 탑승을 하긴 하는데,
비행기는 제주공항에서 떠나질 않고 이런 상황에 제때 탑승안하고 있던 사람들까지 발생!!!
비몽사몽간이라 왜 그 시간에 비행기가 출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비행기는 새벽 2시가 넘어서 출발!!! 지쳐서 허걱거릴 힘도 없었다는...체념T.T;
다른 노숙하신 분들과 다르게 집에서 비행기 시간 맞춰 나온다고 나왔던
저도 7~8시간을 제주공항에서 기다림의 시간으로 날렸던 겁니다.T.T;
김포에는 3시가 넘어 도착하였고 이사가 끝나버린 안양집에 남은 짐들 중에서
이불만 찾아 풀고 자리에 누우니 새벽 5시!!
제주 보일러 사건과 비슷하게 안양 집 보일러도 문제가 있는지 찬물만 나오고..T.T;
30분 정도 눈만 감았다 뜨고 출근해야할 상황!!!!!!!!
p.s. 이번 폭설에 제주 공항 관련 네이버 올라오는 글들을 보니,
제주공항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염려하고 챙겨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왜 이 날씨에 제주 놀러갔냐고 오히려 비난하고 고소해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보고 충격!!!
제주시 사는 분들이 공항 노숙자들을 위해 무료로 집도 빌려주시고 차로 데리러도 와주시고
많은 도움을 주시는 거에 반해 사람이 사람답지 않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각박한 세상 속에 아름다운 마음 가지신 분들도 있어 다행입니다^^;
- 저희 가족 이야기를 성의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읽으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공유할 내용들을
넣어보려 애쓰고 있는데 부족한 점들이 많습니다.
긍정적 소통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건강을 잃어봤고 지금도 재활 중이라
건강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건강할 당시에는 그 소중함을 절대 알 수 없죠!
지금은 "그 당시 조금만 조심할껄" 하는 후회만..-.-;
여러분 가족들 모두 건강한 하루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뉴비는 언제나 환영!/응원!이에요, 조사한바에 따르면. 텍스트가 공백제외 1000자 이상이면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포스트가 된다네요. - kr-newbie 보안관 봇! 2017/07/06일 시작 (beta)
글에서 많은 것들이 느껴지네요~ 글을 정말 잘쓰세요~ 반갑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감사하고 반갑구요!
Congratulations @elenchic!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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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재활중이시군요 ㅠㅠ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제주도에 저런 제도가 있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사람들은 주택과 지원금을 제공받을 수 있고 폐교는 폐교위기를 벗어날 수 있으니 참 좋은 제도인 것 같습니다 ㅎㅎ 옛날에 이사가신 것 같은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기도하네요~
네..앞으로 종종 공유드리겠습니다! 관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