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가 없는 나라

in #kr6 years ago

엄마는 아이의 손을 꼭 잡는다. "아무 일 없을거야 내 딸, 우리가 가는 나라는 자유의 나라야. 거기엔 우리 딸이 좋아하는 맥도날드도 있고, 코카콜라도 있고, 엘사랑 울라프도 살고 있어."

"엘사..?"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그럼. 거기엔 내전도 없고, 숨어 다닐 일도 없어. 거긴 천국이니까.

아이는 엄마 손을 꼭 움켜쥔채. 엄마가 천국이라고 말했던 그 땅을 밟았다. 엄마, 울라프는? 엘사는 어디 살고 있어?

엘사는 없었다.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달려와 엄마를 붙잡는다. "부인께선 밀입국혐의로 체포되셨습니다." 건조한 목소리의 남자가 말했다. 남자들이 아이를 붙잡는다. 아이가 엄마의 손을 놓치고 운다. 남자들은 엄마가 보는 앞에서 아이를 붙잡고 끌고 간다. 아이가 비명을 지르며 제복을 입은 남자들의 손에 붙들려간다. 엄마는 오열한다. 그곳은 엘사도, 자유의 여신도 없는 나라였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은 미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린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강제 격리 수용시키는 것은 생살을 찢어놓는 것만큼 잔인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만큼 악랄한 짓이다.

국방비로 천조를 쓴다는 미국이 불법 이민자들을 받지 않기로 작정했다면 국경을 단속하는 여러 방법도 많았을 것이다. 이렇게 반인륜적인 일을 벌여놓고 비난의 화살을 받자 민주당을 탓하는 트럼프는 비겁하고 저열하기까지 하다. 트럼프는 정말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반감을 사게 될지 몰랐던 걸까?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이민자 강제격리를 중단시킨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강제 격리수용 되어있는 약 2천명의 아이들은 여전히 철장 속에 갇혀있다. 이들을 어떻게 할지 아직 뚜렷한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철창살 속에서 부모님이 손잡고 이야기 해주던 나라를 떠올린다. 엘사와 울라프가 사는 자유가 있는 나라. 부모님은 이곳이 그곳이라고 얘기했었다. 그러나 그들을 위해선 엘사도 디즈니랜드도 어떤 자유도 없다.

창살 속에 갇힌 아이들은 부모님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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