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이코노미 설계 (Token Economy) : 변동성 관리
토큰 이코노미 설계 (Token Economy) : 변동성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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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이코노미 설계는 종종 '토큰의 특성을 활용해 참여자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세우는 과정'으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토큰 이코노미는 단순히 투입-산출로 프로세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행동의 결과가 다른 현상의 원인으로 이어지는 순환 시스템이다.
이는 각 참여자의 행동이 상호작용하여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인식하지 못한 문제가 긴 잠복기를 거치게 되면 시스템은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렇기에 변동성도 관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즉, 토큰 이코노미 설계는 참여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변동성을 제어하고, 발생 확률이 낮거나 통제 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설계자가 의도한 결과를 지속적으로 얻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
(bit.ly/2ISXNRA)
변동성
철학적인 이야기로 여겨질 수 있으나, 세상에 '똑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건강상태는 매일 다르다. 온도, 습도, 바람의 세기 등 자연 현상도 매일 다르게 나타난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람이 같은 재료로 같은 물건을 만들어도 실제로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모든 현상은 본질적으로 '변동성'을 갖고 있다.
변동성은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그 결과에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을 이른다. 한 번 어긋난 결과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각각의 참여자 행동이 상호작용하여 증폭되면 매우 큰 변동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상황이 변하거나, 참여자에게 변화를 강요할 때 변동성은 더 커지게 된다. 이로 인한 영향이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규모로 나타날 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에 우리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한다.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는 예상치 못한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변동성을 관리한다. 즉, 변동성 관리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거의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 위험과 통제할 수 없고 예상되는 피해가 크더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적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변동성 관리 대상
설계자의 기대 범위를 벗어난 결과는 모두 변동성 관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설계자의 기대에 못미쳤다면 토큰이 주는 인센티브가 설계자가 의도했던 행동과 연결고리가 약하거나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설계자의 기대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을 때이다. 대부분 자화자찬에 빠지겠지만, 당연히 관리 대상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어떤 형태로든 낭비가 발생한 것이다. 참여자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면 기대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명백한 자원 낭비이고, 미래의 자원 활용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둘째, 역(逆)결과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대 범위를 벗어나는 결과는 같은 프로세스를 반복할 때마다 효과가 증폭된다. 그런데 성장은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어떤 현상이든 변화를 억제하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쪽으로 크게 치우쳤다는 것은 언제든 반대방향으로 큰 변동성이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기대에 못미쳤을 때와 같은 수준의 문제로 규정하고 초기에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변동성 관리 방법
변동성 관리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프로세스를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의 기대와 일치 시키고 해당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시키는 ‘정확도 향상’, 결과값의 일관성을 높이는 ‘정밀도 향상’,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흔들리지 않기 위한 ‘대응 능력 향상’이다.
정확도는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가 의도했던 결과와 근접한 정도를 뜻한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토큰이 주는 인센티브와 설계자가 의도한 행동의 연결고리를 강하게 만듦으로써 참여자가 설계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고, 당연히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드시 정밀도 향상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정밀도는 같은 프로세스를 여러 차례 반복하더라도 일관성 있는 결과가 나오는 정도를 뜻한다.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를 반복할 때마다 발생하는 편차를 줄여야 한다. 또한 해당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전에 진행했던 선행 활동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활동 A, B, C, D, E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B→C 프로세스를 진행한다면, 이전에 A→B→C, D→B→C, E→B→C 등 여러 선행 활동이 있을 수 있다. B→C 이전에 어떤 선행 활동이 진행되더라도 B→C 결과는 기대 범위 안에 들어와야 한다. 많은 시도에도 지속적으로 기대한 결과가 나온다면 해당 프로세스는 변동성이 거의 없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과 철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초기에 만든 토큰 이코노미 모델은 시간이 지나면 구시대적 발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기에 토큰 이코노미가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안주하지 말고, 꾸준히 프로세스 고도화를 위한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이는 더 높은 차원의 목표를 세팅하고, 근접한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
또한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은 변동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자연, 인간, 기계 모두 예외가 없다. 항상 10점을 쏘던 양궁 선수도 화살을 날린 순간에 강풍이 불면 기대 이하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한편 언제인지 알 수 없으나 반드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일례로, 프린터를 매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 인쇄할 때마다 내구성이 서서히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파악이 어렵다. 따라서 언제든 예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포용력 있게 설계해야 한다.
(bit.ly/2u5GVS2)
초기 설계가 관건
병이 커지기 전에 미리 알고 치료하는 의사가 진짜 명의라는 말처럼 초기 단계에서 바로잡는다면 불필요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변동성은 초기에 잘 설계하거나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제어 가능한데 초기 설계는 각각의 행동이 연쇄 작용하여 변동성이 크게 증폭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선행 활동은 반드시 후행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후행 활동은 선행 활동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즉, 선행 활동에서 변동성이 없다면 후행 활동에서 발생한 변동성은 증폭되지 않는다(참여자의 모든 활동은 미세하게나마 변동성을 갖기 때문에 실제로는 약간의 증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후행 활동에서 발생한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능력의 범위 안에서 설계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토큰의 특성을 활용해 참여자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세우는 과정'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토큰 이코노미는 단순히 투입-산출로 프로세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행동의 결과가 다른 현상의 원인으로 이어지는 순환 시스템이다. 아직 각 참여자들의 행동이 상호작용하여 생기는 변동성에 대한 영향파악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이는 불확실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현재 토큰 이코노미를 제대로 구현한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스팀잇은 토큰 이코노미가 비교적 잘 구현된 모델로 평가받지만 초기 진입자(고래)와 현재 진입자 간의 간극이 매우 크다는 문제가 있다. 사실상 주식회사에서 초기 주주들이 이익을 독식하는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다. 설령 완벽한 모델이라 해도 각 프로젝트마다 성격이 다르므로, 무작정 스팀잇의 모델을 따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처음부터 탁월한 모델을 설계할 자신이 없다면 일단 안정적인 방식으로 출발하고 후일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남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프로젝트는 VC보다 인내심이 적은 투자자들의 돈으로 이루어졌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장개업한 식당에 가면 이따금 나오는 말이 있다. "처음이라서..." 애석하게도 처음이라는 이유로 서투른 서비스, 맛없는 음식을 이해해주는 손님은 많지 않다. 특히 맛없는 음식점에는 절대로 다시 가지 않는다. 블록체인이라고 다를까? 이제는 증명해야 한다. 블록체인을 적용한 서비스가 실생활에서 잘 작동한다는 것을 말이다. 블록체인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물론 한번 설계한 구조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이더리움을 보면 POW방식으로 출발했지만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가며 POS방식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실패가 고착화되면 재기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감당할 역량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위험을 감수한다면 이는 파멸을 계획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참여자의 사용성
업계 종사자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에 호의적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난해한 문자로 적혀 있는 지갑도 곧잘 사용한다.
그런데 전 세계 인구를 놓고 보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들도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할 거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마케팅을 할 때 사용자에게 한 페이지를 더 보도록 유도하는 것도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하물며 ‘x0cdgca25301af3dd0asfad’같은 지갑을 쓰게 만드는 일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변화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서비스의 성패는 블록체인이 뭔지도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어떻게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자에게 많은 요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런칭 시기가 현재와 가까울수록 참여자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어리석다. 최대한 기존의 서비스와 비슷하게 함으로써 참여자의 거부감을 줄여주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었는지도 모르게 작동하는 서비스가 가장 이상적이다.
토큰 모델 단순화
스팀잇은 스팀·스팀파워·스팀달러 3가지 유형의 토큰이 있다. 각각의 토큰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백서를 읽어봐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블록체인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제대로 읽는 사람이 드문데, 관심 없는 사람에게까지 이해를 강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토큰 모델은 설계자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만큼 단순해진다. 참여자에게 고민을 전가하는 것은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니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오스처럼 하나의 토큰으로 가는 것이 좋아 보인다.
(bit.ly/2Kxp95r)
토큰 발행량
토큰 발행량이 정해져있으면 가격은 단기적으로 수요 공급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가격 변동성으로 이어진다. 발행량이 많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암호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만 봐도 가격 변동성이 크다. 주식시장까지 확장해서 보더라도 모든 주식이 예외 없이 가격 변동성을 갖는다. 심지어 약 64억 주가 발행된 삼성전자도 때때로 큰 가격 변동성이 발생한다.
가격 변동성을 제어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법정통화와 암호화폐를 pegging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테더(tether)가 있다. 가령 법정통화 결제 규모에 상당하는 금액을 토큰으로 발행하여 pegging하는 형태라면 가격 변동성은 거의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다. 조작 논란에 대해서는 신뢰할 만한 기관, 특히 은행처럼 신용으로 먹고 사는 기관에 위탁하고 새로운 틀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식으로 풀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프로젝트 팀보다는 은행이 더 믿을 만하다.
아무리 블록체인이 탈중앙화를 기치로 내건다지만 모든 것을 탈중앙화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취해도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는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이 최선이냐는 것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 해도 어설프게 설계된 대부분의 토큰 이코노미와 견주어보면 최소한 차선책은 될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현실 세계에 있을 경우
네트워크 밖의 주체로부터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라면 토큰을 구매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프로세스는 허들로 작용한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토큰의 가격 변동성은 네트워크 내 재화/서비스 구매를 주저하게 만든다. 어제 아이폰 2대를 살 수 있었던 돈으로, 오늘은 1대도 살 수 없다면 거래하기를 꺼릴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구매 타이밍을 고민하게 하는 건 마찬가지다. 앞서 법정통화와 pegging 방식을 제안한 이유다.
둘째, 회계/세무적 이슈다. 자금의 용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한다면 회사 차원에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법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면 상황별 대응 방안을 미리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조만간 해결되겠지’와 같은 안일한 마음가짐은 그 자체로 큰 불확실성을 안고 간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한국에서는 공인인증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상당히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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