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땅을 밟은 후 접한 첫 소식..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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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입니다. 여행 중반부터 현지 통신망 사정으로 인해 포스팅하는 것이 어렵더군요. 귀국 일정도 빡빡해서 여행 이야기는 귀국 후에나 가능하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귀국 하자마자 산적해 있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혹시 저의 여행 포스팅을 기다려주신 분들이 계셨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를 바랍니다.

어제 운전 중 라디오를 통해 들은 뉴스에 귀국 후 첫 포스팅을 여행 이야기로 이어가는 것이 선뜻 마음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스팀잇의 불문율을 깨고 오늘은 정치권을 소재로 잠시나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래야 답답한 제 속이 조금은 후련해질 것 같네요. 바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 역시 블록체인에 영구 박제될 것을 각오하고 풀어가야겠지요?

언제던가.. 당시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연일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확고한 선두라고 생각했던 문재인 후보를 힘차게 따라잡고 있을 때였습니다. 정치엔 그닥 관심이 없던 친구가 어떤 분석글을 보고 나더니 제게 이런 얘기를 꺼내왔습니다.

안희정이 문재인을 꺾고 대선 후보가 될거란 전망이 있던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절대 그럴 일 없다.
단칼에 대답해주었습니다.

안희정 상승 기세가 장난이 아니던데? 문재인은 표 깎아먹는 것만 남은거 같고.
지금 안희정의 지지율은 후보자로서의 그릇을 뛰어넘는 수치다. 절대 담아둘 수 없어.
구구절절 설명없이 그냥 제 스타일의 표현으로 마무리해 주었죠.

언제부턴가 저에겐 사람의 그릇을 평가하는 고약한 버릇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릇'이란게 참으로 막연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판단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릇'이란 것을 파악하고 나면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판단과 행동을 할지 얼추 가늠할 수 있게 되니.. 저로선 어쩌다 생겨버린 이 촉을 그냥 놔두질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그릇을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때가 어느 때일까요? 전 그 대상자의 꿈과 소망,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욕심과 욕구의 크기, 그리고 방향이 순간 (본인의 착각이겠지만) 근접해졌을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설명 같습니다만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개한테 먹이를 던져주면 달려들 듯..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레벨보다 (훨씬) 낮음에도 그 과정을 통과하거나 달성해 내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눈 앞에 펼쳐진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먹이 앞에 달려드는 '한 마리의 개'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본인은 자신이 이 순간 어떤 눈빛을 뿜어 내는지, 그리고 말과 행동에 어떻게 미묘한 노출을 하고 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평소 포커페이스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도 말입니다. 제가 '그릇'의 무서움을 깨달은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습니다.

투자의 세계에 몸 담았을 때는 수백 억, 수천 억도 모자라 수 조원을 주물러 보겠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수 백, 수 천만원 앞에서 본인의 욕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정치권에 있을 때는 다들 국회의원, 장관,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 자리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작은 자리 앞에서도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정작 그들 스스로는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그릇'은 자신의 무대를 향해 걸어가는 과정에서 본인의 욕구보다 훨씬 작고 소소한 단계에서 드러나기 일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막 들어섰을 때, 그리고 그 레벨이 아직 성에 차지 않은 단계일 때 그 사람의 변화와 행동을 눈여겨 봅니다. 대번에 드러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예민한 촉으로 눈치를 챌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매의 눈을 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많은 분들이 본능적으로 이상한 점을 감지하셨을 것 같습니다.. 바로..

지난 대선 후보로 나섰던 안희정 후보의 모습에서 말입니다.

분명 그 때의 무대는 안희정이란 후보의 본 모습이 얼마만큼 영글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적나라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헌데 본인은 잘 모르는 듯 했습니다. 얼마나 본인의 속내가 까발려졌는지 말입니다. 그 전까지 안희정이란 정치인은 큰 정치를 맡아나갈 젊은 재목들 중에서도 군계일학이라고 평가받아 마땅했습니다. 사실 대중 정치인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대선.. 즉 대통령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정치인은 비교적 정해져 있다고 봐야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최대한 뻗어갈 수 있는 길은 총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만큼 대중의 기대와 인기, 그리고 시기과 이슈를 끌고 나간다는 것은 여러 요소가 결합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적어도 안희정이란 정치인은 여러 측면에서 대중 정치인.. 대중의 기대와 아쉬움을 연일 받아내며 성장해 나갈 정치인으로서 흠잡을데 없는 캐릭터를 갖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중 정치인의 길을 걷는 젊은 정치인들에겐 독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른 나이에 접하게 되는 인기입니다. '연예인 병'이란게 있다고 하는데.. 정치권에서 이런 사람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기대는 이들이 좀 더 성찰하고 시련을 견뎌내며 성숙해 나갈 중요한 시간을 빼앗아 버리게 됩니다. 봄의 꽃은 피웠지만 뜨거운 햇볕과 세찬 폭풍우가 연일 퍼부어대는 여름을 지나지 못하는데 어떻게 가을의 결실이 생길 수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도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또는 그냥 고만고만한 인물로 남게 되는 젊은 정치인들은 우리는 숱하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대선 과정 역시 안희정이란 젊은 정치인에겐 매우 중대한 도전이자 시험대였으며.. 그럼에도 제 평가로는 완벽한 낙제점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정도 영글대로 영글어 가면 좋은 재목감에서 한 시대를 이끌만한 좋은 정치인도 될 수 있겠다 기대했던 시각을 180도 바꾸어 완전 낙제점으로 마음에서 지우게 된 때가 바로 그때였습니다. 그 독을 다 빼내고 다시 재목다운 모습으로 성장해 가려면 이제 시간으론 족히 20년.. 게다가 눈물이 쏙 빠질만한 자기 성찰과 다이나믹한 인생사와 시대배경이 펼쳐줘야 그나마 될거란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그런걸 기대하느니 그냥 리스트에서 삭제하는게 편한 것일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