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연들,
하지만 인연이라 부르지는 않는 만남들이 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가듯 자주 들리는 집 앞 편의점 사장님과의 만남.
단골 카페,단골 식당 주인과의 만남.
마을버스 기사님과의 만남.
두 세달에 한번은 꼭 방문하는 헤어디자이너와의 만남.

매일,혹은 매달 얼굴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지만 그 만남을
인연이라고 여기기엔 참 쉽지 않은 관계들이죠.
이렇게 지나칠 수 있는 만남이 저와 헤어디자이너분과는
'손님&헤어디자이너' 관계를 뛰어넘은 친구사이가 되었어요.:)

5년전, 헤어스타일에 예민한 저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용실력 덕분에
저는 그녀의 단골손님이 되어버렸습니다.
실력도 마음에 들었지만 불편하지 않았어요.
미용실갈때 신경쓰였떤 부분이 '끊임없이 말을 거는 서비스'
(여자들은 머리를 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그 긴시간 동안
계속 말을 거는 디자이너 분들이 많아요)에요.
그런데 이 디자이너분은 인사,그리고 짧은 근황토크, 시술에 필요한 대화
이 외에는말을 시키지 않더라구요. 덕분에 저는 긴 시간동안 편하게
책도보고,잡지도 보며 편하게있을 수 있었습니다.
말 걸지 않는 서비스가 저와 코드가 맞았던거죠.
(친해지고 나서보니, 이 디자이너의 단골분들은 다
저처럼 말을 많이 안거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렇게 우리는 별로 말을 하지 않아서 편한 사이가 되었고,
슬슬 깊은 대화를 짧게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2년 전 저는 디자이너분께 책을 추천해 주었고, 그 책 덕분에 이후로는
조금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따로 만나지도 않았고, 연락처도 몰랐지만 이런 깊은 대화들로 인해
연락처를 교환.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시간 이후 우리는 함께 여행을 다니는 사이가 되었고,
꿈을 공유하는 3년이라는 시간까지 합쳐 총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되었답니다.
친구이자,저의 헤어디자이너는 더 큰 꿈을 위해 8월에 호주로 떠나
미용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오늘 호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저와 친구들 헤어스타일링을 해주기 위해서
저희 집을 방문해주었어요.집에서 머리를 하다니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고,
순간순간 헤어짐을 생각하며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했네요.

세명 모두 디자이너 친구 덕분에 예쁜 머리를 하곤,
홈메이드 짬뽕과 디저트를 먹으며 만담을 나누었습니다.

오늘도 우리들의 만남이 좋았던건, 서로의 관계를 위해 모두 정성을 다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한 친구는 미용을 해주고,
한 친구는 요리를 해주고,(헤어디자이너 동료의 아들)
한 친구는 일주일에 두번밖에 열지 않는 가게에서 줄을 서 마카롱을 사오고,
(헤어디자이너 손님의 친구)
저는 친구들을 위해 대청소를 하고, 장을 보며 서로를 향한 마음을 전달했네요.

여러분도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만남이 인연으로 된 관계가 있진 않으신가요?
:) 내일도 소중한 만남을 기대하며 굿밤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