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치료제의 개발, 꼭 돈이 많이 들어야 할까? (영아혈관종 Part 2 - Propranolol 의 발견)
안녕하세요? 스킨닥터 skindoctor 닥터프렌드 @doctorfriend 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소아 피부질환 시리즈~ 영아혈관종 (infantile hemangioma) Part 2 인데요.
먼저 Part1을 읽어주시면 오늘 이야기를 편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steemit.com/kr/@doctorfriend/infantile-hemangioma-part-1)
오늘은
영아혈관종 치료에서 프로프라놀롤 (propranolol) 의 발견 에 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합니다!
프로프라놀롤 (propranolol) 이란?
프로프라놀롤 (propranolol) 은 베타차단제 (beta-blocker) 의 하나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비선택적 베타차단제 non-selective beta-blocker 입니다.)
매우 오래된 약물로, 정말 다양한 분야에 사용됩니다.
약리학적 작용은...
신체 여러 장기에 다양한 작용을 가지는데,
심장, 혈관에 작용하는 효과 가 주로 부각되며,
순환기계에 대한 작용으로 가장 많이 쓰입니다.
대표적으로 협심증, 울혈심부전증, 고혈압 등 에 사용됩니다.
(요새는 성인 고혈압에는 매우 적게 사용됩니다만^^)편두통 (migraine), 갑상샘호르몬 과다에 의한 증상 해소 등에도 흔히 사용되고,
(@pharm.steemit 님이 이전 글 댓글에서도 말씀해 주셨었죠^^)수행불안(performance anxiety) 에도 매우 효과가 좋습니다.
(악기 공연 전 / 운동 시합 전 떨리는 증상을 해소해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종목의 도핑테스트 약물이기도 합니다. 양궁이 대표적이죠^^)
이렇듯 매우 오랜기간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하게 잘 쓰여져 왔기 때문에,
많은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는 장점이 있죠^^
그리고, 약값이 매우 저렴한 장점이 있습니다.
심장약을 피부과에서 쓴다고요?? 그것도 갓난아기 혈관종에??
.
이처럼 다양한 효과와 쓰임을 가진 프로프라놀롤 (propranolol) 이지만,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름을 들었을 때 첫 이미지는 "순환기계약제" (심장관련 약제) 입니다.
그러한 약을 어떻게 갓난아기들의 혈관종의 치료에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우선 논문을 보면...
프로프라놀롤 치료는 2008년! 혜성과 같은 첫 등장을 NEJM 에서 하게 됩니다!
(전 편에서 말씀드렸듯이,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은 임상의학 저널 중 단언코 Top 입니다.)
Propranolol for severe hemangiomas of infancy. N Engl J Med. 2008 Jun 12;358(24):2649-51
(https://www.ncbi.nlm.nih.gov/pubmed/?term=Propranolol+for+severe+hemangiomas+of+infancy.+N+Engl+J+Med.+2008)
이 논문은 NEJM에서 이제 free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이 발견하게 된 계기는...
영아혈관종 환자가 심장병 (Hypertrophic myocadiopathy) 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서 propranolol 을 쓰고나서 영아혈관종이 좋아진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 임상연구를 해서 publish 한 논문입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첫 등장이 NEJM 같은 Top급 저널에 실리는 일은 너무나 드뭅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효과가 너무나 fancy 하고 dramatic 했으며,
propranolol 이라는 약이 영아혈관종 치료에서는 첫 사용이었지만 다른 분야에서 오랜기간 널리 사용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NEJM 에 실린 것도 대단했지만, 당시 그 호응도 대단했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논문의 저자들은 비교적 쉽게 임상연구를 진행했는데...
원래 소아에서는 신약 임상연구가 더욱 어렵고 조심스럽습니다.
(임상연구 시행 전에 연구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소아는 이것도 아무래도 좀 더 까다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하고요.)
만약 프로프라놀롤이(propranolol) 이 아닌 신약제 였다면?
약역동학, 약제부작용 자체에 대한 연구도 해야해서 1상,2상,3상,4상 연구... 그것도 소아에서...
매우 오랜 시간과 돈이 투자되었을 것 입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실제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을 것이고,
제약회사가 개발 및 연구에 투자된 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약값의 가격은 매우 비쌌겠죠.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 돈이 꼭 많이 들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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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이 좋게도, 한국의 의사 치고는 굵직굵직한 큰 임상연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속해 있던 곳이 난치성 환자들이 전국에서 모이는 곳이기도 했고,
연구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 덕분이었죠.
이제는 유명해진 약제들이 임상연구를 통해 한국에 처음 들어올 때,
"한국에서의 첫 사용의 순간"을 함께한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신약을 사용할 때 임상의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참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 부작용의 문제 입니다.
물론, 수많은 임상연구를 거쳐 나온 약제이기 때문에 대부분 안전한 편이고,
부작용도 많이 알려지고 연구되어서, 부작용을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 10년 뒤, 20년 뒤의 영향은... 사실 100%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연구를 하더라도, "사람"에게 실제 적용되는 것은 또다른 이야기이니까요.
혹시라도 나중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견되면 판매가 취소되기도 하는데,
내 환자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불가피한 일이었다 할지라도 너무나 슬픕니다...
(완벽이란 없음을 인정하고, 오류를 인정하고 계속 수정해 나가는 의사-의학자의 기본 자세에 매력을 느껴서 제가 이 일을 하는 것이지만요^^;;)
- 가격의 문제입니다.
신약은 비쌉니다. 피부과 건선 분야에서 새로 개발된 모 생물학적제제 치료제가 5년 여 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1번 주사 맞는데 당시 300만원 가량이었습니다. 1년에 대략 1200-1500만원을 생각해야 했죠. 이런저런 검사비까지 하면 더 많이 나오고요.
(제약회사 직원분 말로는, 이것도 미국보다 훨씬 싸게 책정된 가격이라고 했었었습니다.)
뭐, 다른 과 의사분들이나, 미국의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이것은 비싼 편도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이렇듯 신약은 비쌉니다.
대형제약회사에서 연구, 개발되는데, 이 신약연구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실... 임상 의사는 환자편에 선 1명의 인간이기 때문에,
환자가 제약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이 값이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신약개발은 필요합니다. 매우 중요한 일이고요. 인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관계없이,
제약회사 및 신약개발사업은 이미 거대 산업이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성장하고 있고, 더 성장하리라 기대하는" 거대 산업이죠.
하지만, 우리 모두는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 꼭 돈이 많이 들어야 할까?
..
저는 영아혈관종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프로프라놀롤이 보고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프로프라놀롤은 기존에 오랜 기간 여러 질병에 쓰이던 약제로,
저렴하고, 안전합니다.
(안전하다는 것은,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단기,장기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다는 뜻 입니다.)심지어 임상연구를 할 때에도 장애물이 적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의사들은 오늘도 생각합니다.
이렇게, 기존에 오랫동안 많이 쓰여온 약제를, 기존 사용 대상이 아닌 다른 질병에 적용해서
새롭고 더 우수한 치료법을 만들 수 있다면....
이렇게 개발된 치료는,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한 의사의 고민을 많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환자는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고, 드문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하니 그 유명한 NEJM에 게재 되었겠죠?)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의사들은
기존 약제의 다른 적응증 개발 이든, 신약개발 이든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들이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병원으로 들어서는 출근길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도록,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노라 다짐해 봅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당신을 위한, 피부에 대한 모든 것
스킨닥터 skindoctor 닥터프렌드 @doctorfriend 였습니다.
-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정답은 피부타입마다, 상태마다 다릅니다.
진정 나에게 더 어울리는 정보를 얻고 싶으시다면,
댓글로 질문 주세요. 그 어떤 내용이라도 좋습니다^^
어려운내용이네요 +_+ 혹시 3상까지 진행되고나서 엎어지는 경우도있는지여..
아 예시를 들어서, 다른 편에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잘봤습니다. 이미 아실 것 같지만, 그래서 최근에는 ML 혹은 AI 기반의 drug repositioning / repurposing 연구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사실 "돈 되는 곳"에 더 집중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FOLLOW 합니다~
흥미로운 내용 잘 봤습니다^^
사실 최근엔 기존 성분의 복합제도 많이 출시되고, 기존 약물 성분에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다만 그것도 결국 돈되는 질병, 돈되는 약제 위주로 자꾸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약회사 주도로 되는 것이면 당연한 수순인가요^^;)
2018년 새해소망 릴레이에 지목되셨습니다! https://steemit.com/kr/@happyvirus/2018-3
고맙습니다. 시간 되는대로 작성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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