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프로젝트 (2)
요즘 망한 옛날 게임들이 모바일게임으로 부활중인데,
나같은 겜창들에겐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부활한 게임 그랜드체이스 모바일버전. 노래도 함께 부활했나보다)
하지만 예전게임들의 ip만따와서 모바일에맞게 리메이크한것으로,
예전 게임과는 다른부분이 많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서프또한 모바일게임으로 부활시키면 나름 선방할거라는 생각을 했기때문인데
한번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볼까 한다.
우선 서프가 왜 망했는지에대해서 이전 글에서 아주 대충 다뤘었는데,
쉽게 말해서 벨런스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게임이 망하는 이유가 단 한가지 뿐일리가 없다.
이번 글에선 서프가 망한이유와 지금 모바일버전으로 리메이크하면 흥할수있는 이유들을 알아보려 한다.
우선 게임이 오래 지속되려면 가장 필요한게 뭔지 생각해보자.
바로 수익성이다.
유저가 아무리 많아도 수익이 안나면, 회사는 게임운영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유저가 적어도 수익이 어느정도 난다면 게임운영을 유지할 가치가 있다.
게임회사가 엄청나게 부자라면 미래가치를 생각해 오랫동안 붙잡아둘순 있겠지만,
떡락하는 비트코인에 못버티고 손절치며 나오듯
서프를 운영했던 회사도 결국 섭종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택하게 되었었다.
그럼 서프는 왜 수익성이 나지 않았는지,
그렇다면 지금은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
세가지 이유들로 한번 알아보자.
1. 세대교체에 따른 인식변화
서프는 기본적으로 쉬운 조작법과 아기자기한 케릭터를 내세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만한 가벼운 게임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레벨이 점점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숙련된 컨트롤과 고레벨의 장비가 필요하게되므로,
가벼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면 할수록 심오한 게임,
분위기만 따지자면 현 모바일게임에서 추구하는 이상향같아보이기도 한다.
(가벼운 도트감성 모바일게임 크루세이더퀘스트. 하면 할수록 돈을 지르고 싶어진다)
(일러스트는.. 다소 매니악하지만, 인게임 케릭터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게임인 소녀전선. 역시나 하면 할수록 돈을 지르고 싶어진다.)
개인적으로 서프가 분위기로 봤을땐 크루세이더 퀘스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살짝 매니악한 일러스트, 귀여운 인게임 케릭터, 쉬운조작법, 가벼운bgm들,
가볍지만 하면 할수록 심오한게임이란점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프와 크퀘 사이엔 엄청난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서프는 10년++ 전 게임이란거다.
아마 크퀘에선 수익성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나이대가 20대일 것이다.
아마 10대는 구매력이 낮기때문에 수익성또한 낮을것이고(돈이없기때문) 30대는 유저풀 자체가 적기때문에,
30대가 20대보다 구매력이 더 뛰어남에도불구하고 수익성은 20대가 더 많을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이유로 비슷한 분위기인 서프 또한 20대의 유저풀이 가장 많아야하고,
인게임 현금 컨텐츠들의 가격대를 볼때,
구매력이 어느정도 갖춰진 20대부터 게임사의 수익성을 담당하게 되어야 했다.
하지만 서프가 흥했을 당시 구매력을 갖춘 20대들의 문화는,
게임에 과금한다는것에대한 거부감+아기자기한 케릭터들에대한 거부감
등이 있었을거라고 감히 짐작한다.
따라서 가장 높은 구매력을 가진 20대의 유저풀이 생각보다 적었을것이고,
유저풀이 가장 많았을것이라 생각되는 10대들, 즉 학생들의 지갑을 열기엔
서프의 컨텐츠료는 너무 비쌌다.
기본적인 월정액만해도 당시 2만원이 훌쩍 넘어갔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현금가치가 똑같다는 가정을 한다해도 현 모바일게임들의 월정액이 5천원~만원 정도 한다는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비싼축에 속한다.
하지만 서프가 지금 모바일게임으로 재탄생한다면 많이 달라지는 부분이다.
현 모바일게임들을 보면 구매력을 갖춘 20대들이 서프같은 매니악한 일러스트가 포함된 게임에 이미 거부감이 없다는걸 증명해냈고,
이제 게임에 과금한다는것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줄어든 편이다.
지금의 20대 유저들은 강력한 소녀전선조차 소화해내는 판국에,
크퀘급인 서프에 거부감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
// 사실 이건 내가 쓰면서도 살짝 긴가민가한게,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기때문에
당시의 문화나 사람들의 인식이 어땟는지 모르는부분이많고,
단편적인 기억에 의존해야하기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당시 출시됬던 게임들의 흥망성쇠를 보면 꼭 틀린말은 아닌것같아 한번 써보기로 했다.
당시 흥했던 게임을 참고로 몇가지 적어볼태니 서프와 분위기를 한번 비교해보시라.
(스타크레프트,디아블로2,카운터스트라이크,리니지 등)
2. 유저간 아이템 거래의 존재, 유저들의 딜레마
전 글에서도 말했듯이, 서프는 유저간 거래가 가능하다.
따라서 유저수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아이템 가격이 떨어질수밖에없는 이유도 전 글에 설명해놨는데,
이 때문에 왜 수익성이 감소하는지도 전 글에 적어놨으니 패스하고,
이번엔 유저들의 딜레마에대해서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남에게 사는것보다 자기가 직접 만든 아이템을 착용하기를 선호한다.
만일 아이템을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다면, 사람들은 더더욱 아이템을 구매하기보단 직접 만들어 쓰는걸 선호한다.
서프는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노린것인지, 현금재화컨텐츠로 강화재료들을 아주 쉽게 살수가 있었는데,
문제는 사람에게 사는것과 직접 만드는것 사이의 기회비용이 매우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는것이다.
이를 현실의 경우로 한번 생각해보자.
시중에서 파는 나무의자의 가격이 만원이고, 이 나무의자의 재료를 직접 사는대에는 5천원이 들어간다고 가정하자.
내가 재료들을 사서 똑같은 나무의자를 만드는데 1시간이 걸린다 생각하자.
5천원을 더 투자해서 1시간을 절약할것인지,
1시간을 투자해서 5천원을 절약할것인지,
선택을 하게 될것이고, 이때 둘 사이에서 기회비용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크다고 생각지는 않을것이다.
하지만 나무의자의 가격이 1만원이고, 재료들의 가격이 3만원이라 생각하자.
도대체 누가 재료를 사서 나무의자를 만들겠는가?
따라서 이 극심한 기회비용의 차이 때문에 나무의자를 사는것이 일반화 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서프에서 이 현실과같이 단순한 거래를 하려면,
현금->아이템거래사이트->인게임재화구매(사기 당할 위험존재)->인게임 아이템거래
이라는 4중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실에서는 단순히 가게를 가서 나무의자를 구매하면 되지만,
서프에선 현금을 아이템거래사이트로 입금하고, 사기위험을 무릅쓰고 인게임재화를 구매한다음 게임 내에서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파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것이다.
즉 유저들은 이 과정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내가 만들고싶지만 비싸서 못만들겠고, 현금거래를통해 사려니까 저런 절차가 껄그러운데 어쩌지?
이런 딜레마 때문에 유저들은 비싸게 재화를 파는 게임사에 실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유저들은 빠져나가게 된다.
하지만 거래시스템은 당시 게임문화를 반영한것이고(겟엠프드 혼자 역발상으로 성공했던 것이다),
따라서 지금 존재하는 모바일게임 대부분이 거래가 안된다는점을 감안하면,
모바일게임으로 리메이크할시 거래를 금지시킴으로써 어느정도 해결이 가능한 문재라고 생각된다.
3. 뒤틀린 수익구조
개인적으로 게임성을 제외하고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생각한다.
서프의 수익구조는 월정액(프리미엄 케릭터)과 인게임 현금재화구매로 나뉘는데,
이미 위에서 말했듯이 현금재화구매는 유저들의 구매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구조를 택하게 되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기본적으로 서프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방향은 남녀노소 즐길만한 가벼운 게임 이었을 것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카트라이더나 크레이지아케이드 정도라고 볼수도 있을것 같다.
아기자기한케릭터, 쉬운 조작법, 깔금한 그래픽 등으로 많은 유저들을 모으려고 생각했고,
그 시도는 초기에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익구조는 그런 라이트유저들에게 전혀 먹혀들지않는, 정반대방향으로 설계하였다.
서프의 수익구조는,
- 아주 비싼 월정액(스킨과 업그레이드된 케릭터 성능을 통합해서 비싸게 팔아먹었다)
- 현금컨텐츠 판매(주로 강화에 쓰인다)
크게 두가지로 나뉘었는데,
둘 다 라이트유저들이라면 쳐다보지도 못할 그런 유료컨텐츠이다.
현 모바일게임이나 다른 성공한 온라인게임에서 수익성을 내는 방향을 보면,
*낮은 가격이지만 몹시 효율적인 월정액
*미미한 성능 혹은 성능이 존재하지 않는 스킨판매
*케릭터 구매(인게임재화로도 가능)
*기타 현금컨텐츠 판매(강화재료,장비 등)
이런 방향으로 나뉘어져 있다.
라이트한 유저들에게 소소한 스킨과 월정액을 팔면서
좀더 필요한 유저들에겐 케릭터 구매까지 유도한다.
그리고나서 핵과금 유저들을 위한 기타 현금컨텐츠까지 판매하면서,
이 사이의 벨런스를 기묘하게 유지하면서 포괄적인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식의 진보된 수익구조를 택한다.
하지만 서프는 과거의 게임이라 그런지,
게임의 방향은 라이트한 게임인데,
정작 과금유도는 하드유저들에게만 하고있으니
이 둘 사이가 심히 뒤틀렸다고 할수 있겠다.
물론 서프의 이런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마냥 게임사의 실수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같은 일개 겜창유저가 판단할수없는
수많은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을것이고
또한 초등생때의 기억만으로 게임의 문제점이니 뭐니 하는것도 조금 웃기긴 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정말 서프야말로 모바일게임으로 리메이크 되기 좋은 ip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추억보정을 재쳐두더라도,
몇가지 문제점을 리메이크를통해 완벽히 보완한다면
정말 훌륭한 게임이 될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끝으로
잠이나 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