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품격 – 국가범죄 희생자를 대하는 우리나라의 현실

5월 8일 방영된 피디 수첩의 주제는 “끝나지 않은 전쟁, 민간인 학살”이었습니다.

6.25 전쟁을 전후로 적이 아닌 우리나라 정부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에 대한 과거사 인정과 유해 발굴, 그리고 유족과 후손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는데요. 방송을 보는 내내 눈물을 꾹 참고, 긴 한숨을 자꾸 내쉬며 보게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으로 다시 화두가 되었던 4.3 사건이나 아직까지도 묻혀 있던 진실이 하나하나 벗겨지고 있는 5.18 광주 항쟁에서도 드러난 국가의 폭력으로 인한 민간인 학살은 단발성이 아닌 여러 번 반복된 우리 근대사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부끄럽고 떠올릴수록 아픈 역사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기록하여 후대에 전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피해자나 유족, 혹은 후손에 대한 정당한 보상 또한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방송을 보시면 알겠지만 국가는 제대로 된 배상은 커녕 오랜 시간 아픔을 안고 살아온 유족들에게 했던 배상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소멸시효를 적용하여 이에 대한 반환 및 지연이자까지 물어야 한다고 억지를 쓰고 있습니다.

더 가관인 건 이들을 학살했던 가해자들이나 피해자들은 빨갱이라고 매도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당당하게 피해자들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 반해 피해자와 유족들은 그런 시선들이 괴로워서 피하고 움츠러든 삶을 살고 있는 것이 70년이 지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4.3과 5.18에 대한 국가책임 인정과 유족들에 대한 진실된 위로와 사과를 표명하는 등 정부의 기조가 바뀌고 있지만 짧은 임기의 한계와 국가원수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국가권력 전체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잠깐이나마 진정한 발전을 경험했지만 그러한 발전이 얼마나 쉽게 망가지고 퇴보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지난 9년간 생생하게 경험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어느 날 갑자기 선의가 충만하여 자신들의 지나간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을 제대로 섬기도록 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몇백 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진 선진국들조차도 정부의 오작동 가능성은 언제나 있기 때문에 늘 감시하고 견제하는 힘이 필요한데 언론의 제 역할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언론 또한 태생적으로 선하지도 않고 가만히 둬도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바로 관심을 먹고 사는 언론의 속성 때문에 잘못된 관심이 절대적으로 크면(연예인 사건 사고, 폭력 등 자극적이기만 한) 정의는 고사하고 악의 재생산자 역할만 하는 언론이 됩니다.

결국 보다 많은 시민들이 진실을 알고 정의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론의 힘이 커져야만 시민의 힘 -> 언론 -> 정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져서 역사 바로 세우기와 그릇된 미래를 예방할 수 있고, 우리는 이러한 국민의 힘을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저는 역사 전공자도 아니고 스팀잇에서 활동하고 계신 여러 스티머 분들처럼 전공자 못지 않은 해박한 역사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런 면에서 저와 같은 분들이 한 명이라도 이런 부분들에 관심을 갖고 주변에도 알려 주시는 역할을 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올려 봅니다.

끝으로 역사 관련한 훌륭한 포스팅을 올려 주시는 두 분의 훌륭한 포스팅을 추천 드립니다.

@gonair 님의 글
sanha88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