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민 작가의 유리 공예품에 대해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에 대해 배우는 건 늘 근사하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공예품을 받아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앞으로 매달 한번씩 작가들의 작품을 받고, 그 관련되어서 글을 쓰게 될것 같다. 신난다!
비가 무던히도 많이 내리던 저녁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을 찾아가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이런걸 받아왔다.
패키지 디자인이 참 예쁘다.
저 말도 참 근사하다!
[공예, 생활이 되다]라니..
공예품은 늘 어렵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생활의 품격이라는 말도 이해가 간다. 작은 디테일에 신경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세상은 그만큼 오밀조밀 아름다워진다.
사실, 장인과 작가들은 그렇게 머나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결국 생활에서 녹여드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고, 사람들의 삶을 조금더 아름답게 하길 원하는 사람들이니까. 그 가치를 알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였으면..하는 바람이 있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을 비롯 많은 작가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생각한다.
패키지를 보며 좋아하다 결국 열어보았다.
KCDF 스티커가 붙어있고, 처음엔 판판한 종이류의 공예품일거라 생각했었는데
안에 꽁꽁 싸매져있는 걸 보면서
한지와 뽁뽁이로 싸져있는 걸 보고 있자니 완전 잘못 짚었구나 싶었다.
종이가 아니라 유리 제품이겠구나..
그렇게 열어보니 나온건
알록달록한 수저받침들과
이런 네모난 접시.
KCDF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설명을 읽어보았다.
모시의 느낌을 주려고 했고, 스트링거..라는 기법을 사용했다고 나와있었다.
궁금하니 찾아보아야지!
[glass stringer]로 구글검색을 했더니 다양한 형태로 유리가 서로 붙어있는걸 볼 수 있었다. 스트링거..라는 것은 이런 기법을 총망라하는 말인듯 싶다.
이렇게만 적고 끝내기에는 아쉬웠다.
더 알아보고 싶으니까 자료를 더 찾아보기로 했다.
이걸 만들었다는 공예작가 박선민 작가에 대해 좀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많은 작품들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쉽게도 검색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분 이메일 주소가 예전 전시한 곳에 찾을 수 있었다. 이메일을 보냈다. 사실 내가 그냥 적는 것보다 작가의 의도나 다른 작품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거였고, 답장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생각했는데, 며칠 안지나 답장을 바로 받았다.
내가 받은 이 유리제품들은 KCDF에 업데이트 되어 있는 작업들은 예전 작업들이고, 현재는 업사이클 작업을 위주로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공예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더니,
원래 전공은 금속과 목공예. 그런데 유리에 관심이 있어서 공방을 다니며 Lampworking 기법을 익히면서 유리공예로 길을 틀었고, 대학원도 유리 기법과 물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고..
"유리는 차갑고, 뜨거우면서 딱딱하고, 말랑말랑한 서로 상반되는 성질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정말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또한 다양한 색상표현이 가능하고, 이러한 컬러를 이용하면 표현의 한계가 없는 듯합니다. 이러한 유리의 매력 때문에 앞으로도 유리를 사용한 여러가지 작업을 하고 싶어요."
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지 물었고,
www.glassmings.modoo.at
홈페이지와
instagram: re_bottle_maker
인스타그램 주소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선물로 받게 되었던 접시와 수저받침에 대해 추가적으로 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접시는 파우더 형태의 컬러유리를 판유리 위에 뿌려 전통 모시의 느낌이 나도록 작업한 조각보 접시입니다.
퓨징, 슬럼핑 이라는 유리 기법을 활용하여 제작하였고, 가마 안에서 고온에 구워내는 과정을 거쳐 제작됩니다. 수저받침은 다양한 색상의 판재로 나오는 유리를 절단하여 제작한 수저받침입니다. 퓨징 기법을 활용하였고, 여러겹의 유리를 겹쳐 두께를 도톰하게 하여 쉽게 깨지지 않도록 하였어요. 가마 안에서 고온에 구워내는 과정을 거쳐 제작됩니다."
그렇구나. 나같은 공예품 막눈은 몰랐는데, 파우더의 컬러유리를 뿌린다던가, 유리를 절단하고 여러겹을 겹치는 등 생각보다 정말 많은 과정을 거쳐서 내가 도달한 작품들이였다.
"두가지 상품은 한국적인 느낌으로 조각보를 컨셉으로 작업한 것들이구요, 두가지를 자세히 보면 색상을 내는 느낌이 파우더를 사용한 것과 판재를 사용한 것이 서로 다른 느낌의 컬러표현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거예요!"
내 막눈은 이걸 그저 그릇으로만 받아들였었는데, 이렇게 조각보나 모시의 느낌을 주려고 했다는 작가의 의도를 알고 보니 내게 온 이 작품들이 굉장히 다르게 보였다.
음식을 담아보았다.
사실 생각해보니 옷처럼 그릇도 사람이 필요로 하는 의식주를 담는 매개체.
쓸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어쩌면 한복도 유리 공예품도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저녁을 간단하게 먹는 편.
토마토와 샐러드 닭가슴살을 올려놓았는데, 접시의 노란색이 사뭇 치자로 염색한 모시의 느낌이 나서 신기하기도 하고 식사 내내 즐거웠다.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에 대해 배우는 건 늘 근사하다.
유리 공예쪽은 문외한이였는데, 이렇게 만든이와 소통하고 또 기법들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내 저녁식사가 그리고 내 식탁이 그만큼 더 아름다워졌다.
#한국공예 #디자인문화진흥원 #유리공예
리뷰글로 시작해서, 인터뷰까지!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