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과학 반박: 그 많던 괴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in #kr7 years ago (edited)

1. 사람과 공룡이 함께 살았다는 증거들?

http://www.kacr.or.kr/library/itemview.asp?no=905
(원본: http://www.genesispark.com/genpark/ancient/ancient.htm)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관련 글이 번역되어 올라온다. 이 글은 과거의 인류가 공룡과 동시대에 살았다고 주장한다. 놀랍게도 그 근거는 고대의 그림에 "공룡"이 묘사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시인이 무언가를 그렸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예컨대 괴물을 상상해서 그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밀하게 묘사하더라도 상상의 산물은 실제로 보고 그린 것과는 다르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주장을 보다 세부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우리는 여태껏 과거 사람들이 공룡에 대해 모른다고 알고 있었다. 따라서 만일 실제로 옛날 사람이 살아 움직이는 공룡을 보았다면, 그 묘사가 현대 고생물학에서 밝혀낸 특징과 부합할 것이다. 어떤 특징이 얼마나 부합해야 하는지는 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인간과 공룡이 공존했다는 주장은 굉장히 파격적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기준을 높게 잡아야 한다.

2. 매머드와 공룡의 수상한 대결

일단 이 그림(?)은 너무 모호하다. 나는 이 그림을 발견한 잭 쿠오조가 쓴 책 Buried Alive발췌(영문)를 통해 그의 모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아내와 다섯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프랑스의 농장에 무단 침입해 동굴까지 갔다. 거기서 세 명의 이탈리아 연구자들도 만났다. 힘들게 도착한 동굴에서 '공룡 그림'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농장 주인한테 들켜서 도망친다. 미국으로 돌아와서 그는 Science News에 그림을 제보하는데, 그곳으로부터 다른 전문가의 증언 등 추가적인 입증 자료를 가져오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자 쿠오조는 그 동굴이 ‘진화론자’들에 의해 은폐되고 있으며, 과학계가 애초부터 검증할 의지가 없다는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만약 해당 그림이 진짜 중요한 것이었다면, 그들이 만난 이탈리아 학자들은 왜 앞다투어 그토록 놀라운 발견을 발표하지 않는가? 소프트웨어로 사진을 이리저리 보정해봐도 저게 뭔지, 그림인지조차 나는 모르겠다. 우리 뇌가 벽지무늬에서 환상을 보듯 저 이미지에서도 무의미한 정보를 짜낸다는 설명이 더 그럴듯하다. 공룡인지 아닌지도 모를 그림을 학계가 배척할 이유가 있는가? 쿠오조의 일화도 결국 충분한 증거 없이 변명을 늘어놓는 열성적인 창조설자의 사례 중 하나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3. 거대한 ‘익룡’ 그림의 비밀

유타의 블랙 드래곤 캐니언에서는 배리어 동굴 양식(Barrier Canyon Style)이라는 기이한 인간형 형체를 곧잘 묘사하는 그림들이 발견되었다. 여기서 발견된 ‘익룡’을 놓고 창조설자들은 진짜 익룡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자들은 고대 인류가 익룡 화석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거나, 단순히 상상 속 괴물을 그린 것이라거나, 애초부터 여러 그림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Quellec 등의 논문에서연구자들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림을 더 명확하게 보이도록 만들고, 후대에 추가된 분필 자국과 노란 배경을 지웠다. 그러자 두 동물과 하나의 인간, 그리고 인간형 괴물과 뱀 모양 괴물이 나타났다. 시조새는 그저 착각이었다. 심지어 이 결과는 같은 논문에서 X선 형광을 이용해 염료 속의 철 성분을 검출함으로써 재차 검증되었다.

연구자들이 분석한 사진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가자. '익룡'의 실체가 드라마틱하게 드러난다!

참고로 유타의 고대 그림 중에는 헬멧 쓴 외계인과 흡사한 것도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무언가가 그려져 있다고 그 존재를 믿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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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건 컨택트의 증거인가? 세이고 캐니언에 있는 그림으로, 마치 외계인이나 악마의 형태처럼 보인다. (By Thomas from USA (Fremont Culture Art Uploaded by PDTillman) [CC BY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via Wikimedia Commons)

4. 고대 그리스와 캄보디아의 ‘스테고사우루스’들

테라코타 '스테고사우루스'의 등에는 골판이 한 줄로 있다. 그런데 진짜 스테고사우루스의 등에는 골판이 한 줄이 아니라 두 줄로 나 있다. 만일 고대 그리스인들이 눈으로 직접 살아있는 스테고사우루스를 보고 흙을 빚어 만들었다면, 어떻게 두드러지는 특징인 번갈아 나 있는 골판을 한 줄로 착각할 수 있겠는가?

캄보디아의 ‘스테고사우루스’ 조각은 머리가 하마나 뿔 없는 코뿔소처럼 보인다. 진짜 스테고사우루스의 머리는 그 몸에 비해 훨씬 작았다. 전체적인 몸통의 형태는 스테고사우루스와 전혀 닮지 않았다. 골판처럼 보이는 부분이 단순히 배경의 장식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그 아래 쪽에는 머리는 18세기 가발을 쓴 사람이고 몸은 영락없는 원숭이인데 짧은 꼬리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괴물이 있다(http://www.creation.or.kr/library/itemview.asp?no=3865). 같은 기둥에 조각되어 있는 원숭이, 사슴, 물소, 앵무새처럼 이 괴물도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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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gosaurus stenops의 골격 캐스트 By EvaK (own photo) [FAL or CC BY-SA 2.5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5)], via Wikimedia Commons

5. 카취나 브릿지의 아파토사우루스

좌측의 그림과 우측의 하얀 색 윤곽선을 보면 진짜 공룡을 그렸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나처럼 공룡 문외한인 사람이 어떻게 그것이 공룡이라고 단정짓겠는가? 그래서 아파토사우루스의 뼈를 찾아봤다. 인디언이 그린 그림과는 달리 아파토사우루스의 몸통은 목과 꼬리에 비해 훨씬 두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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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박물관의 Apatosaurus louisae. 신체 각 부분의 굵기에 주목하라. By Tadek Kurpaski from London, Poland (sauropod Uploaded by FunkMonk) [CC BY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via Wikimedia Commons

그리고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복잡한 형상이다. '공룡'의 머리에는 소용돌이(태양을 묘사한 것 같다)가 가깝게 있고, 옆의 배경도 얼룩덜룩하니 정신이 없다. 검색을 통해 이 그림의 외곽선을 찾을 수 있었다(여기서 그림의 외곽선을 볼 수 있다: http://palaeo-electronica.org/2011_1/236/fig_1.htm). 외곽선뿐만 아니라 옅은 색으로 광물 또는 진흙 자국을 표시했는데, 이로부터 공룡의 다리처럼 보였던 것은 자연적인 무늬에 불과하며, 꼬리 부분은 몸통에 붙어있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몸통처럼 보였던 부분에는 이상한 뿔까지 나 있다.
(관련 논문: http://palaeo-electronica.org/2011_1/236/236.pdf)

6. 호주 원주민 어보리진의 수장룡(사경룡)

노팅엄 자연사 박물관의 큐레이터 애덤 스미스가 쓴 글에서, 수장룡은 그림에서처럼 목을 유연하게 구부릴 수 없다는 해부학적인 오류를 지적하며, 호주에서 화석이 발견되므로 그걸 보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https://plesiosauria.com/living_plesiosaurs.php). 결정적으로 이 그림은 최근에 선교사의 요청으로 어보리진 화가에 의해 그려진 것이라고 자기들이 밝히고 있다(Creation 21(1):24~27, December 1998, https://answersingenesis.org/dinosaurs/humans/australias-aborigines-did-they-see-dinosaurs/). 애덤 스미스는 현대의 묘사와 고증 오류까지 똑같다고 의견을 밝히고 있는데, 그렇다면 다음 중 어느 것이 신빙성 있는가? 1) 화가가 문명의 영화나 이야기, 선교사의 부추김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2) 우연의 일치다. 3) 수장룡이 7천만 년간 화석 기록을 남기지 않고 인류와 공존했다.

7. 공룡이 묘사된 검, 투손 유물(Tucson Artifact)

가짜로 밝혀졌다. 이 주제에 대해선 다른 지면을 할애할 생각이다.

8. 이카의 돌과 아캄바로 토우

이것도 유명한 사기다.
이카의 돌: http://www.rathinker.co.kr/paranormal/creationism/indexcc/CH/CH710_1.html
아캄보로 토우: http://www.rathinker.co.kr/paranormal/creationism/indexcc/CH/CH710_2.html

9. 칼라일 성당에 있는 리처드 벨 주교 무덤의 놋쇠 띠

구글 검색을 하면 플래시에 희생당한 사진이 아닌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https://goo.gl/zrnlP0). EvoWiki에서는 이것을 쥐를 죽이는 고양이로 해석하고 있는데(http://evolutionwiki.org/wiki/Other_Dragon/Dinosaur_Claims#Bell.27s_Brass_Claim_Rusted), 뭐든간에 이를 공룡의 묘사라고 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참고로 칼라일 성당의 미제르코르디아(misericordes) 아래에는 인간 머리의 사자와 머리 두 개 달린 독수리, 네 개의 날개가 달린 인간, 날개 달린 뱀, 인어도 조각되어 있다.(Eley, C. King (2006). Bell’s Cathedrals: The Cathedral Church of Carlisle) 이것도 실재한다고 믿을 것인가?

10. 그리고 남은 것들

남은 것들의 상당수는 더 이상 공룡의 기록이라고 봐주기도 민망하다. 잘 말해봤자 도롱뇽이나 닭 같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거대 뱀, 용과 네시 같은 형태들은 흔해 빠진 상상 속 괴물 아닌가? 심지어 이들은 중세시대의 마녀 기록을 인용하면서까지 인간-공룡 공존설을 주장한다.

애초부터 이야기나 그림 속에 묘사되었다는 이유로 그 존재를 믿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유타의 외계인 형태들, 사람 머리의 사자, 아누비스, 메두사, 마녀의 존재까지 믿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문화를 막론하고 거인, 불을 뿜는 괴물, 머리 여럿 달린 괴물 등은 설화 속에 얼마든지 많으며, 비교적 최근까지도 괴물을 봤다고 착각한 사람들의 보고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외계인이 부재한다고 믿는 대부분의 창조과학 옹호자들은 우스꽝스럽게도 외계인 그림의 신빙성도 옹호해야 하는 자기모순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공룡 공존설이 수많은 다른 헛소리들과는 달리 진짜라고 주장하려면 그에 걸맞는 증거를 가져와야만 한다. 화석처럼 더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다. 창조설자들은 지금 공룡 같지도 않은 그림, 사기로 판명난 조작 그림들까지 가져다 놓고 '강력한 증거들'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참으로 뻔뻔하지 않은가. 더 나아가 이들은 멸종 후 수천만 년 동안 어떻게 공룡 화석이 한 개라도 발굴되지 않았는지도 설명해야만 한다.

결정적으로 ‘공룡이 인간과 공존한다’는 것은 진화론의 반례가 아니다. 운석 충돌에 적응해 살아남은 공룡이 발견된다면 자연사는 다시 쓰이겠지만 진화론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재미있게도 창조설자는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공룡의 후손은 지금도 밖에서 날아다니고 있다.

우리 모두는 '창조과학'을 경계해야 한다. 기독교와 사회가 성경을 이해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과학 교과서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창조과학'은 성경 속 인물들의 나이를 더한 숫자 6,000년에 그 의미를 가두어버린다. 심지어 검증도 안 된 주장을 퍼나르기에 급급하는 개신교계의 근본주의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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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습니다. 특정 고생물을 옛날 사람들이 그림이나 부조로 묘사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게 동시대에 실존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죠. 그런 점에서 창조과학은 '과학 이론'이라기보다는 '기독교 계열의 음모론'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ㅎㅎ

정말이지 초고대문명 음모론과 상당히 닮아있어요. 예전에 초고대문명과 창조과학을 섞은 혼종도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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