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형을 학부모로, 조선족을 중국동포로?

in #kr7 years ago

오늘 이런 기사를 보았습니다.

학부형, 장애우, 조선족... 무심코 쓰는 '차별적 언어' 사라진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변경으로 생각되거나, 적절한 변경이 되더라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 경우들이 있어 글을 써보려 합니다.

1. 조선족 -> 중국 동포

중국은 다민족 국가로, '~족'은 출신성분을 이르는 단어일 뿐 가치평가가 개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미국에서 '독일계', '유태계'등의 표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한족'이라는 말이 멸칭이 아니듯이, 조선족들 역시 '조선족'이라는 표현을 당연하게 사용합니다. 즉 단어 자체에 멸칭 내지 차별적 의미가 없고, 듣는 이가 멸칭 내지 차별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조선족'이라는 표현이 멸칭 비슷하게 사용되는 현실이 있어서 이를 순화하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재일, 자이니치)'같은 명칭이 비칭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와 비슷한 맥락. 그러나 듣는 이가 멸칭으로 듣지 않는 호칭이고, '조선족'의 의미가 대단하게 비하의 뜻으로 사용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조선족'은 중국인의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단어이므로, 한국의 기준에서 볼 때는 '조선족'이 아닌 '중국 동포'가 적절하다는 지적으로 단어를 바꾼 것이라 짐작합니다. 일리 있는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외국인의 이름이나 외국인 집단의 이름을, 그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굳이 따지자면 좀 더 소수자 친화적인 일에 가깝습니다. 

결론적으로, '재외국민'과 '재외교포', '(스스로 한국인의 정체성이 없는)한국계 외국인' 등을 포괄한 '동포'라는 불분명한 단어보다는, 조선족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단어이자 이미 한국에서도 이십년 가까이 정착된 단어인 '조선족'이라는 표현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학부형 -> 학부모

학부형이라는 단어는 '아버지와 형'을 가리키는 말로, 저 단어가 사용되던 시절 저 단어가 '어머니는 학생의 보호자가 될 수 없다'는 적극적인 여성 배제의 뜻으로 사용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손위형제가 학생의 양육을 하는 일이 거의 없는 핵가족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는 단어입니다. 당연히 '학부모'라는 단어가 현실에 더 맞는 단어입니다.

다만 '학부모'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으나, 맥락상 차별적인 단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단어는 보통 학교에서 학생의 양육, 보호를 가정에서 담당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가 아닌 조부모나 부모의 형제 등 인척, 혹은 인척관계가 아니고 양부모도 아닌 이들에 의하여 양육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레즈비언 커플(학모모?), 게이 커플(학부부?)들이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도 있고, 시대적 흐름상 이런 경우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학부모'라는 표현을 쓸 필요가 있을까, '(학생의)보호자'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다. '보호자'라는 단어는 가치 중립적이고, 법률을 비롯한 관공서에서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며, 실제로도 널리 쓰이는 단어로 바꾼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요.

3. 편부, 편모 -> 한부모

일단 아버지가 홀로 아이를 양육하거나 어머니가 홀로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 '편부'나 '편모'라는 표현이 차별적인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편(偏)'이라는 한자에 '치우침', '편향됨'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쪽', '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정상가족'을 전제로 하여 부나 모 중 한 사람이 없는 경우 이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뉘앙스가 있지만, 이것이 '차별적'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한부모'라는 표현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분명 부와 모 중 한 사람만 있는 경우인데 왜 굳이 '부모'라는 표현을 사용하나요?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 말의 '부모'라는 표현은 영어의 parents와 다르게, '부'와 '모'를 분명히 표시하고 있는 단어인데 어째서 '한부모'라는 표현이 가능한가요. 또 위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만약 처음부터 부나 모가 없거나 양육에 참여한 적이 없는 경우(정자은행, 대리모 등을 통해)나, 게이 및 레즈비언 커플이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사실 굳이 '편부', '편모'라는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굳이 표현해야 하는 경우에는 '한부모'보다는 '단독 양육(단독 보호)'정도의 표현이 좀 더 낫다고 보고, 둘다 실제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 문제라면 차라리 '편부', '편모'라는 단어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4. 결손 가족 -> 한부모 가족, 조손 가족

해당 변경에 공감할 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결손가족'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있음은 당연합니다.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놓고 다른 형태의 가족을 '결손(결함이 있는)가족'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한부모'라는 표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고, 또 '부모 모두 양육에 참여할 수 없는 가정'을 '한부모 가족'이나 '조손 가족'으로 나누어 부른다는 것은 더 이상합니다. '조손 가족'이라면 조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 이런 형태를 지칭하는 것에 쓰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부모 모두 양육에 참여할 수 없는 가정'의 유형에 두 가지만 존재하나요? 삼촌(고모, 이모, 삼촌, 외삼촌 등)이나 다른 친족, 혹은 인척이 아닌 사람이 키우는 경우는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이혼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혼자서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애초에 '결손 가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결손 가족'이라는 내용을 표기할 필요가 있다면, 이를 풀어서 '어머니 단독보호자 가정', '아버지 단독보호자 가정', '조부모 보호자 가족'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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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변호사님!!!!!!!!!!!!!
제가 어제 박변호사님을 가즈아에서 언급했었는데!!! 돌아오셨군요!!!!!!
넘나 반가워요!^ ^
그리고 이렇게 좋은 글 감사합니다. 늘 조심해야한다고는 하는데 실수하는 부분이 생기더라구요... 단어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니까요~

반갑습니다 킴쑤님ㅎㅎ 근 한달간 일이 너무 바빠져서 스팀잇에 소홀했어요ㅠㅠ 나선결 한번에 몰아보기 했네요ㅋㅋㅋ

리스팀 합니다

헤 감사합니다.ㅎㅎ

기자분이 잘 안알아보고 기사를 썼나본데요 ㅎㅎ

서울시 보도자료를 받아서 쓴것 같아서 이번엔 기자 탓 하기도 애매한것 같습니다.ㅠ

전부 동감합니다.

결손가족, 편부 편모를 입력해야 하는 칸을 없애는게 중요하지 저걸 다른 단어로 바꾼다는게 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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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하신 문제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순화' 방향으로 가려는 경향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오 뭔가 실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만한 단어들을 짚어주니까 좋다고 생각했는데.. 허점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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