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 측정장치2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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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부리나케 회사 보건실로 달려갔다. 회사의 유일한 <괴로움측정장치> 가 있는 곳이었다. 그는 서둘러 측정 패치를 붙이고, 버튼을 눌렀다. 긴장되는 순간. 삐릭 소리가 들린다. 결과가 나왔다.
85점.
그는 만족할 수 없었다. 겨우 이정도로는 안돼. 이정도로는. 이렇게 조금씩 올려가지고는 90점에 결코 도달할 수 없어.
그는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벌컥 들이켰다. 혀가 다 데고 그는 켁켁거렸다. 하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다. 다시 측정.
86점.
그는 조급해졌다. 위층으로 내달린다. 뒤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상관없어. 내가 제일 힘들다는 걸 인정받지도 못할 거라면, 내가 왜 이따위 회사 다녀야 해.

속이 너무나 쓰리다. 3층에서 다시 점수를 재 보니 여전히 86점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는 창문을 열었다. 그래, 이정도 높이라면 죽진 않겠군. 머릿속이 쿵쾅쿵쾅, 왕왕 울린다. 이제 그는 속이 쓰린 건지 머리가 아픈건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어어? 순간 균형을 잃었다. 그는 문득 중력의 방향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추락하고 있다.
콰당. 소리는 들렸는데 별 느낌이 없다. 하늘을 바라본다. 색이 왜 노랗지? 그 순간 엄청난 고통이 엄습해 온다.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 너무 아파서 아무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그는 뻐꾸기 새끼처럼 입만 커다랗게 벌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든다. 이봐요, 괜찮아요? 대체 무슨일이에요? 저기, 여기 119좀 누가 불러봐요!
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그의 목적을 잊진 않은 모양이다. 기특한 A같으니라구! 그는 인간 의지의 표상이라 할 만 하다. 그는 절뚝거리며 일어나 다시 회사 안으로 걸어들어가려 한다.
아니, 당신 다리가 부러졌잖아요! 움직이면 안돼요!
주변의 격한 만류도 소용없다. 그는 몸부림친다. 안돼, 지금이야말로 기회야. 분명 지금 측정하면 이길 수 있어!

119가 도착했다. 몸부림치는 그를 건장한 대원들이 들쳐업고 구급차에 쑤셔 넣는다. 그는 마구 소리를 질러 댄다.
그 때, 그의 눈에 띈 것이 있다. 구급차 안에 있는 <괴로움 측정장치>. 그는 잽싸게 움직

채원 이, [12.02.18 22:57]
여 패치를 집어들고 몸에 붙인다. 미처 대원들이 만류하기도 전에, 장치의 작동 버튼을 누른다.
89점.
그는 납득할 수 없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단 말이야. 도대체 왜 인정해 주지 않는 거야. 그는 울분에 차 괴성을 지른다. 그 때 꿰뚫리는 듯한 통증이 그의 위에서 느껴진다. 그는 순간 기절하고 말았다.

90점.


F는 동네에서 작은 카페 하나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는 삶이란 참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커피 향을 맡으며 동네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일을 정말로 좋아했다.
어느날 그는 동네 사람 하나가 들려준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사람들이 요즘 SNS에 자기 괴로움 수치를 올리고 그걸로 관심을 받으려고 하더라구요. 참,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F는 그런 세태에 뭔가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어느 날, 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괴로움 측정기계> 가 눈에 띄었다. 그는 며칠 전 이야기가 떠올라, 자신도 측정해 보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점수에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럴수가.
그는 문득 자신도 이 점수를 SNS에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집에 들어온 후, 그는 짧은 멘트와 함께 그 사진을 올렸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그는 그의 스마트폰이 댓글 알림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와, SNS란 건 참 대단하군. 이래서 소통의 장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나 그는 댓글들을 확인해 보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와, 당신이야말로 정말 힘들어 보이네요. 도대체 뭘 하시길래 그렇게 힘드신가요.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음, 이건 내가 받을만한 멘트가 아닌데? 뭔가 이상하군.
그는 다시 자신이 올린 사진을 확인하고서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아이고 이런. 사진을 뒤집어 올렸네. 이런 실수를 하다니.
06점.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데 말야. 참 삶이란 재미있는 것 같아. 이런 실수들조차도 우리 삶을 즐겁게 만들어주니 말이야.
그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그가 올렸던 멘트를 조금 수정해 다시 올리기로 했다.

저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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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지 않은 삶은 언제나 옿까요?

울림이 있는 글이네요 :)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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