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만큼 '복수'도 중요하지 않을까

in #kr7 years ago

전쟁을 하는 중간에도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

이게 되게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인간은 (언제나처럼) 잔머리를 굴린다. 사실 그렇지 않나. 전사자를 숭배하는 이미지 속에서 국뽕에 차올라 자원한다 해도 막상 현실은 그게 아니니까. 전쟁에 이겨서 생기는 명예는 내 몫도 아니고.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돌이키게 된다. 전쟁이 길어지면 현장에 있는 장병들은 속이 복잡해진다. 그러다보면 무작정 돌격 앞으로 하지 않는다. 적군과 그들 사이의 암묵적인 규율이 생긴다. 식량 배급 시간에는 가급적이면 공격하지 않는다든지

크리스마스에는 건드리지 않는다든지. <협력의 진화>라는 책에는 그런 사례도 나왔다. 양측의 군사들이 허공에 대고 총을 갈겨서 윗사람들에겐 열심히 싸우는 척하면서 실상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는 양상. 총 쏘는 패턴에서 살짝 삐끗했더니

상대편 독일군 병사가 갑자기 팬스 위로 펄쩍 올라와서 '미안하다. 실수였다'고 말했던 케이스. 진짜 기이한데 기이하게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병사들은 지난한 전선에서 서로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협력하는 양태를 보였던 게다.

이게 그냥 가능한 일은 아니다. 만약 누군가 이 암묵적인 규칙을 깨고 불쑥 참호에 공격해들어온다면? 규약은 깨진다. 심지어 그냥 깨지는 정도가 아니라 배신(?)당한 쪽에서 더 강하게 상대편을 조지려든다. 단순히 공격에 대한 강한 방어가 아니라

서로 안심하는 환경을 마련했는데 그걸 깨트린 데 대한 더 강한 '복수'에 가까웠다. 피차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지키던 선을 조금만 어기면 어떤 파탄이 나는지 아니까 더 조심스럽게, 긴밀하게 협력하는 셈이다. 복수의 후폭풍을 아니까 간절하게 타협한다.

블록체인 위에 인센티브 구조를 얹자는 말이 자주 나온다. 게임이론이라든지 뭐 그런 어려운 말이 나오지만 결국 명제는 하나, 이 정원에 머무는 것이 더 강한 보상이 되도록 만들 수 있느냐. 그래서 현재로선 투기가 욕먹을지언정 완전 물러나진 않는다.

지금의 가치, 인센티브를 유지하며 사람들을 붙잡을 근간으로 투기만큼 마땅한 게 없는 까닭이다. 뭐 그건 그렇더라도. 전선에서 서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이득을 취하는 방향으로 협력하는 게 인센티브 구조의 강력한 유인이라면

이들이 두려워해야 할 '복수'는 무엇일까. 생태계가 다 같이 망해서 여기에 들인 비용을 모두 날려버리는 것? 블록체이너들이 궁극적으로 가장 두려워 할 결말이겠으나 글쎄. 어차피 여길 떠받치는 투자자한테는 '먼저 도망치라'는 신호로만 읽힐 수도.

서로를 excuse해주는 이 진영에서 인센티브만큼 복수가 중요하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아마도 탈중앙화한 생태계인만큼 이 복수라는 게 가능할까도 아리송하고. 생태계에 선한 행동을 띄우면 사람들이 자연히 거기로만 흘러갈까, 그조차도 의문이다.

하여튼 새롭고 흥미로운 매커니즘이라서 부족하게나마 야금야금 배우는 중! 내 상상력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지구 어딘가의 똑똑한 사람이 뭔가 하겠지ㅎㅎ'라는 무책임한(!) 맴이다. 실제로 블록체인이란 거버넌스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나오고 있으니 뭐.

여러 결을 가진 사람들에게
건실하고 진실한 대화를 건넬 줄만 알아도
반쯤 성공 아닐까?! 정직하게 소처럼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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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두려워해야 할 '복수'는 무엇일까. 생태계가 다 같이 망해서 여기에 들인 비용을 모두 날려버리는 것? 블록체이너들이 궁극적으로 가장 두려워 할 결말이겠으나 글쎄. 어차피 여길 떠받치는 투자자한테는 '먼저 도망치라'는 신호로만 읽힐 수도.

공감합니다. 그리고 빨리 빠져나간 판단력을 자찬하겠죠..

그렇게 단타의 물결은 계속 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비판적이었지만 또한 이렇게 활발하게 단타치는 사람이 없었다면 이 생태계의 벨류가 여기까지 끌어올려졌을지..! 양날의 검처럼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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