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환풍구에 꽂혀있는 수많은 나비를 보았다

in #kr6 years ago

my artless essay.jpg

하루 두시간은 너끈히 버스승객이 되고 있는 요즘,

지하철역에 나비들이 널려 있는 걸 보았습니다.

아니, 이 계절에

샛노랗게 물이 든 나비가

저렇게나 많이 앉아 있다니..

다음날 자세히 살펴 보니,

그건 나비가 아니었습니다.

떨어진 은행잎이 지하철 환풍구 틈틈에서

조로록조로록 손을 맞잡고

바람결에, 지나는 차결에

마치 나비의 날개처럼 팔랑이고 있던 거였어요.

나비인 줄 알았던 맘이 잠시 서운했지만

가만보니 그 날개짓은

나비보다도 더 갸날프게 들렸습니다.

따뜻한 계절에 새싹을 틔어 한여름 청춘을 휘날리다가

주름진 단풍으로 가을을 비껴내고

그리고는 찬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낙하하여

쳐다보는 이 없이 생을 마치기 일쑤인

또 하나의 생명.

파르르 작은 몸짓을 흡사 나비같이 떨구더라도

생명 연장의 꿈은 사람의 그것과 같아 보였습니다.

시간이 되면

계절이 지나면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일부인 것을.

오늘도 지하철 환풍구에는

수많은 나비가 팔랑이고 있었습니다.

Sort:  

어머 은행잎을 보고 이런 글을 쓰시다니 마음이 이쁘신거 같아요 . 잘 보고 갑니당 ^^

생각이 많네요. 감사합니다.^^

클레어님 kr-join 은 이제 안쓰셔도 되고요 대신에 디클릭이라는거 써보세요~
https://www.dclick.io
여기 가서 글 작성 하시면 되요 :)

이건 또 뭔가요?? 얼른 가봐야죠~ 감사합니당^^

Congratulations @clarejh!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made more than 10 comments. Your next target is to reach 50 comments.

Click her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Trick or Treat - Publish your scariest halloween story and win a new badge
SteemitBoard notifications improved

Support SteemitBoard's project!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Coin Marketplace

STEEM 0.26
TRX 0.20
JST 0.038
BTC 95102.79
ETH 3574.19
USDT 1.00
SBD 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