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번3

in #kr6 years ago

my little trip.jpg

이번 여행에서 타잔맘의 가장 큰 기대거리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입니다.

바다라면 인천부터 제주까지 눈안에 넣고 다닐 만큼

바다에 중독이 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멜번에서 서쪽으로

몇 백킬로미터의 해변을 따라 쫘악~ 펼쳐진

말 그대로 바닷가 길이랍니다.

그날 아침도 영화처럼 맑았습니다.

전날처럼 오후에 또 사막형 구름이 덮을 진 모르겠지만,

서울과 부산만큼의 먼 길이므로

당일에 계획을 마치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죠.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향하여

멜번에서 웨스트 게이트 브릿지를 건너서 오른

왕복 4차선의 하이웨이는 초원을 가로질러 닦은 모양입니다.

이 긴 도로를 따라 양옆에 펼쳐 놓은

초록 양탄자의 끝은 하늘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 양탄자의 색깔은 정말로 진하고 깔끔해서

마치 초록물감을 쏟아 부은 것 같습니다.

자연의 풍요로움에 여유있어 보이는 양들과 소들,

드문드문 보이는 말과 에뮤까지.

이런 곳에서 살면

날마다 날마다 미소가 얼굴에 묻힐 것 같습니다.

론에서 수제버거로 점심을 하고 두어시간 쯤 달렸을까요?

전날처럼 사막을 하늘에 올린 듯한 구름이 밀려오는데

이미 왕복 2차선으로 좁혀져 있던 도로위에

드디어 에버랜드 사파리에라도 들어가는 듯한

소박한 환영간판이 보입니다.

아직 바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숲속에서 도저히 바다가 나올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방심한 틈을 타 바다 한구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인천 앞바다같습니다.

아니, 정동진 같군요.

아니 이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는 표현,

설마 그럴 때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럴 때 쓰라고 있는가 봅니다!

시야에 걸릴 것 없는 바다와

시퍼런 바다끝자락까지 내려와 있는 푸릇한 산 끝자락,

한겨울 설악에 덮인 눈같은 거대한 구름덩어리!

세상에 어떻게 이런 묘한 조화가 있을 수 있는지..!!!

"이건 시작도 아니야"

타잔아빠가 벌써부터 도취된 타잔맘을 깨웁니다.

영악한 갈매기들에게 과자 몇 점을 뿌려주는 재미에

타잔은 갈 길이 기대되지도 않습니다.

본격적인 광경이 펼쳐집니다.

어느새 떨어지는 빗발이 와이퍼에 걸려 뭉그러지는데

바다는

하늘같아지고

산같아지고

아무것도 없는 세상같아집니다.

처음 들어보는 포효만이

그가 바다임을 기억시키고 있습니다.

눈물까지 나오려 합니다.

바다에 흡입되어 무서워 지려는 찰나,

이번에는 느닷없는 밀림입니다.

방송이나 영화에서 봤던 아마존의 정글처럼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는

그야말로 정글입니다.

바닷가에 이런 밀림이 있을 수 있다니,

바다에 눌린 기세가

이번엔 올려다 보기도 힘든 숲에 눌립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밀림의 외길,

지나가는 차한대도 보이지 않는 적막함 중에

반가운 표지판 하나 발견합니다.

노오란 바탕에 캥거루 한마리가 뛰고 있습니다.

아~ 캥거루 보호 구역이라는군요.

실제로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숲에는

캥거루들이 잘 나타난다고 합니다.

차가 지나는지 모르고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치여 죽는 일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나 타잔 가족은 다행히도(?)

밀림을 빠져나오는 동안

캥거루 꼬리조차 구경못하고 말았죠.

목이 아프도록 쳐다보지도 못할 숲속에서 무서워진 타잔에게

타잔아빠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합니다.

"여기 티라노 사우루스 나올 것 같다, 그치~~~?"

공룡박사 타잔은 갑자기 심각해 집니다.

"아빠 여기 정말 티라노 사우루스 사는데예요?"

호기심 반 무서움 반의 얼굴입니다.

"그럼 저쪽에 있는지 내려서 볼까?"

"안돼요~ 우앙~~~"

순식간에 눈물바다까지 맞았습니다.

공룡박사 타잔은 실은 겁이 무지하게 많거든요.

겨우 수습해서 사진을 찍긴 했는데

결국 타잔은 엄마아빠에 안겨

땅에 발도 붙이지 않고 찍었답니다.

다시 빗발이 세어졌습니다.

그래도 목적지까지는 가야죠.

왼손으로 바닷물을 튕기고

오른손으로 나무가지를 헤치며

해가 질 무렵에서야 다다른 곳,

귀가 마르고 닳게 들어온 Twelve Apostles 입니다!

세운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깨끗한 안내소를 지나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외겹모자에 맡기고

오는 내내 못보았던 인적을 스치며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바다가!!!!!!

숨이 막혀 잠시 파리 날아다니는 소리가 납니다!

다시 바다의 포효소리가 들리며 제정신으로 돌아오니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습니다!

1킬로미터가 넘는 낭떠러지..

몇천만년의 신비를 쌓은 퇴적층인 절벽이

바다끝을 따라 눈에서도 아스라히

끝도 없이 이어져 가고 있고

절벽 앞으로 몇백여 미터 멍이 든 바닷물속에는

몇만년 전에 떨어져 나왔을지 모를 12개의 기암괴석들이

절벽을 따라 나란히 바다를 압도합니다!

아주 오랜 세월동안

바다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침식되어진

자연과 신의 선물이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되는 모습!

마치 쇄락해 가는 인간들이 감히 넘보지 못하는 성역같은.

떨어져 나간 열두 사도들이

바다속으로 끝없는 고해를 지고 가는.

그래서 '열두 사도' 라 했을까요?

세상엔 이런 일도 있습니다.

이런 바다도,

이런 감동도.

그레이트 오션로드,

그야말로 great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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