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가상화폐 정책 비교
가상화폐(암호화폐)의 거래는 각국의 법제화의 방향이 정해지면서 점차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초기 소수 투자자만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서 투자했던 상황이라면 높은 배수의 투자 수익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제는 일반 대중들까지 관심이 확산되면서 과거와 같은 고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비트코인도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시세가 횡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여전히 한화 기준으로 약 150조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또 최근 G20의 가상화폐에 대한 우호정책 기조가 발표되면서 다소 반등을 하는 추세입니다.
각국은 이러한 가상화폐의 열풍에 대해 저마다 자국의 경제 상황과 금융 통제에 대한 정책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견해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처럼 통합되는 세계화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국가 간의 입장 차이는 투자금의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규제 일변도의 국가로는 중국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함께 신규 가상화폐의 ICO(가상화폐공개, 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규제하고 있고, 나아가서 거래소와 채굴장을 전면 폐쇄하는 강경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달 9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인민은행장인 저우샤오촨은 지속해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규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음성적인 채굴과 거래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고액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기존 투자자들에게 해외를 경유한 거래를 알선하는 시도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또 중국 내 합법적인 운영을 하던 거래소들이 규제 방침을 피해 속속 해외로 이전하고 있어서, 정부의 규제 방침이 중국 내 가상화폐 관련 거래의 위축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풍선효과를 막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만약 중국 정부가 전향적으로 가상화폐 거래 및 ICO 절차를 합법화로 유지했다면, 그 거래 규모 면에서 세계 가상화폐 시장의 판도를 주도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서는 기존 통화 체계를 위협할 정도의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가상화폐의 투자 열풍을 규제하는 것으로 선명한 정책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이유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이 위축된 케이스입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가상화폐를 인정하는 선에서 일정 부분 진흥 정책을 펼쳐왔었습니다. 이런 정부의 방침에 따라 다수의 거래소가 설립되어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었습니다. 거래소는 소정의 법적 절차를 밟아 정부의 인가를 받는 합법화가 보장되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투자를 끌어내는 데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인가 거래소가 15여 개가 될 만큼 가상화폐는 일본 내 투자 아이템으로 부동자금을 끌어드리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해킹 사고로부터 이러한 우호 기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1월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체크가 해킹 사고로 인해 투자자들의 위탁 코인을 한화 기준으로 약 5800억 원 도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허술한 보안 체계와 관련 법규 미비에 따른 예고된 사고라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이를 방조한 일본 정부와 거래소 운영 기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자, 일본 정부 기존의 진흥 정책을 철회하고 규제 방침으로 급선회하게 됩니다.
일본 당국은 관련 업종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하여, 2곳의 거래소에 대한 업무정지 조치를 하기에 이릅니다. 또 신규 가상화폐의 ICO에 대한 추가 규제안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4년 전에 역시 일본에서 발생했던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역시 해킹 사고로 인해 파산했던 기억까지 다시 주목받으면서 피해의식은 더욱 퍼졌습니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란 위험성이 크다는 공식이 강력하게 각인되며 당분간 투자 열풍이 되살아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합법적인 규제를 통해 제도권 안으로 가상화폐의 통제를 이어나가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등록제의 강화입니다.
이를 통해서 투자자에 대한 보호를 이뤄낸다는 것인데, 선물거래위원회에 가상화폐를 상품으로 등록하면서 그 관리 감독의 수준을 기존 주식시장의 요구사항 정도로 높게 설정한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스위스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ICO 대부분을 양분해 온 미국이 이러한 관리 감독의 법안 적용을 확대하면서 과거와 비교하면 양적인 성장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합법규제의 관점에서 미국의 이러한 정책 방향이 전 세계적으로 일종의 가이드가 되는 선점 효과가 두드러지고, 마련된 법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다시 성장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합법규제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우리는 미국 당국의 정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눈에 띄는 뉴스로는 지난 2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회의 결과를 들 수 있습니다.
G20 재무장관회의가 가상화폐를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에 따라 거래소의 주요 가상화폐가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가상화폐에 대한 적극적인 우호 기조라기보다는 별다른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선에서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즉, 가상화폐가 아무리 가치를 높여나가더라도 전 세계의 GDP 기준으로 보면 채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진단이 내려진 것입니다.
하지만 애초 규제 정책으로 각국 대표들의 입장이 정리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고 이와 같은 선에서 회의의 결론이 나면서, 이제는 각국의 후속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중국과 같이 거래서의 실명제를 도입하거나 ICO를 전면 규제하는 것으로 규제 방침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ICO 금지를 피해 해외 법인을 설립한 뒤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 모집에 성공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규제의 실효성에 구멍이 뚫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미래 산업에 대한 정책 부재가 오히려 글로벌 시장의 발전 속도에 괴리되어 나타나는 일종의 퇴조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거래소 자체에 대한 전면폐지까지 논의되었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로 넘어오던 시기와 비교하면 다소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정부 내에서도 가상화폐 법제화를 보강하기 위한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 시장이 하나의 권역으로 밀접하게 묶여서 돌아가고, 우리 기업들이 새로 확장된 시장에서 제 역량을 발휘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전면금지로 정책의 한계를 짓기보다는, 합리적인 규제와 투자자 보호, 그리고 관련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진흥을 모두 고려한 정책 통해 가상화폐 분야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오히려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