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흔드는 손, 마르틴 젤마이어

in #kr7 years ago

관련 기사: Deutscher wird oberster Beamter der EU-Kom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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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2014) 당시 젤마이어와 융커

http://www.faz.net/gq5-97dnu 유럽을 흔드는 손, 마르틴 젤마이어

이쯤 되면 또젤(또 젤마이어?)이란 말을 해도 될 법 하다. 마르틴 젤마이어에 대해서는 몇 차례 거론한 적 있다(참조 1). 궁극적으로 EC를 움직이는/움직일 인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생사고락을 같이 해 온 장-끌로드 융커 입장에서 젤마이어는 자신의 레거시를 계속 이어나갈 최적의 인물이다.

다만 브뤼셀에서의 이미지는 하우스 오브 카드에 나오는 FU(프랭크 어카트? 프랭크 언더우드?)와 동일하다. 충성 요구, 상의하달, 협박, 언론 이용술에 능수능란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메이를 괴롭혔던 작년 5월의 만찬 건을 보자(참조 2). 당연히 융커가 의도한바도 있었을 테고, 독일 총리실도 융커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젤마이어가 진짜 누출범일 수 있다는 얘기다.) 브렉시트 협상 대표로 (커미셔너들과의 협의 없이) 미셸 바르니에를 임명한 것도 젤마이어 작품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 뿐이랴, 젤마이어는 일부러 잘못...이라기보다는 설익은(!) 정보를 미리 언론에 살짝 뿌리고 간을 재본다. 여기에 낚이는 건 언론만이 아니다. 젤마이어에 반대하는 브뤼셀 내 여러 인물들이 낚여서 죄다 떠나야했다. 그래서 젤마이어를 싫어하는 분위기도 여기까지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참조 3).

다만 장-끌로드 융커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 대신 EC 사무총장(Secretary-General, 말 그대로 각 커미션을 총괄한다)으로 젤마이어를 임명했다(3월 1일부터 임기 시작). 유럽연합 공무원으로는 최고위직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이 사무총장 직에는 임기가 따로 없다. 최초의 사무총장이었던 에밀 노엘(Émile Noël)은 약 30년동안 사무총장이었고, 1957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불과 6명 밖에 없었다.

왜 지금? 유럽 의회 선거가 2019년에 있기 때문이다. EU는 2014년부터 선거 제1당 대표가 EC 의장이 되는 체제로 바뀌었었다(참조 4)? 물음표를 쓴 이유는 융커에 대한 희망고문이 이어졌던(참조 5) 체제가 아직 안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정상합의체(EC)가 말 한 마디로 EC 의장 후보를 (여전히) 바꿔버릴 수 있다(참조 6).

즉, 어차피 다음 선거에 안 나서기는 하지만 융커 입장에서는 EC를 확실히 장악해 놓고 다음 선거에 임하는 편이 좋다. 게다가 EC 커미셔너(장관급)만이 아니라, ECB, 유로그룹 의장 등 여러 자리가 한꺼번에 빈다. 여기 저기에 융커를 이을 만한 인물들을 심어 넣어야 한다(...젤마이어의 인물들부터 들어간 듯 하다. Paraskevi Michou나 Mina Andreeva 등등. 참조 7).

다만 "또독(또 독일?)"의 우려가 여기저기 있다고 한다. 안그래도 메르켈이 유럽을 다스리고 있고, ECB까지 옌스 바이트만(참조 8)이 유력하다(부의장 자리가 스페인으로 갔기 때문이다). EU 외교 문제 · 안보정책 고위대표의 사무총장은 Helga Schmid, 유럽의회 사무총장인 Klaus Welle. 유럽연합이 무슨 은영전의 은하제국인가? 라인하르트만 나오면 되겠네?

이게... 꼭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젤마이어는 이미 독일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리스 지원 문제로 볼프강 쇼이블레와 격론을 벌인 인물이기도 하고, 메르켈의 희망고문과 싸웠던 인물이 바로 젤마이어였다. 하지만 외부인들 시각에서 그는 독일인일 뿐(기사 제목을 봐라).

자... 융커의 배려였을지, 젤마이어의 요구였을지는 몰라도 일단 EC를 그가 장악한 것은 진실이다. 융커 다음의 EC 의장으로 융커의 레거시를 이을 인물이 안나온다면... 그는 아마 자끄 들로르 이후, EU 최대의 흑막(?)으로 유럽을 운영할 인물이 될 것이다.


참조

  1. 마르틴 젤마이어와 닉 티모시(2017년 4월 13일)
  1. 융커, 메이와 식사를 하다(2017년 5월 4일)
  1. Martin Selmayr, le «monstre» de Bruxelles(2018년 2월 22일, 스위스 언론에 유의)

이게 무슨 얘기냐면, 유럽 단일 시장과 스위스 증권 시장의 동등 접근성(équivalence boursière) 부여는 원래 기간 무한정으로 합의가 갔었다가(2017년 11월), 갑자기 올해 초 "딱 1년"으로 바뀌었다. 스위스가 무척 분노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스위스는 뒤에 젤마이어가 끼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을 염두에 두면, 1년 한시 허용은 이해가 간다. 패스포팅과 더불어 생각해야 할 주제다.)

여기에 대해 EU 회원국들도 너무하다 싶어서 11개국(영국!이 포함)이 EC에 탄원서를 제출했었다. 물론 효과는 없었다. 참조: Onze pays européens au secours de la Suisse sur l'équivalence boursière(2018년 1월 30일)

  1. EC 의장(2014년 5월 29일)
  1. 융커에 대한 희망고문(2014년 6월 3일)
  1. Tractations à Bruxelles en vue des élections européennes(2018년 2월 22일) 리스본 조약은 여기에 대해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그룹을 고려한다... 정도로만 하고 있다.
  1. How Martin Selmayr became EU’s top (un)civil servant(2018년 2월 22일)

  2. ECB 왕좌의 게임(2018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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