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1.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해가 지고 나서야 눈을 떴다. 밍크는 내 기척을 느끼곤 산책 갈 시간이라고 내 얼굴을 핥으며 나를 깨웠다.
속이 더부룩했다. 아무래도 식빵을 잔뜩 먹은 채 잠에 든 것이 이유인 것 같다.
밍크에게 억지로 끌려 나와 강가의 공원 잔디밭에 주저앉았다. 이곳의 밤거리는 평화로웠다. 풀 냄새, 떨어지는 물소리, 하늘을 수놓은 별, 맨발로 밟은 잔디, 물에 비친 조명. 이곳엔 나의 선호 투성이었다. 그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얹혀있던 식빵은 더 이상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2. 졸업 후, 나는 식빵을 잔뜩 먹은 채 잠에 들었다. 부족한 대화로 굳어가는 사유, 아는 것이 거의 없어 매일 저지르는 실수, 사는 데 방해만 되는 불필요하고 시시한 짓거리들에 소진되는 체력,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두려움 따위가 내 뱃속에서 가득 뒤엉켜 얹혀 있다.
속이 더부룩하다. 아무래도 식빵을 잔뜩 먹은 채 잠에 든 것이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억지로라도 끌고 나와 밤거리에 마주 앉아 선호를 나눌 존재가 없다. 어쩌면 이번엔 내가 내 머리채를 잡아야 하는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해가 밝기 전에 조금은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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