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 영화다, 일단. 도대체 왜 그럴까.
영화를 딱 보고 나서 느낀 것은 이것은 정말 모두가 봐도 될, 정말 쉽고 순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런 영화를 보고나서도 이것은 없는 일이다, 아니면 그게 뭐 별거라고, 등등의 갖가지 반응들을 보고 나면 우리 사회가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을지 걱정이 든다.
조금이라도 급진적이거나 극단적인 면이 하나도 없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페미니스트 적인 측면이 하나도 나온 구석이 없다. 그냥 다큐멘터리처럼 잔잔하고 있는 그대로의 것들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까는 사람들은 제대로 영화를 보기라도 했는지 의문스럽다.
남녀노소 세대불문 온 가족이 가서 봐도 될만한 내용이다.
일단 정유미가 너무 연기를 잘한다. 너무 잘하셔.
좀 울기도 울었다. 저절로 막 나오더라..
내가 가장 슬펐던 장면은 엄마와 김지영이 전화로 통화를 하는데 엄마가 김지영보고 밥 먹었냐고 물으니 지영이 애기 먹이면서 같이 먹었다고, 엄마는 먹었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요즘 너희 아빠 아침 챙겨먹으시지 않느냐, 그래서 엄마도 먹게 된다. 이렇게 말을 하고 둘다 잠시 침묵을 지키는 장면이었다. 아주 짧게 지나간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이 너무 슬펐다.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식사를 차려 먹지 않는 이 여성들. 누군가를 위해 차릴 때 자신의 식사도 먹게 되는, 종속되어 있는, 이 장면이 너무 슬펐다. 둘도 이것을 알아채서 잠시 대화를 멈춘 것이었겠지.
솔직히 정대현이 거기서 왜 펑펑 울었는지는.. 거기서 약간 꼴깝이라고 생각했다. 니가 왜 쳐울어.. 그런 생각이 약간 들었는데 김지영이 오빠 많이 힘들었겠다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장면에서 좀 그랬다. 지금 김지영이 남편한테 미안하다고 해야하나? 꼭?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좋은 영화이다. 모두 한번씩은 꼭 보고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