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계 비소유 입증- 과연 가능할까
딱히 누구를 저격하는 글은 아닙니다만, 글감이 되기는 했습니다. 최근글을 조금만 보시면 바로 추론이 되시겠습니다만, 아무튼 시작합니다.
#0 오래되지 않은 옛날에 부계추적에 열을 올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탐정이라도 된듯한 기분에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고 필요 이상으로 상처를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잊고싶은 과거지만 그때 사용한 부계 추적방법은 보팅패턴, 리스팀, 팔로우/팔로워, 거래소 거래기록 등이었는데요,
이것들은 불완전한 추정법이고 계정주인의 동일성을 주장하기에는 약한 추적법입니다. 이렇게 추적하다가 거래소 아이디를 같이 썼던 다른 분을 건드려서 큰 상처를 드린 일도 있었죠. 이 글을 보고계시진 않겠지만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팀잇에서 창출하는 사실상의 수익이 어디로 향하는가 - 이것은 부계와 본계 사이의 연결고리를 의심하는 데는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1 물론 부계를 돌리는 것은 별 일이 아닙니다. 스팀잇은 한 사람이 하나의 계정만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 부계를 돌리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고, 어떤 프로젝트나 실험을 해보기 위해 계정을 파는 일도 꽤 많습니다. 몇 스팀과 스팀파워 임대로 가계정을 만들어주는 사이트도 있으니 말이죠.
그런데 이 가계정이 도배를 한다면...
#2 이전에 썼던 글 중에 스팀잇에서 평판의 가치와 창작자의 평판이 창작물에 대한 보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평판은, 매기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이중성이 드러날 때 조져진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어뷰징을 지탄하는 글을 올리면서 그 부계는 도배를 하더라. 이건 좀 깨죠
#3 딱히 누가 어뷰징이라고 욕하는걸 들은 건 아니지만, 한 계정이 제 똥글을 리스팀한 걸 봤습니다. 댓글 도배와 맞팔 요구, 사람마다 문턱이 다르긴 하지만 제가 보기엔.. 스팸입니다.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 대놓고 욕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팔로우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냥 대충 넘기겠죠. 실제로도 그냥 넘겼고요. 그러다 문득 다른 분의 글을 보고 이렇게 모든 게시글마다 같은 댓글을 달아서 얼마나 벌었는지 구경이나 하자 싶어서 블로그에 들어가봤습니다.
그리고 제 똥글이 리스팀된것을 보았죠.
#4 첫 감정은 창피였습니다. 누가 이런 쓰잘데 없는 글을 리스팀했는가. 아 앞으론 똥글 그만쓰고 의미있는 포스팅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타임라인을 계속 넘겼는데
끝이었습니다. 다른 계정 게시글의 리스팀은 없더군요.
순간. 제 부끄러운 과거가 오버랩되며, 누군가 이 도배에 짜증을 느낀 사람이 있어 누가봐도 가계정인 이 계정을 보고 본계를 추적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추적한다면 - 용의자는 유일한 리스팀인 이 계정뿐. 모골이 송연해지더군요.
누군가 나를 도배 계정의 본계로 지목한다면, 나는 이 계정이 내 소유가 아님을 입증할 수 있을까.
#5 먼저 현실에서 이런 일이 있을때는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봤습니다. 알리바이, 즉 현장부재 입증은 웹상에서는 소용되지 않습니다. 도배 계정이 게시글을 올린 시간에 내가 다른 게시글을 올렸다는 것은 미리 글을 써둘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글을 올릴 수 있는 스팀잇에서는 무효합니다.
그렇다면 사건으로 이득을 본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어느정도 당연한 추론은 어떨까요. 스팀잇은 독특한 형식의 DPOS 고 포스팅의 보상은 창작자의 의사와는 어느정도 무관하게 책정됩니다. 리스팀으로 이득을 보았건 보지 않았건 이득이 발생했을 거라고 추론하는 것을 반박할 방법은, 아무래도 없어 보였습니다.
#6 좀더 대놓고 이야기하자면 나는 가계정의 오너 키를 '모른다' 는 사실을 입증할 방도가 없습니다. 어디서 접속했는지 IP 추적을 하고 대조해서 보여줄 능력도 없고, 대조한다 한들 VPN 대국 한국에서 IP 가 다름은 딱히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인터넷상에 최저한의 신상만을 밝히는 주의기 때문에 내가 나의 독립성 - 한 아이디만 있다!- 고 주장할 근거는 오직 아이디가 다르다는 객관적 사실 하나, 그리고 그간의 활동들밖에 없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부계정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포스팅한 적도 있었군요. 이거 참 어렵습니다. SMS 를 대신 받아주는 사이트를 통한 스팀잇 가입은 이메일 확인메일 이후 계정 생성 메일이 다시 오지 않아 부계 생성에 실패했지만, 이 또한 메일이 '오지 않았음'을 입증하기는 꽤 어렵습니다. 난제입니다.
#7 다른 사람들이라고 마땅한 방도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부계를 돌리는 사람이라면 딱 이 부계만 돌린다는 사실을, 부계를 돌리지 않는 사람은 나는 부계를 돌리지 않음을.
입증할 방도가 있을까요? 어느정도 개인정보를 오픈해둔 사람이라면 가계정과의 개인정보 대조를 해볼 수도 있지만 가계정이 개인정보를 흘리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이득을 본 적 없으면 이득을 먹여주면 됩니다. 아무 관계없는 사이지만 송금까지 보내주면 금상첨화네요. 돌려줘도 받은 기록이 남습니다. 부패 정치인의 로비 정황을 파내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가 스팀잇의 지갑 거래기록 오픈을 본다면 세 번 엎드려 절할 겁니다. 한 발짝만 더 나가면. 평판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방도도...
#8 심연을 들여다본 자, 심연도 너를 들여다볼 것이라 했던가. 점점 괴물이 되어갑니다. 다른 유저들이 느낄 가계정에 대한 분노와 비난을 생판 다른 계정 쪽으로, 부인하기 힘든 방향만 골라 흘리는 방법이 점점 정교해집니다. 여기서 멈춰야겠습니다.
#9 이 일은 전혀 다른 형태의 사이버 테러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플랑크톤에서부터 흰긴수염고래까지, 평판을 타겟으로 한 테러가 이렇게 쉽습니다.
모름을 입증하기 어려움이 이렇게 무겁습니다. 어렵습니다. 무엇을 밝혀야 가계정과 관련이 없음을 밝힐 수 있을 것인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여러분들에게도 화두를 남깁니다. 가계정 A를 파고들었을 때 이 가계정으로 이익을 본 계정 B가 나온다면 - B 의 해명은 어디까지 유효할까요? 관계없음의 증명은 무엇이 가장 적절할까요?
와.. 심도있는 포스팅이네요.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부계정이라니..
약 5(?)분여간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도무지 입증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네요..
실제로 부계정의 본계정 리스팀으로 인하여
본계정이 수혜를 받아버린다면 그건..
빼박.. 아닐까요..ㄷㄷ
그렇죠 저도 빼박이라 믿었고 그렇게 추궁했고 그렇게 상처입힌 경험이 있어서.. 다른분들도 당연히 본계를 추적해보면 이 계정이 나올거라고 믿고 써본 글입니다
어렵네요
익명성은 양날의 검.
딱 맞는 댓글이네요!🤠
짱짱맨은 스티밋이 좋아요^^ 즐거운 스티밋 행복한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