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황제궁 옆 마로니에 농장

in #kr7 years ago

DRkImObVAAI636j.jpg

작가 : 정연, 표지 출처는 트위터의 @gcmzi 님이십니다.
https://mobile.twitter.com/gcmzi/media

어쩌다보니 이번에 리뷰할 책도 로맨스네요. 예전에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를 읽고 로맨스에 꽂히기라도 했나 봅니다 음음

일단 리뷰하기에 앞서 스포을 하자면, 이 책은

결말은 아는 소설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로맨스의 숙명이라고나 할까요

Screenshot_2018-02-04-15-06-44-1-1.png

어느 날 할아버지에게 땅을 물려받은 평범한(?) 은행원 아가씨 메이필드 양,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나만의 농장을 가꾸다! 그런데, 주소가 좀 이상하다? 주소가.. 황제궁 옆?

왕도라면 왕도인 이 소설, 젊은 황제와 어여쁜 아가씨의 조합. 에이 또 이 구도야? 할 수도 있지만, 왕도가 괜히 왕도가 아니죠. 한 번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말 그대로 왕의 자리에 오르는 길이 왕도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결말을 아는 독자가 결말을 모르는 주인공들을 보며 때로 웃고 때로 숨죽이며 관찰하는 그런 소설입니다.

아 근데 생각해보니 작품 내적으로 숨죽일 일은 별로 없네요. 한 화 한 화가 얼마나 남았는지 숨죽일 뿐...ㅋㅋ

바로 내용으로 넘어가보면, 이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본인의 갈 길을 상세하게 읽어주고 있습니다. 황제궁, 마로니에, 그리고 농장.

황제궁은 더 설명할 필요 없이 작품의 남자주인공이 황제가 될 것이며, 농장은 이 작품의 진행에서 여자주인공의 농장 경험들, 지식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냥 대놓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독자들은 사건의 전개가 어떻게 될 건지, 주인공들이 결국 어떻게 될 것인지를 다 아는 상태로

작가 특유의 평화로운 문체와 요리 내공으로 빚어진 메이필드 양의 농장에서 사건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다른 로맨스물들과 다른 점이 이런 부분인데요, 작가는 딱히 조연들을 참전시켜 로맨스라인을 꼬아볼 생각도 치정싸움과 시월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도 없는 상태로

요리를 합니다. 그것도 열심히(..!)

이를테면 이런 식인데요,

샤브레를 만들 때는 버터를 많이 넣고 설탕을 줄인다. 그래서 반죽이 끈끈하게 뭉치기보다는 모래처럼 고슬고슬하게 된다.
잘 뭉쳐서 밀대로 밀어준 후 틀로 찍어 구우면,사박사박 가볍게 바스러지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 황제궁 옆 마로니에 농장, 86화 중.)

가끔은 이 소설이 로맨스 소설인지 로맨스의 틀을 쓴 전원 요리소설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근데 이런 요리씬이 딱 긴장이 풀어질 때 이전 요리는 어땠더라 하는 기억이 옅어질 때쯤 살며시 고개를 드는지라, 한참 사건들이 벌어지고 수습되는 것을 보다가 정신을 차리면 메이필드 양의 요리를 넋놓고 지켜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때쯤이 되면 플롯이 뭐고 왕도가 어떻고 이런 시덥잖은 감상들은 자연스럽게 머리에서 비워져 버리는 거죠

사실 결말이 눈에 보인다느니, 전개가 판에 박혔느니 하는 감상들은 다시 생각해보면 이미 아는 얘기인데 시간아깝게 뭘 다시 보나 하는 투정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메이필드 양이 갖은 일을 겪으며 농장 요리를 하나씩 완성시켜가는 것을 바라보다 "이미 아는 얘기"라는 선글라스를 벗고, 그렇게 소년과 소녀의 우당탕탕 하는 행보를 지켜보다 아빠 미소를 지으며, 여자주인공의 당찬 행보와 남자주인공의 달달한 로맨스에 온전히 주목을 하게 되면

어느새 왕도에 올라탄 소설의 파괴력은 상상을 가볍게 뛰어넘어버리는 것이죠

이 시점에서 원래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볼까요.

황제궁에 농장이 자리잡는다는, 말그대로 로맨스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사건이 어떻게 황제와 농장소녀를 엮어주게 되는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황성에서 여자주인공 헤이즐 메이필드 양은 어떻게 황제를 함락(!) 시킬 것인가, 그리고 농장 소녀는 어떻게 그 험난한 궁정암투를 극복하고 황후의 자리에
올라갈 것인가
결말은 누구나 알아도 그 과정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가 새삼 궁금해지지 않으신가요?

궁중 로맨스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치열한 권력암투나 꽃미남 기사와의 로맨스 같은 것도 비중이 (매우) 적으니, 진흙탕 바닥까지 파고들어거는 치정싸움이나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살벌한 긴장감을 "이미 아는" 분들은 이번 기회에 메이필드 양의 따뜻한 요리를 기다리며 긴장을 풀어보는 건 어떨까요

햇살과도 같은 소녀의 좌충우돌 황성 정복기, "황제궁 옆 마로니에 농장" 이었습니다!

읽는 곳
-> https://page.kakao.com/home/50492750?categoryUid=11&subCategoryUid=1101&navi=1&inkatalk=0&inChannel=0

아참, 그리고 마로니에는 주인공이 어렸을 때 지내던 농장에 가로수로 흔히 자라던 나무인데, 작중에서는 별 뜻은 없고
이 나무의 열매는 독성이 있어서 섭취시에는 위경련과 현기증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네 배가 고파서 위가 경련을 하고 다음 화가 언제 나올지 현기증이 납니다

Sort: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사람 냄새 날 것 같아서 한 번 찾아가봐야겠습니다 ^-^

취향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좋은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

Coin Marketplace

STEEM 0.21
TRX 0.20
JST 0.033
BTC 98053.28
ETH 3322.22
USDT 1.00
SBD 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