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노트] [ILLUSTRATION] 졸업
졸업
아침마다 학교 가기가 싫다며 온 몸을 비틀어대던 시절은 잠시 잊는 날. 차가운 바람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빠알갛게 붉어지는 날. '시원섭섭하다'는 애매한 말을 주고 받는 날. 뭐가 그렇게 애틋한지 정든 교정 구석구석에서 사진을 찍어대는 날. 어색하고 데면데면했던 친구도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 얼싸 안고 덕담을 나누는 날.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졸업식이지만 저 멀리 고향의 부모님이 상경하는 날. 대학을 열렬히 동경했던 엄마에게 학사모를 씌어드리는 날. 왜인지 엄마의 눈시울도 붉어지는 날. 엄마의 옛 꿈을 더듬어 짐작하는 날.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 소중한 사람들의 응원이 더 크게 들리는 날. 꽁꽁 숨겨두었던 애인을 소개하는 날. 어색하지만 다같이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는 날. 자 웃습니다. 하나, 둘, 셋. 김치 하며.
지인의 부탁으로 작업한 일러스트입니다.
전달한 일러스트는 핸드폰 케이스로 만들어 쓴다고 하네요.
누군가의 특별한 순간이 저의 그림으로 옮겨질 때, 그 순간의 공기를 상상합니다. 졸업식 사진에 담긴 그들의 함박 웃음에 저도 살며시 미소를 지었지요. 새로운 출발에 선 누군가와 그와 함께 선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게 됩니다. 세상의 세찬 바람이 그대들에게만은 슬쩍 피해 지나가길. 지금 마주 잡은 손의 위로가 늘 함께하길.
옷차림이 코스모스 졸업인가보네요. ^^
오 맞아요! 매의 눈 ㅋㅋ 지난 가을에 졸업했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