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스토리] 열두 번째 심부름 _ 1화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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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를 엊그제 들은 것 같은데, 시간은 벌써 이렇게나 흘러 어느새 3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이토록 시간관념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줄이야. 아마도 삶에 득이 된다고 표현할 만한 특별한 계획 같은 것을 세워놓고 그것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허탈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득 길을 걷다 옆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옮겨 보았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제야 나도 두툼한 자켓을 슬며시 벗으며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본다. 아아, 찬바람은 한참 전에 멈추었구나.

그렇게 나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겨울잠을 푸욱 자고 일어나 어딘가 모르게 꺼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련한 곰처럼 길거리에 우둑하니 서있었다. 그리고 그때 심부름 의뢰인의 전화가 온 것이다. 의뢰인이라고 말해봤자 (예고편에서 설명 드렸던) 내 친구 상효였다. “승지이, 내 가게 일 쫌 도와도.” 늘 그렇듯 상효의 목소리는 여유로웠지만, 한편으로 무언가에 쫓기듯 바쁜 느낌이기도 했다. 그 순간 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는 상효의 요청을 들어줄 듯 말 듯 애매한 대답으로 괜히 비싼 척을 하면서, 어느 샌가 상효네 가게를 향해 천천히 속력을 높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쿠진 에데라 (cuisine édera)

상효가 운영하고 있는 파스타 전문점 에데라는 광복동 근처에 위치해 있다. 몇 년 전, 상효가 이 건물에 음식점을 오픈하기 위해 내부 수리를 하는 모습을 봐왔었는데 (그러고 보니 계절도 딱 이맘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열심히 시멘트를 옮기고 있던 상효에게 다가가 가게 이름을 무엇으로 할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상효는 별 반응 없이 건물 입구에 있던 작은 식물을 가리키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에데라.

상효가 가리킨 것은 담쟁이덩굴이었다. 이탈리아어로 에데라가 담쟁이덩굴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 건물에는 상효가 음식점을 차리기 전부터 담쟁이 덩굴이 많이 보였다. 여름에는 초록빛을 발하는 이파리가 벽면 전체를 뒤덮고 있을 때도 있었고, 가을이 다가올 때는 색이 깊어진 느낌의 붉은빛으로 그 여운 같은 것을 더하곤 했다.

“이 담쟁이덩굴이라는 놈이 생명력이 윽수로 좋다드라. 어떤 장소에서 피어나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줄기를 뻗으니까.”

아마도 상효가 하고자하는 말은 계속해서 자라나는 담쟁이덩굴처럼, 계속해서 운영되어지는 음식점을 차리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으리라. 내가 느끼기로 담쟁이덩굴은 사람들에게 그리 예쁜 대우를 받는 식물은 아니었지만, 예전부터 화려한 것보다는 수수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던 상효는 (나는 옛날부터 상효가 그런 인간 중의 한명이라 느껴왔다) 일단 이 건물에서 자라고 있는 담쟁이덩굴을 보며, 그 작은 것에 자신만의 의미를 더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효는 그렇게까지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라고 나의 말에 코웃음을 쳤지만 말이다.


  

오전 11시

그렇게 상효의 호출을 받고 일주일동안 에데라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할 일은 홀서빙. 오전 11시까지 에데라에 도착해서 가게 오픈 준비를 하고 저녁이 되기 전까지 일을 하는 것이다. 에데라에서 홀서빙을 하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에데라의 내부는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곳이 내 친구의 가게이기 때문에 느끼는 느슨한 여유로움일지도 모른다. 예상대로 닫힌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니 편안한 느낌이 베어난다. 우선 창문을 열고 쉼호흡을 한 뒤, 소매를 걷어 올리고 앞치마를 입었다. 자아, 이제 에데라의 종업원이 되어볼까?

에데라의 사장인 상효도 이맘때 즈음 가게로 도착하여 요리사로 변신을 하지만, 가끔 장을 직접 봐올 때는 조금 늦게 도착을 하기도 했다. 이번 심부름 의뢰인이 친구라서 편한 마음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나의 신분은 사장 밑의 종업원이기 때문에 이제부터 상효는 나의 윗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상효가 늦게 오면 늦게 올수록 나는 내심 자유롭기도 했다. 말하자면 나는 나대로 종업원으로서 제대로 감정이입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테이블 세팅과 간단한 청소를 하면서 매장을 슬쩍 둘러보았다. 넓은 매장에는 Frep 의‘Cheapest Flight’ 라는 곡이 흐르고 있었다. 유리창으로는 나날이 두꺼워지는 봄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노랗고 파란 생화가 아담한 화병에 놓여있었다. 매장 곳곳에는 초록잎 식물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다. 위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역시 이곳은 편안한 분위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얼마 전 영어회화를 배우는 남포동의 영어학원에서 함께 수업을 듣던 어린 여자 분들이 파스타 전문점 에데라가 분위기도 좋고 음식 맛도 좋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다.





아아, 공간의 분위기가 사람의 자세나 태도를 바꾸기도 하는 것인지, 어느새 나는 에데라의 종업원으로 완전히 몰입을 하여 ‘오늘 하루도 이곳에서 손님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기를’ 하고 바라는 마음으로 허공에 떠다니는 제대로 해석할 수도 없는 노랫말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감성이 한껏 고조되고 있는 타이밍에 상효가 도착했다. 상효는 춤을 추고 있는 나를 향해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뭐하노……?” 하고 물었다. 이런 눈치 없는 사장 같으니라고. 나는 얼른 동작을 멈추고 헛기침을 두어번 한 뒤 상효를 반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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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kitori Let's communicate occasional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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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아 4월을 멋지게 가보즈아!!!

@virus707 뭔지 모르겠지만 가보즈아!!! 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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