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회 후기] 블록체인은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을까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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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강남 모처에서 열린 "글로벌 ICO @서울 2018" 포럼을 다녀왔습니다. 비록 비즈니스적인 관심사보다는 일하는 곳의 연구과제 관련하여 참석한 포럼이었지만 우선 이 포럼(혹은 설명회)은 몇 가지 이유에서 주목할만한 행사였습니다.

가장 큰 것은 암호화폐 거래시장(엄밀히 말하면 환투기 시장)의 가격의 거품이 전반적으로 꺼진 시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가져갈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암호화폐와 관련하여 온갖 버즈워드**(ex분권화된 화폐가 어쩌고 저쩌고)가 난무했던 시절의 언어의 거품마저 걷어내고 보다 현실적인 논의를 이어나가려 하는 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결국 현실적인 논의를 해야겠지요. 제가 볼 때 그 동안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폐 담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즈니스가 아닌 일종의 유사-사회운동, 유사-종교의 특색을 띄었다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 p2p 네트워크 상에서의 이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거래기록을 블록화하여 암호화하고 공유하는 기술
**버즈워드(buzz word): 그 의미가 명확히 합의되거나 정의되지 않으나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신조어

어떤 상품이나 기술이든 (금전적이거나 언어적인) 거품을 걷어내야 비로소 합리적인 경제적 의미부여와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인 것 같습니다.

해당 설명회에서는 민간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사례만 거론해보겠습니다.

우선 '베리드 코인'의 경우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하여 소상공인들의 마일리지 포인트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기존 대기업이나 대규모 금융기관에서 운용하는 포인트-마일리지 제도를 개개의 소상공인이 운용할 수 있도록 하며 무엇보다 그 포인트를 여러 업체 간에 상호호환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 아이디어의 골자입니다.

다음으로 '마이크레딧체인'인 같은 경우에는 이용자 간에 주고받는 SNS 상의 '좋아요'를 일종의 신용점수(credit score)로 환산하여 은행업무에 접근하지 못하는 금융소외계층에 대해 제도권 은행의 신용평가를 가능하게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은행권과의 거래이력이 없거나 부실한 개개인에 대해서도 은행대출의 문턱을 보다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겠습니다.

'퀴즈톡'의 경우에는 SNS를 통해 시사/상식 퀴즈를 풀면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 포인트를 이용하여 개인과 단체 간의 각종 기부와 물품의 거래를 촉진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합니다.

'디그스타'는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모바일 PC의 자원을 제공하도록 하여 암호화폐 채굴에 참여하도록 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에 기반해 게임머니를 지급하는 일종의 발상의 전환을 제시합니다. 게임의 형태로 개개인이 채굴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발상입니다.

또 'AI 크립토'는 인공지능 기술의 한 영역인 머신러닝***과 관련하여 대단히 흥미로운 발상을 제시합니다. 제가 이해한 게 맞다면 AI 크립토는 암호화폐 채굴에 낭비되는 상당량의 컴퓨팅 파워를 AI 머신러닝에 돌리도록 하고 거기에 일정한 보상을 지급하는 또 다른 유형의 암호화폐입니다.

***머신러닝: 머신 러닝은 인공 지능의 한 분야로, 컴퓨터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과 기술을 개발하는 분야(출처: 위키백과)

물론 각각의 흥미로운 사업 모델 설명을 들어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들은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발전했다는 것은 분명 평가할 대목입니다.

가령 일련의 비즈니스 모델들에서 공통적으로 이용자 간의 일상적인 상호작용 상에서 암호화폐의 이용을 촉진할 방법을 고민했다는 점이 크게 평가할 대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발표자 상당수가 '암호화폐'라는 용어 대신 '토큰(toke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 매우 의미심장했습니다. 암호화폐 대신 토큰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결국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가 법정화폐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토큰' 이용과 관련하여 SNS, 게임, 마일리지 적립 등등의 일상적인 행위와의 연계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한 것도 시사적입니다. 쉽게 말해 암호화폐라 부르든 토큰이라 부르든 그것을 일상에서 사용할 유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과거 암호화폐가 세상을 바꾼다고 호언장담했던 논자들의 대다수는 암호화폐가 일상의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 혹은 이용자 간의 상호작용에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매우 간단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암호화폐 거래소'(라고 쓰지만 실제로는 환전소)에서 암호화폐의 가격이 폭등해도 일상의 거래에 사용되지 않으면 결국 아무런 근원가치가 없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알다시피 비트코인이든 이더이든 리플이든 보통의 개개인이, 제 아무리 암호화폐 예찬론자라 해도, 일상의 거래와 사회적 교류에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오히려 거래소(=환전) 시장에서의 최근 암호화폐 가격의 폭락은 보다 구체적인 고민을 진전시키도록 추동했던 것은 아닐까요.

또한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이 구체화되었다는 점도 의의가 있습니다. 사실 코인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코인의 기반에 있는 블록체인을 유지하는 데에는 반드시 비용이 들어가며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수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인을 론칭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때 많은 개발자들은 일정한 미래수익을 약속하며 개인이나 기관이 코인을 사도록 권유하는 ICO****라는 방법에 의존합니다.

****ICO(Initial Coin Offering): 일정한 수익을 약속하며 신규코인을 일정 가격에 판매하는 행위

그런데 경제학도의 견지에서 냉정하게 말하면 사실 대부분의 ICO가 약속하는 수익은 결국 환전소에서 코인의 가격상승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다단계 사기나 다름 없었습니다. 반면 제대로 된 ICO의 관건은 코인의 화폐가격이 일정하다 하더라도 수익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코인 자체에 대한 투기적 수요 없이도 수익의 원천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합니다. 한편 이 문제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한 것은 제가 볼 때 '퀴즈톡'이었습니다. 예컨대 SNS 상에서 퀴즈를 풀면 지급되는 퀴즈톡의 수익기반은 바로 퀴즈를 풀 때 같이 제공되는 '광고'입니다. 광고주가 지급하는 광고료는 퀴즈톡이 기반한 블록체인을 운영/유지하는 비용에 충당될 뿐만 아니라 초기의 퀴즈톡에 투자한 투자자에 대한 보상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소상공인들의 마일리지 포인트 플랫폼인 '베리드 코인'의 경우 보다 현실적인 유인설계에 기반해 있습니다. 예컨대 플랫폼 자체가 제공하는 규모의 경제(ex더 많은 소상공들이 베리드코인을 이용할수록 이 포인트-마일리지 제도는 더욱 유용해지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가 개개의 소상공인들에게 베리드 코인에 참여하는 유인을 주는 것 같습니다. 즉 베리드 코인을 유지하는 비용을 소상공인들이 기꺼이 감수하고자 한다면 이를 이용해서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지요. 다만 이러한 규모의 경제가 실제로 작동하기 전까지는 초기에 소수의 투자자가 독박을 써야만 할테고 그것을 사후에 보상하기 위한 또 다른 유인설계가 있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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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정리하자면 이번 행사의 의의는 (1) 블록체인을 응용한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논의했다는 것 (2) 암호화폐=토큰의 일상적인 사용에 관한 고민에 대한 진전이 있다는 것 (3) 블록체인을 유지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고민했다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다음에도 2018년 여름에도 '글로벌 ICO@서울 2018, 여름'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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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당~

감사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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