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코인 거래와 펌핑작전

in #kr7 years ago

업비트 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말들이 많다.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었으니 사기죄 성립은 힘들거라는 이야기나, 심지어는 모든게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변론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이 이미 작년부터인데, 이제와서 압수수색을 해봐야 장부맞추기가 끝난 상태에서 별 혐의점을 찾지 못할 거라는, 뭔가 보여주기식 쇼일 거라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팩트인지, 어떤 법적근거에 어떤 위법사실이 확정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왜 이게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인지에 대해 논리적 개연성을 한번 생각해보자.

언론에 보도된 의심되는 정황은 2가지 이다. 1)상당수코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소가 투자자에게 코인을 판매하고, 코인출금을 상당기간 또는 지금까지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 2) 외부에 허용된 API가 없는 상태에서 해당 코인의 평소 거래량이나 시총에 비추어볼 때 매우 비상식적인 코인 거래량이 있었고 이것이 거래소 내부 봇에 의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심, 즉 거래소의 시세조작 개입 여부이다.

이 두가지 문제 각각 모두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는 한데, 이 둘을 결합해서 볼 때 전체 그림이 좀 더 명확해진다. 누군가가 어떤 전략/작전을 하려고 할 때는 분명한 경제적 동기가 있다. 즉 추가적인 이익을 보려고 플랜을 만드는 것이다. 위의 두가지 내용이 합해질 때 어떤 경제적 이익이 생길까?

코인의 종류와 시장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플레이가 가능하겠지만, 제일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그림은 이런 것일게다.

ABC코인이 있고, 현재 가격이 100원 정도라고 하자. 아직 메이저 거래소에 상장하지 못한 듣보잡상태라고 치자. 이걸 거지고 거래소가 상장한다고 미리 소문을 흘리고 상장을 하게 되면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여기서 내부 못을 돌리고 연합작전 세력을 통해 가격을 최고 500원까지 올렸다고 치자. 그리고 1억개의 코인을 장부에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팔았다고 치자. 100원에서 시작해서 500원까지 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 1억개의 평균판매 가격은 250원이라고 보면, 코인 판매에서 벌어들인 돈은 250억원이 된다. 단순한 계산을 위해서 거래소가 되사고 다시 팔아먹은 이익은 일단 고려치 말도록 하자.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실제돈을 가지고 구매하려는 실구매자의 입금현황과 주문물량에 대한 전체정보를 리얼타임으로 계속 모니티렁할 수 있다. 대략 어떤 가격대까지 올릴 수 있는지 상당히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더 이상 실 구매자가 별로 없게 되고 봇들간만의 가격유지상황이라 판단하면, 이게 정점이 되고 그 다음부터는 급격하게 가격을 하락시키게 된다. 어짜피 듣보잡 코인이었고, 실제적인 커뮤니티 기반이 없는 상태이므로, 소수의 실구매자들의 관심을 찍어누르기는 어렵지 않다. 주요 작전세력들은 이런 흐름의 전환을 미리 예상하고 같이 행동을 할 것이므로 정점을 찍고 급락하는 과정에서 방어를 할 이유가 없다. 서로 최대한 빨리 엑싯하는게 최선이다. ABC 코인의 가격은 500원에서 50원 심지어는 25원까지 내려간다. 코인 가격이 내려가면서 거래소의 평균판매금액이 내려가는 부분은 아까 가격을 올리면서 되사고 파는 과정에서 생긴 이익으로 상쇄한다.

바닥이 어느정도까지 내려갈지도 거래소는 실구매자의 데이타의 통해 에측을 할 수 있다. 25원이 바닥이라고 치면, 거래소는 외부 채널을 통해 진짜 코인을 구매한다. 1억개의 코인을 가격을 급격히 올리지 않으면서 구매하려면 시간도 걸리지만, 평균구매가격이 50원이라고 치면 없던 유령코인을 메꾸는데 들어가는 총 자금은 50억원 정도가 된다. 결국 판매금액 250억원 중 50억 비용을 제하고 200억원이 수익이 된다. 거래소가 얼마나 빨리 코인을 재매수할지는 시장 가격상황이나 거래소 이용자들의 출금요구, 또는 관계당국의 규제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느정도 자금 여유가 생기면, 초기 단계에서도 출금을 막을 필요가 없다. 전체 판매 코인수중 출금 요청 코인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을 경우 출금을 해줘도 큰 그림에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기존의 단순 펌덤핑에 비해 없는 코인을 먼저 팔 수 있다는게 매우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사전 준비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 작전 시작시에 대규모 자금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점등 거래소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장점들이 있지만,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위의 예의 경우에, 1억개의 코인을 판매한 후 가격이 폭락해야 되는데, 어떤 이유로 ABC 코인이 예상치 못한 대박 뉴스를 만들어 내면서 급상승을 이어갈 경우이다. 유령코인을 판매한게 250억원치인데, 나중에 메꾸려고 하니, 500억원이 필요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게 만일 일반 쇼트세일이었다고 하면, 분명 마진콜에 걸려서 강제청산당하고 거래소가 일정 손해액을 입고 코인을 구매하게 되겠지만, 거래소가 리스크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거래소 결정에 의존한다. 거래소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코인 가격이 상승할 때는 돈을 더 넣어서 사려고 하지, 인출요구는 적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거래소 입장에서 이런식의 펌핑 공매도(?)후 덤핑 재구매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적당한 코인은 커뮤니티 기반이 별로 없는통제하기 쉬운 종류들일 것이다. 너무 많은 거래소에 상장되지 말아야 하고 진짜 대박일 날만한 내재적 가치가 없는게 좋은 재료가 된다.

자 여기서 거래소가 200억원의 추가이익을 볼 동안 손해를 본 피해자가 없는 걸까? 이 와중에서도 분명히 이익을 보는 개인투자자가 존재할 것이다. 운이 매우 좋았거나, 거래소 내부 정보를 미리 흘려받았거나, 차트의 움직임에서 거래소의 의도를 조금 빠르게 간파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다수의 투자자들은 고점에 서서 저점에 팔거나 강제장투가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들이 이미 높은 리스크를 알고 있었고, 투자손실을 당한 것이니 전적으로 이들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장이 좋아서 이후 이 코인의 가격이 다행히도 300원이상으로 올라서 크게 손실을 본 사람이 없을 경우, 거래소는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는 걸까?

만일 거래가 없는 코인을 팔 경우, 이를 미리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단순히 가격변화의 따른 손실가능성 뿐만 아니라, 유령 코인의 거래로 인한 리스크, 즉 지불불능상태에 빠질 수도 있음을 미리 충분히 공지를 했는지, 또한 내부거래가 있었다면, 이러한 거래가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공지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도 있다.

업비트가 위와 같은 작전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외부에서 알 수 있는 확증적인 방법은 거의 없다. 이글에서 예시한 케이스도 논리적인 개연적 구성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투명성이 결여된 시스템 구조와 이를 감시, 감독할 수 있는 통제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중앙화된 거래소가 이런 작전을 선택할 경제적 동기와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이것은 비단 업비트 한 개별업체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전체 거래소 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다.

거래소가 작전에 개입하기 위해 반드시 유령코인 공매도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미리 저가에 구매받고, 다른 작전세력들과 펌핑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할 때, 자본력은 약하고, 유동성은 부족하고 이럴 때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어짜피 정상적으로 해서 승부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도박을 해서라도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경제적 동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리스크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결국 그대로 떠안아야 된다면 법적 조치를 차치하더라도 결국 시장전체가 불신에 의해 붕괴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으니 놔둬도 좋다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지난 5년간의 수많은 중앙화된 거래소들의 반복된 실패들을 봐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1)1차적으로 투명성 확보이다. 정기적인 지불능력증명이 필수적이다. 고객이 가진 총 코인수와 예탁금을 거래소가 100%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절차가 필요하다. 거래소는 은행이 아니다. 예금자보험과 각종 모니터링 장치에 의해 보호되는 예금상품에 적용되는 지불준비율 개념을 거래소에 둘 수는 없다.

(2)중앙화된 거래소의 트레이딩 시스템과 자금흐름에 대한 정기적 감사가 필요하다.

(3)코인을 거래소에 맡기지 않고도 매매를 할 수 있는 탈중앙화 또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거래시스템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4) 원화가치에 페깅되는 탈중앙화된 KRW 토큰이 필요하다. 실제원화와 KRW 토큰간의 교환은 고객의 자금을 대신 보유할 필요가 없는 단순 환전소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KRW 토큰과 다른 코인간의 거래는 탈중앙화/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처리해서 중앙화된거래소의 리스크 없이도, 거래의 신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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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분석이십니다~! ㅎㅎ
업비트 수사결과가 빨리 나와야 할텐데요... >_<

솔직히 수사결과에는 큰 기대감이 없습니다. 너무 늦게 압수수색이 이루어졌습니다. 1월에 정황을 포착했다면 그 때 압수수색을 했어야 됩니다. 다만 이제부터라도 정기적인 지불능력증명과 트레이딩 시스템에 대한 감사가 시행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하긴 너무 늦게? 압수수색을 하긴 한것 같네요... >_<
@atomrigs 님 말처럼, 이제라도 거래소들이 투명? 하게 운영되었으면 합니다. ^^

잘 봤습니다!

USDT같은 코인이 원화에도 분명 필요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볼수있는 원화가 있어야 거래에도 투명성이 생길것이라고 봅니다, 오랜만에 아톰님 글 보니 반갑네요!! psy님의 글을 통해서 항상 배우고있습니다!!

코인을 입점시키면서 입출금도 막아 놓아서 참 어이없다고 생각햇는데 이럴 수도 있는 거 였군요. 우와~ 정말 어이가 없네요. 정말 투명한 거래와 운영이 전제되길 바랍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아톰님의 분석 매번 잘 보고있습니다. 정말 우리나라도 탈중앙화 된 KRW 토큰이 필요하겠군요..

뚜렷한 증거가 잡히지 않는다 해도 지켜보고 있고 저런 짓하면 재미없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 수사가 의미는 있다고 봅니다. 사실 어느 정도 증거는 잡고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기는 합니다만..

이 부분에 대한 의심이 탈중앙화 거래소를 소망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죠. 다들 의심과 추측만 할 뿐 실제로 증명하기란 지난한법이니까요 ㅎㅎㅎ;;

유익한 글 잘 봤습니다. 상장 종목은 미리 가진게 아니면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거래소는 은행이 아니라는 말이 당연한 건데 말이죠.

잘 보고 갑니다.

입출금도 안되는 코인을 오래 상장하는 것도 문제라 보입니다. 되도록이면 상장 전에 입출금 할 수 있게 해서 상장되자마자 모두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된다고 봅니다.
입출금 지갑도 없이 거래되는 코인들은 거래소에 산 코인가지고 투기나 하라니 어이없을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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