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 라그나로크> - MCU는 끝없이 발전한다.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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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의 영화 작법은 날이 갈수록 발전한다. 재미는 있으나 어중간했던 페이즈1의 작품들과 달리, 페이즈2-3의 작품들은 유머와 진중함을 동시에 쥐면서, 캐릭터의 매력도 제대로 살려냈다. MCU의 아픈 손가락이던 토르도 성공적으로 변모했다. 액션은 질과 양을 모두 만족시키고, 적절한 영상 연출은 초인들의 이야기를 더욱 웅장하게 그려냈다. 오프닝 대결씬만 놓고 봐도 이전의 밋밋한 연출과 비교하면 확실히 만족스럽다. 아쉬움 가득했던 전작들과 달리, <토르 : 라그나로크>는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

<가디언 오브 갤럭시>, <앤트맨>의 영향을 짙게 받은 느낌이 크다. 전작보다 훨씬 가볍고 유쾌해졌으며, 그 흐름을 따라 모든 캐릭터들이 매력적으로 움직인다. 마냥 웃기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영화는 웃음 속에서도 스토리를 전개하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제의 깊이는 얕고 서사는 단순하지만, 토르 시리즈의 마지막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수준으로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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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스토리는 단순하고 캐릭터는 평면적이다. 사카르 행성 에피소드가 너무 비중이 커서 정작 메인 이벤트와 악역인 라그나로크와 헬라를 완벽하게 뽑아먹지 못한 점도 아쉽다. 배경지식이 없는 입장서 수르트의 재등장과 그로 인한 아스가르드의 파괴는 다소 뜬금없어 보일 수 있다. 배경설명이 부족하니 클라이막스인 라그나로크 이벤트가 졸속으로 다뤄지고, 메인 빌런인 헬라의 악행도 크게 드러나지 못했다. 라그나로크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과 헬라의 스토리를 더 부각시켰다면, 둥둥 떠다니는 영화에 무게를 제대로 실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단점들을 상쇄할만한 강점이 뚜렷하다. 일단 끝내주게 잘 뽑은 액션이 오락영화로서의 가치를 대폭 끌어올린다. <라그나로크>의 액션은 전작보다 역동적으로 그려지는데, 이게 ‘인간을 초월한 초인간의 대결’이란 영화의 특성과 잘 들어맞는다. 연출 방식도 캐릭터에 맞춰 다양하게 구현된다. 묠니르 액션은 역동성과 박력을 모두 갖추고 있고, 헬라와 발키리의 대전은 신화 속 한 장면을 보듯 위엄이 넘친다. 헐크의 중량감 있는 공격도 멋지고 각성한 수르트의 일격은 압도적이다. 액션만으로 모든 아쉬움이 사라진다.

거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힘을 싣는다. 케이트 블란쳇은 연기력 하나만으로 부족한 캐릭터 묘사를 모두 커버해버린다. “날 좋아해줄 줄 알았는데”란 말 한마디로 헬라가 갖고 있는 배신당한 분노와 회한을 모두 담아내며 평범한 악역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주정뱅이 사이드킥 발키리 역시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스토리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되었을텐데 그게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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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나로크>에는 영화 가득 전작의 흔적이 가득 배어있다. 이전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라면 영화 곳곳에 녹아있는 전작 개그에 웃음을 터뜨릴 것이며(헐크에게 내동댕이 당하는 토르를 보며 환호하는 로키라든가), 캐릭터들 역시 이전 작품들에 비해 괄목할 성장을 이뤄내며 보는 사람들을 만족시킨다. 라그나로크를 통해 토르는 지도자가 되었고 로키는 구원자가 되었으며 아스가르드인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게 되었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남는게 많다.

동시에 <라그나로크>는 <어벤저스 : 인피니트 워>의 징검다리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해낸다. 닥터 스트레인지와 토르를 조우시켜 앞으로의 전개를 암시했고, 쿠키영상을 통해 타노스의 위용을 얼추 드러내며 기대감을 자아냈다. <울트론> 이후 사라졌던 헐크 캐릭터를 자연스레 복귀시킨 것도 <라그나로크>의 공 중 하나다. 어벤저스는 토르를 통해 마법사 사회에 접촉하게 되고, 토르를 통해 타노스의 공습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타노스가 개입하면서 자연스레 가오갤 세계관과 연결될 것이고, 이는 MCU 내 히어로들의 전체적인 결속으로 이어진다. 개별 작품으로도, MCU의 일부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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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속 라그나로크는 MCU의 그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비극적이다. 오딘은 펜리르에게 잡아먹히고 헤임달과 로키는 서로의 가슴을 칼을 꽂고 죽는다. 수르트는 위그드라실을 불태우며 세계를 멸망시키고, 토르 역시 숙적 요르문간드와 동귀어진한다. 라그나로크는 북유럽신화의 가장 큰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세계는 무너지고 모든 존재들이 사멸한 뒤 새로운 시대가 개막한다. MCU에서 위 스토리처럼 막 나갈 수는 없기에 어떤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될지 궁금했었다.

MCU는 이를 창조적으로 해석해낸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던 라그나로크는 토르의 판단하에 주체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되었고, 그 결과 라그나로크는 재앙이 아닌 또 다른 도약의 시발점이 된다. 감독은 피할 수 없는 이벤트를 영리하게 처리해 캐릭터들의 성장 발판으로 만들어냈다. 라그나로크로 인해 아스가르드는 파괴되었지만, 백성들은 살아남아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거다. <라그나로크>를 기점으로 토르 3부작은 마무리되었지만, 한껏 매력적으로 변한 캐릭터들은 다음 MCU 영화에서도 빛을 발할거다. 영화가 나올수록 만족감과 신뢰는 올라간다. MCU는 끝없이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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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가르드는 장소가 아니야 백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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