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 - DC는 망했다.(스포 가득)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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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좋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분위기로 재단장한 아이맥스 10초 예고, 초반부 악당들을 설명하며 나오는 짧은 구성들, 그 설명에서 나오는 독특한 캐릭터들은 영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액션은 후졌고, 캐릭터는 매력적이지 않았고, 스토리는 쓰레기였다. 이후 장면부터 영화에서 건질 거라곤 할리퀸과 인챈트리스의 미모, 그리고 엔딩크레딧 밖에 없다. <배트맨 v 슈퍼맨>, <아포칼립스>보다 못하고 <판타스틱4>보다는 조금 낫다. 아니 솔직히 지금 감정으로는 <인천상륙작전>보다 별로인거 같은데? 내가 이딴 영화를 1년을 넘게 기대했다는 게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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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친절하게 ‘왜 악당들을 주축으로 한 특수부대’를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한다. ‘슈퍼맨 사후 메타 휴먼의 침공에 대비’란 이유는 나름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구성원이 저 목적에 부합하나? 메타휴먼의 사례인 슈퍼맨은 총알과 미사일로 잡을 수 없는 비인간적 존재다. 그런데 모아둔 악당 중 비인간적 능력자는 불을 다루는 엘 디아블로와 킬러크록, 인챈트리스밖에 없다. 인간들 중서는 그나마 데드샷 정도가 초능력자 급 사격실력을 갖고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지극히 평범하다. 얘네 가지고 메타휴먼을 상대한다? 대체 어떻게? 설사 메타휴먼급 악당이 있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관리하려고? 계획은 너무나 허술하고 의문스럽다. 사건의 원인이 ‘수어사이드 스쿼드 멤버로 인챈트리스를 부려먹으려다가 실패해서’임을 생각하면, 이 계획의 현실성은 더 떨어진다.

아니 사실 이후에 보여지는 팀 기획자 아만다 윌러의 행동을 보면, 위 팀 결성 단계의 병신력은 애교에 가깝다. 잘생긴 남자 대위와 심장(인챈트리스의 텔레포트 능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심장이나 토템을 방치해두는 것은 무슨 의도일까?)만 믿고 ‘인챈트리스 봉인해써염!’거리고 있다거나, 세상을 멸망시킬 작업이 진행 중인데 자기 데리고 오라고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소환하는 꼬라지를 보면 걍 싹수부터 노랬던거야 ㅡㅡ 게다가 건물에 박혀있었으면 목숨도, 정보도 지킬 수 있었는데 혼자 헬기타고 도주하다가 인챈트리스에게 잡혀서 정보 제공하는 민폐는 덤.(물론 이것은 자의는 아니지만) 나가면서 자기들 수족이었던 부하 직원들 쏴죽이는 거 보면,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페이크 히어로고 얘가 진짜 악당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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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 치자, 아만다 윌러가 개쩌는 스카우트라 걔네들에게서 포텐셜을 발견한 걸 수도 있지. 실제로 데드샷은 첫 전투에서 홀로 병사들이 진격을 막는 무쌍을 선보이지 않았나. 문제는 그 전투가 (디아블로를 빼면)캐릭터들이 보여준 포텐셜의 전부라는 거다. 전투 비중 자체가 데드샷과 할리 퀸에게 몰려있다보니 다른 캐릭터들은 제대로 활약하는 모습이 없으며, 그러다보니 합을 맞춘 연계플레이도 없다. 심지어 최종전투서도 디아블로를 제외하면 각성하거나 발전하지도 않는다. 카타나 칼에 영혼이 있으면 뭐해 그거가지고 활약을 안하는데. 지루한 패턴의 전투는 계속되고, 영화는 재미가 없어진다.

게다가 하는 행동을 보면 이들이 전혀 악당인지도 의심스럽다. 초반 부메랑과 슬립낫의 행동을 제외하면 광기나 돌발행동 같은 ‘악당스러운 행동’은 찾아볼 수 없다. 개인 단위로 활동하던 캐릭터들을 모아놨는데, 멤버 간의 큰 갈등조차 없다. 플래그와의 티격태격은 있어도 팀 전체를 와해할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저 윗선의 지시에 따라 착실하게 목표를 수행할 뿐이다. 그냥 좀 성격 특이한 군인부대라고해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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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는 이들을 ‘악당스럽게’ 묘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 초반, 할리 퀸과 데드샷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간부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악당인데 악행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으며, 묘사의 대부분은 그들이 당하는 장면이다. 그러다보니 정부 관료의 비윤리적 행동이 더 두드러진다. 악당들의 목에 폭탄을 심고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윤리적인가?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악당들의 모임이라지만, 정작 더 악당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은 다루는 세력이다. 그러다보니 수어사이드가 갖출 수 있었던 가장 큰 장점인 ‘비도덕성’마저 묻혀버린다. 영화는 정부와 그들을 대립시킴으로써,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악당이 아니라 ‘악당스럽게 보이는’ 히어로처럼 보이게 만든다. 영화의 특징이자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것을 걷어차는 역대급 삽질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악당의 영화야 했다. 정의, 지구 구원 같은 거대한 명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에서 움직이고 그 깽판 과정서 발생한 시너지로 재밌는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그런 작품을 원했다. 좀 더 경쾌하고 더 똘끼가 넘쳐야 했다. 악당들만 모아놨으니 예측불허의 사건들도 터질꺼고, 좀 더 병신같은 방법으로 상대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러지 못했다. 그들이 모인 이유부터가 이해불가였고, 행동은 지극히 순했다. 할리퀸이 유리창을 깼듯 다른 애들도 뭐라도 했어야했다.

거기에 눈물나는 개인사가 끼어든다. 신파의 정점을 찍는 호텔 바 시퀀스는 단점뿐인 이 영화에서도 단연 역대급 쓰레기다. 데드샷은 추락한 헬기에서 찾아낸 기밀서류로 플래그를 윽박질러 진실을 모두에게 공표하게 한다. 진실을 알게 된 그들은 임무를 포기한다며 근처 호텔 바로 들어간다. 그렇게 부메랑, 할리퀸, 데드샷, 킬러 크록, 카타나(너는 왜???????)가 홀에 들어가고 각자의 슬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한껏 침잠시킨다. 할리퀸의 힘으로 유지되던 경쾌한 분위기가 확 죽어버렸다. 그런데 영화 전개에서 그 이야기들이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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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사실 얘도 나쁜 애는 아냐 ㅜㅜ’ 투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악당이 주인공인 영화라며? 그런 영화에서 왜 관객이 그들의 행위에 공감하고 동정해야 하는건데? 내가 원했던 것은 악당들의 화려한 깽판이었지, 악당들의 갱생과 인간극장스러운 고백이 아니었다고.

더 짜증나는 건 영화가 이러한 갱생작업마저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거다. 그 병신같은 호텔씬 이후,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마음을 고쳐먹고 최종전투로 나선다. 그런데 영화는 그들이 왜 마음을 고쳐먹고 전투에 참여하는 지 설명하지 않는다. 데드샷이야 그렇다쳐도 배신을 밥먹듯한다는 부메랑이나 호텔씬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던 킬러 크록은 왜 전투에 참여하는거지? 게다가 그들은 어느새 하나의 동료가 되어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영화 내에서 그들이 갈등을 겪거나(그래서 그 갈등으로 생각을 공유하거나), 협력 플레이를 한 적이 없음을 생각하면 대체 왜 그들의 태도가 변화했는 지 알수가 없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들이 어떻게 한 팀이 되는 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대체 뭐 때문에 디아블로가 ‘친구를 잃을 수 없다’며 각성하고, 배신을 밥먹듯이 한다는 부메랑은 아무것도 얻을게 없는 전장으로 동료와 함께하는 건지도 납득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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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이류 영화들의 공통점은 쓰레기같은 빌런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다를 게 없다. 중반부 전투 대부분을 장식하는 인챈트리스의 병사들은 할리퀸의 방망이에도 부서지는 조악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적이 약하니 히어로간의 연계플레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나마 능력자인 엘 디아블로가 스스로의 능력을 봉인함에 따라 스킬의 다양성도 사라졌다. 덕분에 액션 씬 대부분이 다수의 엑스트라를 단순 타격으로 죽여버리는 상황으로 채워지며 지루해졌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여야할 최종보스전도 극악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지하철을 순식간에 파괴하고 헬리콥터와 군인들의 공격에 타격도 잊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였던 인챈트리스의 오빠는 폭탄 한방에 사망하고, 인챈트리스는 쌈바춤이나 추며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다 오빠가 죽으니 절규하며 칼을 들고 근접 격투에 나선다. 마녀라며 -_-

인챈트리스와 오빠는 민간인에게는 차갑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에게는 따뜻했다. 오빠의 주무기로 그려지던 촉수(?)는 최종전투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군인들의 공격에는 타격도 없었던 그가 히어로들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오빠의 죽음에 분노한 인챈트리스는 근접전을 펼치다가 빡쳤는지 염력으로 모든 무기를 봉인해제 시킨다. 아니 그 기술이 있는데 왜 근접전을 펼치는데? 심지어 인챈트리스는 군함을 가르고 주요 군사시설을 때려부수던 번개조차 그들에게 쓰지 않는다. 그러다가 폭탄 한방, 칼빵 한방에 차례차례 죽는다. 대체 왜 힘을 95% 봉인하고 싸우냐고 진짜 ㅡㅡ

어떤 영화든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존재는 강력해야 한다. 상대가 강력할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한 주인공의 노력도 빛을 발한다. 히어로물에서는 최종 빌런이 그 역할이겠지. 빌런은 강렬한 포스를 내뿜고 주인공은 그와 맞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리고 최종전투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전투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아야 되는거다. 때문에 빌런이 이유없이 스스로 약해지는 순간, 영화는 맥이 빠지게 된다. 주인공의 행동을 방향을 잃으며, 최종전투 역시 밋밋해진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딱 그렇다. 세상을 멸망시킬 것처럼 굴던 인챈트리스와 오빠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앞에서 ‘조금 강한 악역1’ 수준으로 내려간다. 그에 맞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기존의 방식으로 그들을 제압한다. 새로운 액션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다. 이 영화는 끝까지 신선한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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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만 모아둔 이 영화에서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조커였다. 비록 극에는 큰 영향이 없는 역할일지라도 그만은 ‘악당’에 가까웠으니깐,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열함, 종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행동 등 분량은 적어도 나올 때마다 충분한 광기를 뽐낸다. 할리퀸은 연출의 실패로 ‘철없는 소녀’가 되었지만, 조커만은 기존과 다른 광기를 뿜으며 살아남았다. 정작 그는 본편과 무관한 캐릭터였다는 게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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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관에 들어가기 직전이던 DC 확장 유니버스에 무덤을 올리고 비석까지 세웠다. <배댓슈>의 실패를 보고도 <배댓슈> 이하의 퀄리티를 뽑아내는 것은 너무한 거 아냐? <맨 오브 스틸> 이후 DC는 작품마다 점진적으로 추락 중이다. 전작의 오점에서 개선이라도 있어야하건만, 영화는 점점 처참해진다. <배댓슈>는 <맨오브스틸>의 장점이던 액션신 비중을 확 줄여버렸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배댓슈>의 유일한 장점이던 매력적인 캐릭터조차 없다. 이대로라면 현재 찍고 있는 작품들의 미래도 뻔히 보인다. DC는 망했다.

p.s) 영화 이따구로 만들어서 캐릭터들까지 망칠 작정이면 걍 판권을 마블에 팔아 ㅡㅡ 배트맨이랑 아이언맨이랑 돈지랄 배틀 뜨는 거라도 보게. 마블에서 슈퍼맨을 찌질한 빌런으로 만들어도 DC 영화보다는 재밌을 듯 싶다.

p.s2) 클립 영상에서 아만다는 브루스 웨인에게 메타 휴먼에 대한 자료를 넘겨준다. 이를 받은 브루스 웨인은 아만다에게 ‘그들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팀이 그들을 제압할 것’이라며 위협을 날린다. 브루스 웨인은 팀을 어느 정도 결성한 상태며, 미 정부도 어느정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럼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얘네를 부르면 되는거 아니었어?

p.s3) 이렇게 투덜대도, 또 DC산 신작 나오면 난 보러가겠지...ㅜㅜ

  • 2016년 8월에 쓴 글이라 <원더우먼>을 보기 전 글입니다. 다행히 <원더우먼>이 대선전을 해준 덕에 DC 유니버스에 희망이 생겼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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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지난 영화긴 하지만 ㅎ 당시 호불호가 갈렸던 기억이 있네요 ㅎ 잘보고갑니다
보팅,팔로우 하고 갈게요 자주 소통해요^^

팔로우 했어요~ 감사합니다.

저는 완전 불호쪽이었어요 ㅜㅜ 기대를 너무 해서..

진짜 재미없는데 할리퀸땜에 본영화입니다 ㅋㅋㅋ

할리퀸과 조커 아니었음 더 평이 안좋아졌겠죠 ㅜㅜ

진짜 할라퀸이랑 조커가 그나마 살렸어요 ㅎㅎ

Dc는 마블에 비해 캐릭터가 확 보이지않는 것 같아요

완전 동의합니다. 캐릭터 구현을 너무 고전적으로 하는 것도 문제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 성을 부각시키지도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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