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 The Wandering Earth)

in #kr5 years ago

우리에게도 삼채의 저자로 잘 알려진 류츠신(刘慈欣, Liú Cíxīn)의 단편소설 유랑지구(流浪地球)를 영화한 작품.

삼채를 중국에서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걱정을 씻을 수 있게 되었다. 중국에서 만드는 SF블록버스터 영화라는 것이 감이 안왔기도 했고 조잡하게 만들어서 원작의 이미지를 헤치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을 그동안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기우였구나 하고 실감했다. 오히려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의 격차를 실감하게 되었다. 이제는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 아닌가 싶다. 중국은 SF의 저변도 깊고 넓지만 실제 우주과학 기술에 있어서도 높은 수준에 다가서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실제의 경험과 저변이 영화를 보면서도 느껴진다. 지구를 유랑시킨다는 내용이 황당하게 들리지 않고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영화의 곳곳에 이 내용을 녹여놓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사람들이 싫어하는 중국인들의 흔한 국뽕이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다. 이는 류츠신이 가진 원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SF는 이미 수준이 매우 높다. 중국의 SF작가들은 그런 수준 낮은 것을 얘기하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는 우주를 다루는 SF의 특성상 특정국가가 부각되기보다는 정부연합, 인류(Mankind)가 중심이 되어진다. 물론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중국에서 쓰여진 소설인만큼 중국사람이 되지만, 그렇다고 미국 헐리우드 영화처럼 중국이 세계를 구하지 않는다. 여러 나라의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 위기에 대처해 나간다.


본 영화에는 다양한 장르가 섞여져 있다. SF+재난+가족 영화라고 할까? 그러나 그 조합이 어색하지 않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전형적인 클리셰(cliché)들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클리셰는 어느 오락 영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도이다. 그리고 이미 설정 자체가 파격적이기 때문에 만약 줄거리나 기법까지 파격적인 것을 시도했다면 오히려 대중영화로서 흥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대중영화로서는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 적절한 선택을 했다고 보여진다. 


유랑지구는 이미 그 컨셉만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지금까지 이런 류의 SF재난 영화들은 보동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지구를 탈출하거나 그 재난을 해소시킬 팀을 만들어 그들이 일을 해결하는 식이었다. 근데, 역시 중국의 스케일은 다르다고 해야할까. 아니 류츠신 개인이 정말 비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상상력은 범인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유랑지구에서는 제목처럼 지구를 태양계 밖으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연합정부가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다. 우공이산의 Universe Scale 버젼이라고 할까?


영화의 스토리는 원작과 달라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스토리도 매우 좋았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여러 번 눈물이 흘렀다.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어떤 장면인지는 안 적음)

정서적으로도 감동을 주었지만 앞에 나왔던 대사들이 뒤에 반전, 반전을 거듭하는 지점에서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스토리 구성도 잘 되어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람들이 이 영화를 잘 모르는 것 같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SF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만약 극장에서 볼 타이밍을 놓쳤다면 넷플릭스에도 올라와 있으니, 꼭 보시길.


해외 관객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Rottentomatoes - 관객점수 81% 

IMDb - 평점 7.3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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