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책] 학교잖아요?
우리는 막연하게 생각을 한다.
"장애는 차별해서는 안돼."
그러나 실제는 어떠할까? 악은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악인을 만드는 출발점은 무지이다. 이를 단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사건이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찬반 토론에서 설립 찬성에 나선 부모들이 무릎을 끓은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많은 이들이 반대 토론에 나선 지역 주민들을 욕했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부터 그러한 악인이었을까?
그들의 무지는 3가지였다.
1. 특수학교 설립이 땅값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것이 입증된 경우는 없다.
2. 해당 지역구 의원인 김성태 의원의 학교부지에 한방병원을 설립한다고 공약을 한다고 했던 것은 애초에 실현가능성이 제로인 공약이었다. 의원실의 홍보용 자료가 확정된 사실로 둔갑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전달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이 한방병원을 지어야 할 곳에 특수학교를 설립한다는 오해는 여기에서 출발했다. 꽤 오래전부터 특수학교 설립부지로 예정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3. 끝으로, 나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데.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어떻게 공교육을 받고 있는지 아는게 없었다. 그 부모들이 어떠한 일상을 사는지도 아는게 없었다. 아는게 없으니 느끼는게 없고 그들의 심정에 공감을 못하는 것이다.
이제 다시,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2는 특정 지역의 이슈니 그렇다 하더라도 1과 3의 무지에서 자신이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1에 대한 학습을 하게된 이들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1에 대해서도 대부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히 3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나라 장애인 비율을 보건복지부 통계에서 보면 약 5%정도가 된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리고 이들 중, 학교를 다녀야하는 아이들 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경우는 30%가 되지 못한다. 물론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인프라부족이 큰 요인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환경은 자연스럽게 장애인이 저소득층에 합류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이는 개인에게도 불행이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결코 좋지 않다. 그리고 여기 통계에서 빠져 있는 또 하나의 중요 포인트는 국가별 장애인 비율이 선진국일수록 높다는 사실이다. 그건 무엇을 의미할까? 선진국일수록 장애인이 많은 걸까? 아니다. 장애인과 관련한 복지시스템, 법이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등록율이 높은 것이다. 통계가 보다 정확하게 장애인의 실제 숫자를 잡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실제 장애인 비율은 10% 내외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명 중 1명이 장애인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장애가 남의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학교잖아요'는 얼핏 보면 그냥 뻔한, 우리가 다 아는 그런 얘기를 담은 이야기 책일 수 있다.
나 역시 타임라인에서 이 책을 보지 못했다면 지나쳤을 그런 책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갈등과 어우러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고 매말랐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윤서는 어른들에게 묻는다.
"왜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거에요? 학교잖아요?"
우리는 윤서에게 솔직하게 내 집값이 내려갈까 두렵고 상권이 나빠질까 두려워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실은 그 두려움이 무지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한다.
장애아를 키우는 입장에서 많이 슬프네요. ㅠㅠ
이런 책이 나오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진다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