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학 또는 한국 사상이 있을까?

in #kr7 years ago (edited)

여담 하나 먼저. 작년에 초4 아들이 묻더라. 아빠, 철학자 중에도 박근혜 지지하는 사람이 있어요? 꽤 있지, 라고 답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철학을 배우고 가르쳤는지는 몰라도 철학자는 아니야. 아들이 요약한다. 아, 돌팔이요! (업계에서 매장될까봐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겠지만, 알 사람은 다 안다.)


우리만의 고유한 사상이라는 걸 찾으려 애쓰는 이들을 보면 안쓰럽다. 내가 우리만의 고유한 사상이 전혀 없다는 걸 말하려는 건 아니다. 분명 있을 테고 유의미한 대목이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시콜콜 출처를 따져가며 가리고 솎아서 우리 고유 사상이 최고라는 식의, 이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라고 내세우는 식의 국수주의가 아니다. 인류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또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사상의 강물들을, 바다로 이어질 강물들을 만들어 왔다. 지금 필요한 건 이들 중 지금 필요한 것들을 찾아 종합하는 일이다. 부품들의 출처를 따지는 게 무슨 소용 있으며 무슨 기능을 하겠는가.

사상에서의 국수주의가 열등감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서양에 대한 열등감, 중국이나 인도 같은 대국(?)에 대한 열등감, 사상에서의 소수 언어로서 한국어에 대한 열등감 등. 하지만 저들은 결코 이 열등감을 인정하지 않으며, 반대로 아직 찾지 못했지만(언제인들 찾을 수 있으랴) 앞으로 찾게 될 고유한 사상을 외친다.

한국어로 문장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주제에 말이다.


박동환 명예교수도 그렇다.

하지만 무척 많은 자들이 '철학자'를 자임하면서 그런 주장을 한다. 누가 그러한지 더 밝히지는 않겠다.

Sort:  

1390년대에 재상중심의 민본정치를 구현하려고 했던 삼봉 정도전의 정치사상은 로크, 루소에 비해서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쿠카와 막부의 성리학 발전에 퇴계 이황의 성리학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 퇴계학파도 있었다고 합니다.
퇴계학은 유성룡을 통해 명나라에도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영국측 분석자료를 보면 명,청나라는 전세계 GPD의 70%를
생산하던 슈퍼강대국이었다고 합니다. 명,청나라에 대한
사대주의 외교가 꼭 나쁘다고 볼 수 없는 노릇입니다.
중국과 조공무역은 조공하는 쪽이 보내는 물건보다 중국이
답례품을 더 많이 줘야 했기때문에 중국황실의 큰 재정적
부담이었다고 합니다.
조공무역을 통해 조선왕조는 전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의
선진문화를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서양문명이 산업혁명전에는 중국보다 앞선 문화가 무기산업밖에
없었고 수출할수 있을 물건은 아편밖에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류역사상 가장추악한 전쟁인 아편전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언급하신 내용은 대개 맞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왜 오늘날에는 과거의 영광을 못 누릴까, 하는 질문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것이 그만큼 강한 것이었다면 왜 역사의 흐름에서 뒤처졌을까 하는 거죠.

그래서 (망한) 과거에서 뭘 찾으려는 시도보다는 현재의 것들 중에서 좋은 것들을 잘 모아서 더 나은 걸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 출처가 어디가 되었건 말이지요.

맞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요즘은 너무 물질만 추구하는 사회로 변질되다 보니
눈앞의 이익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각박한 사회같습니다.

좋은 글 열심히 애독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적하신 문제도 해결해야겠지요.^^

동네 돌아다니다 골목에 보이는 '철학관' 같은 것입니까.

ㅋㅋ '철학관'은 처음에 철학 공부할 때 많이 듣던.
근데 요즘도 가끔 '사주 보시나요?' 질문 받네요.

국수주의가 열등감에서 나왔다는 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삶아지지 않은 면발일 때 국수 주의해야 합니다. ㅋ

학문이고 기술이고 "한국"이 앞에 붙으면 일단 경계하고 봐야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안 망한 건 한류 정도인 듯.

'한국'이나 '한국형' 붙으면 대략 망...

IT 분야에서 한국형~~ 개발 사업중에 안망한것 있으면 내 손에 장을... ㅡ.ㅡ;;

제 말이요 ㅠㅠ

뭐...뭐든 찜콩을 해 둬야 맘이 편해지니까 그러는거 아닐까요..^^;
지금 필요한 것들을 찾아 종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백배 공감합니다.

열등감과 국수주의와 나와바리의식이 결합된 ㅠㅠ

저도 이 문제를 몇 번 생각해봤는데요... 그리스철학, 로마철학, 프랑스철학, 독일철학, 영국철학, 미국철학, 중국철학, 인도철학을 제외하면 그 이외의 국가 이름에 철학을 붙일 수 없는건가요? 예를 들면 한국철학, 일본철학, 러시아철학, 폴란드철학 같은 용어는 성립할 수 없나요?

저는 국가 이름과 철학을 연결하는 데 반대합니다.
'철학'이 있고 철학자의 국적이 있는 거겠지요.
가령 프랑스 철학자, 한국 철학자, 독일 철학자 등.
국가 이름과 연결된 철학은 무엇이건 간에 국수주의라고 봅니다.

영미철학 대륙철학처럼 국가보다 좀 더 큰 단위로 철학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일리가 있지만, 지역이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 구분이 타당한 것은 '철학'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방식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어떤 점에선 '철학'이라는 말을 쓰면서도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달까요.

그래서 '잠정적으로' 그런 표현을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구분할 때 그 분류에 속한 철학자들이 다 똑같은가 하고 묻는다면 사정이 또 달라집니다. 그래서 가급적 그런 표현을 피하게 됩니다.

그렇겠네요. 가볍게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표현일 수 있겠지만, 철학을 진지하게 공부하는 철학자라면 저런 표현을 사용하는 게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게으른 표현이라고 할까요..!?

그런 점이 있습니다.
저널리즘 용어를 쓰는 건 전공자로서는 그닥...

방문할때방문할때ㅁㅏ다... 하루하루 제 식견이 넓어짐에.......
감사합니다 ^^

애구, 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잘 일었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23
TRX 0.24
JST 0.038
BTC 95361.20
ETH 3282.78
USDT 1.00
SBD 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