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생활의 바탕은 술
OB 베어스 어린이 회원이다. 아버지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이었다. 약 30년 동안 한 팀만을 좋아하고 응원 중이다. 선수 중에도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다. 한 팀에서 오래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선수다. 반대로 여러 가지 이유로 팀을 계속 옮기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도 있다. 이를 야구 용어로 ‘저니맨 Journeyman’이라고 한다. 국내에 대표적인 저니맨은 현재 독립리그 대표를 맡은 최익성 前 선수다. 그는 1994년 삼성에 입단해 1999년 한화로 이적한 것을 포함해 은퇴했던 2005년까지 옮긴 팀이 무려 6번(삼성→한화→LG→해태→현대→삼성→SK)이다.
유럽에서 내가 다닌 국가는 총 21개국. 21개의 팀을 옮긴 선수로 1년을 살았다. 오롯이 그 나라의 술을 마시러 국경을 넘었다. 내가 아일랜드에 입성하고, 1년간 인생 재정비할 생각이었지, 술 여행을 떠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여행기를 쓸 거란 건 계획에 없었다.
무료했던 더블린 초기 생활. 아는 사람이라곤, 매일 아침 인사를 하는 홈스테이 맘, 어학원 클래스 선생님과 학생들뿐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과제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내가 왜 여기 있을까?’라고 자아 성찰의 시간이 가지면 여유롭게 하루가 끝났다. 다시 말해, 할 일이 없었다. 며칠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Off License’라는 간판이 걸린 매장이 보였다. 유리창 안에 진열된 품목은 오롯이 술이었다. 무언가에 홀리듯 들어갔고, 생각지도 못한 종류의 술을 보며 아드레날린을 분출했다. 더 놀라웠던 건, 아일랜드 맥주는 여태 기네스 스타우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점원의 소개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종류가 어마어마했다. 신세계와의 접속. 새로운 삶의 희망이자 무료한 삶의 종식이다. 멸종되었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정했다. 매일 3병씩 사서 마셔보고 평하는 것으로. 부엌에서 잔 3개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먼저 맥주 브랜드를 검색해 정보를 정리하고 숙지한 뒤 오프너를 쥐었다. 마치 영화를 보기 전 스크린 광고 시간에 영화의 시놉시스를 훑어보는 내 습관과 닮았다. 이렇게 시작된 맥주 마시는 취미가 여행으로 진화하였다. 아일랜드도 지역별로 다양한 맥주가 있다면, 유럽 전역에 날 기다리고 있는 맥주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유럽 오기 전, 흔히 난 맥알못, 술알못이었다. 평생 참이슬, 처음처럼만 마시던 놈이 유럽에 와서 술의 판도라 상자를 열게 된 거다. 아일랜드 그리고 유럽에 진지를 쳤으니, 하나씩 진격하는 일만 남았다. 느닷없이 들어간 주류매장에서 내 1년 로드맵이 세워진 셈이다. 이 여정을 지금부터 하나하나 서술하려고 한다.
오옷..궁금합니다.. ㅋ 기대할께요 ^^
감사합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