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게임_2
고등학교때까지는 그렇게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공을 들고 뛰쳐나가 축구를 하고 농구를 하곤했다. 그러다 대학교에 들어서부터는 시들시들해지더니 대학교 졸업 후에는 그저 TV에서 보여주는 프리미어리그 방송을 시청하며 열광할 뿐이다.
어렸을 적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릴 때는 RPG게임의 주인공들이 레벨업을 하듯이 나도 게임 혹은 운동을 열심히 하면 내 능력이 향상되고 언젠가는 정점에 도달할 수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몇년 전만 해도 ‘리그오브레전드’ 혹은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등 많은 E 스포츠 대회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을 쳐다보고 넋을 놓으며 구경을 할 뿐이었다. 내 손은 그 작은 화면에 마우스 클릭하나 제대로 못하는 금단 현상 초기증상의 환자의 손으로 느껴지고 어린 게임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나를 되돌아 보게끔 했다.
초등학교 무렵 집에 어렵사리 인터넷이 개통되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인터넷을 사용하면 집전화를 사용 못하던 때의 모뎀은 당시 요금도 엄청 많이 나온다고 온 동네 소문이 나서 부모님이 사용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 다음 버전부터 집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당시 불완전한 인터넷 모뎀 기기(?) 에 통신 연결을 보여주는 불이 제대로 들어오는 안들어오는지 늘 확인해야 했고 그러다 혹시 컴퓨터나 인터넷 둘 중에 무언가 고장이 나게 되면 인터넷을 탓하며 인터넷 수리기사를 먼저 부르기 시작했다. 어떨 때는 인터넷 수리기사가 와서 인터넷에 문제는 없는데 컴퓨터에 이상이 있어 이를 해결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가장 먼저 시작한 인터넷 게임은 아마 ‘바람의 나라’ 라는 게임이었다. 고구려, 부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며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RPG 게임이었다. 손가락 크기의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검을 휘두르거나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움직이는 모습이 재미있었다고 해야될까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생각만 나면 하던 게임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은 유료로 돈을 지불하거나 PC방에서만 이용이 가능했는데 이 게임도 마찬가지로 그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나를 힘들게 했다. 당시 맘껏 집에서 할 수 있는 정액제를 구매할 경우 대부분의 게임들이 약 3만원 가량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어린 나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도 각 게임사마다 어떻게든 게임에 빠져들게 만들기 위해 초기에 낮은 단계의 레벨에서는 플레이를 허용해주었는데 이 게임의 경우 레벨이 21인가 까지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처음에 시작하여 어렵사리 역경을 딛고 이제 좀 해볼까 하면 돈을 지불해야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었다 사용하지 않은 캐릭터만 수 십개는 될것이다. 결국 정액제는 제대로 결제를 해 본 기억도 없다. 그러다 대안으로 찾은 것이 당시 바람의 나라 라는 게임에 대해서 설명서 혹은 공략집을 담은 책을 문구점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그 책을 사면 60시간을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는 쿠폰을 주는데 이를 등록해서 집에서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60시간이라고 하면 한 3일 내도록 게임을 하면 끝나버리는 덧없는 시간이라 할 수 있겠지만 학교 갔다왔다가 학원가기전 잠깐 혹은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잠깐 등 30분씩 하다 보니 이를 가지고 한 달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재밌는 것은 이 접속시간이 아까워 게임 중에는 절대 화장실도 자주 가지 않았고 친구들과 게임 속에서 채팅을 하면서 떠들 시간도 없었다. 오로지 이 주어진 60시간 안에 어떻게 하면 레벨을 최대한 많이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 플레이를 하였다.
그러면서 집에 있는 책꽂이에는 같은 ‘바람의 나라’ 책이 두 서권씩 꽂혀있곤 했다. 바람의 나라 뿐이었을까 거기엔 ‘테일즈 위버’ 라는 같은 게임 제작사의 게임도 있었고 ‘스타크래프트’ 전략에 관한 책들도 있었다.
당시 많은 키보드들이 하얀색이 많았는데 집에 있는 키보드의 색을 보면서 아버지는 항상 아들이 얼마나 게임을 하는지 얘기하시곤 했다. 언제나 키보드에서의 방향키와 엔터키 그리고 스페이스바는 손때가 많이 타 누렇게 변질되곤 했었다.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키보드를 보면 스스로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 항상 아버지는 ‘제발 좀 키보드 덮개를 덮어두고 게임을 하라’ 며 나무라시곤 했다.
이 게임은 그래도 내가 살면서 유일하게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 본 몇 안되는 게임 중 하나이다. 99레벨을 한 번 해보고자 그렇게 노력을 하고 나서는 해킹을 당하거나 사기에 걸려 캐릭터를 잃어버린 적도 많다. 플레이를 한 사람들 중에서 한 번이고 꼭 걸리는 것이 있다면 죽고나서 떨어진 아이템 위에 누군가 버티고 앉아서 1시간이 지나 결국 빼앗긴 경험이다. 정말 재수가 없을 정도로 짜증나는 경우이긴 한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재미있는 게임의 추억거리 중 하나이다.
레벨이 높은 캐릭터가 낮은 다른 캐릭터를 소환하는 마법이 있는데 그 것을 이용해 일부러 위험한 곳에 소환을 한다. 그렇게 죽어버린 플레이어는 아이템을 그 자리에 그대로 다 버리고 다시 찾으러 와야했고 그 자리를 어김없이 지키고 비켜주지 않는 다른 플레이어때문에 고생해야 했다. 죽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운 게임이었다. ‘리니지’ 는 그리 많은 플레이를 안해봐서 비교를 못하겠지만 당시 어느 게임보다도 죽고나면 고달픈 것이 이 게임이었다.
두 번째로 중학교에서 가장 많이 친구들과 하던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였다. 솔직히 나는 이 게임을 잘 하지 못해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TV 게임 경기 중계 등 정말 많은 팬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반 친구들이 서로 온라인 상에서 만나 실력을 겨루고 의논하고 싸우기도 했다.
당시 아버지는 항상 컴퓨터로 게임을 할 정도로 좋은 컴퓨터를 사주지 않았다. 언제나 하고 싶은 게임에 비하면 컴퓨터의 사양은 별로 였고 용캐 설치해서 플레이를 해보고 나서야 사양이 좋지 않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지울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컴퓨터는 점점 느려지고 아버지는 왜 이렇게 컴퓨터가 금새 쉽게 망가지는지 의문을 가지고 계셨었다.
스타크래프트 플레이도 마찬가지였다. 의외로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이 게임도 집에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언제나 느려져서 친구들에게 욕을 먹기 일쑤였고 컴퓨터 내부의 열기를 배출하는 팬의 시끄러운 소리를 지겹도록 들어야했다. 친구들은 자신의 마우스 컨트롤 속도가 얼마나 나오는지가 중요하다며 프로그램을 알려주며 측정해보라 하는가 하면 반에서 대회가 열리고 싸우고 게임으로 서로를 비난하고 못한다며 질책하기 바빴다. 그 뒤로 나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등은 하면 안되겠구나 생각하며 이 게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결국 다시 눈을 돌린 것은 삼국지 시리즈였다. 내가 처음 시작한 시리즈는 6 시리즈였다. 6부터 시작해서 해마다 7, 8, 9, 10 등 마지막으로 12까지 해보았다.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을 못하던 내가 할 수 있던 것은 턴제 전략시뮬레이션이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 중 한 명의 군주를 선택하여 컴퓨터를 상대로 플레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늘 컴퓨터를 상대로 하는 게임에는 한계가 뚜렸했다. 난이도를 아무리 최상으로 두어도 플레이를 하기에 별 어려움이 없었고 지도의 1/3정도의 땅만 차지하고 나면 이기는 것은 금방할 수 있었다.
이를 해결해보고자 급기야 친구들까지 집에다 불러들여 이 게임을 같이 플레이 하였다. 플레이가 턴제 이다 보니 플레이 수에 제한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의 컴퓨터에서 서로의 전략을 다 같이 쳐다보며 플레이 한다는 것이 여간 탐탁친 않았다. 게다가 한 명당 한 대의 컴퓨터를 붙잡고 게임을 하는 것에 익숙한 친구들은 당연히 재미없게 여겼다.
나는 어떻게든 사람들을 상대로 플레이를 해보고 싶었고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은 내 느린 손과 몸짓에 맞지 않았다. 결국 이 게임을 통해 수도 없이 컴퓨터를 격파하는 수 밖에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역사적으로 오래 살았던 장수를 잡아다 처형을 시키기도 했다. 거기다 지루하다 싶으면 나의 이름으로 역사 인물을 하나 만들어 등장시켜 전장을 누비는가 하면 내가 역사적으로 알고 있는 유명한 인물들을 만들어 같이 출현시켜 플레이를 하곤 했다.
확실히 역사에 관한 게임을 하게 되면 역사에 나오는 인물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빨라진다. 다른 등장인물보다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됨은 물론 개인사도 궁금해지게 만든다. 그 어린 시절 '야인 시대' 라는 드라마를 보곤 김두환을 떠올렸던 것을 보면 근현대사를 배우면서 그리 크게 비중이 있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그렇게 나올 때까지 역사책을 뒤져가며 찾아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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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면서 열정을 느끼네용
스타크래프트 재밌어서
오래했고 지금도하고
리니지 49까지 하다 접었어용
잠을 3시간 밖어 못자게되더라구용
저도 아버지가 좋은컴퓨터 사주는 입장은 아니었죠 공감합니당
저는스팀잇해서 좋은 컴퓨터살려구용^^
쉽지는 않는데 꾸준히 해볼려구용
스타크래프트가 정말 진정한 국민게임이 아닐까요. 친구들과 만나면 다시 한 번은 꼭 하고 싶은 그런 것이죠. ㅎ 저도 스팀으로 무언가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스팀으로 좋은일 있길 바랍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