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자, 해적의 술
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한국에 소주가 있다면 필리핀에는 이 술이 있다. 필리핀의 국민술, 탄두아이 럼을 마셨다.
럼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증류주다. 위스키, 꼬냑보다 값이 저렴하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는 해적의 술로 등장하곤 한다.
탄두아이 럼도 마찬가지로 사탕수수로 빚는다. 1854년 출시돼 지금까지 꾸준히 팔렸다. 가히 국민술이라 할 만하다.
색이 없는 럼은 ‘화이트 럼’, 어두운 빛깔의 럼은 ‘다크 럼’이다. 나는 탄두아이 럼 다크를 먹었다. 라벨에 ‘80 프루프’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오 80도” 했는데 아녔다. 알코올 도수는 40도.
스크류캡을 열고 술잔에 탄두아이 럼을 따른다. 다홍색 액체가 흐른다. 액체는 날카로운 알코올 기운, 오렌지 향, 복숭아 향을 뿜어낸다.
공격적인 냄새다. 이것은 분명 거친 술일 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니었다. 아주 순하지는 않았지만, 거칠지도 않았다.
바디감이 가볍다. 술을 조금 머금으면 액체가 살포시 혀끊에 앉는다.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흐르다 혀의 중간 즈음에서부터 단맛이 올라온다. 火氣도 느껴진다.
니트로 먹는다. 숙성한 술이 아닌 탓일까. 원초적인 단맛이 난다. 경쾌하고, 젊고, 싱그럽다. 술을 혀에서 굴리면 이 단맛이 간단치 않음을 깨닫게 된다.
단맛의 스펙트럼이 두텁다. 캐러멜과 설탕, 바나나의 달콤함이 여러 층으로 나타난다. 목넘김은 부드럽다. 그래도 40도짜리 술이다. 제법 술맛이 난다.
피니시에서도 단내가 난다. 하지만 달달한 것은 오래가지 않는 우리 인생처럼, 단내가 가시고 씁쓸함이 오신다. 뒷맛이 쌉싸름하다.
나는 평소 술을 온더락스로 먹는 것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탄두아이 럼은 온더락스로도 먹을 만하다. 얼음이 알코올을 억제한다. 단맛이 기승을 부린다.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다.
보통 콜라에 타서 마신다. 칵테일 ‘럼콕’이 되시겠다. 나는 술 1대 콜라 3의 비율을 선호한다. 당연히, 취향에 따라 비율은 마음껏 바꿔도 좋다. 술 1대 콜라 1은, 맛이 없다.
단 탄두아이 럼이 단 콜라를 만나 단맛의 향연을 벌인다. 결이 다른 두 달콤함이 동시에 나는데 맛이 괜찮다. 콜라는 톡 쏘면서 가볍게 달고, 탄두아이 럼은 그보다 무겁게 깔린다.
또 럼 토닉이 있다. 럼과 토닉워터를 섞고 거기에 레몬 원액을 곁들인 칵테일이다. 청량함, 새콤함, 달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내 입에는 별로였다.
탄두아이 럼에 라임주스, 애플민트잎, 설탕, 탄산수를 섞으면 유명한 칵테일, 모히토가 된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사이다, 오렌지 가향 탄산음료 등에 타서 즐기기도 한다고 한다.
재구매 의사는 있는데, 살 수는 없다. 한국에는 탄두아이 럼을 수입하는 곳이 없다. 필리핀에 갈 때 사든지, 필리핀에 가는 사람을 통해 사자.
탄두아이 럼은 과음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모든 술은 과유불급이지만, 그중에서도 럼주는 숙취가 지독하기로 악명이 높다. 직접 마셔보니 과연 그랬다.
맛있는 탄두아이럼 :)
옷 역시 드셔보셨군요 ㅋㅋ 꽤 매력적인 술이었어요.
럼콕의 정확하고 확실한 표현~!!크으으아
급 럼콕 땡기는군욥
크으 민님께 인정받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아이고...아닙니다;;;;
너무 찰떡 같은 표현이라서.....!!
으으.. 숙취가 남은 상태에서 술 병을 보니까 힘드네요.
으아니 리수니님 ㅋㅋ 무슨 술을 드셨습니까. 오랜만에 실력발휘를 하셨군요!
ㅋㅋㅋ 많이 마신건 아닌데 요새 안마시다 마셔서요.
더운지방술이라서 도수가 엄청 낮을거 같았는데 그래도 40도 군요~!!
필리핀에서는 필센만 먹어봐서 ㅠㅠ 이것도 한잔만 딱 한잔만 먹어보고 싶네요
예 역시 더위 탓인지 청량음료에 섞어 즐긴다고 합니다. 별 기대 없이 먹었는데 꽤 괜찮았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