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우의 포트폴리오 일기-20180223(부제:쓸데없이 감상적)

in #kr7 years ago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가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이다.

이 시가 정말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천상병 시인의 삶과 맞닿아 있다. - 링크-천상병


쉽게 이 시를 말하자면, "응, 세상 잘 놀다 하늘로 갈께. 가서 이 세상 참 좋았다고 말할께."

이런 내용이지만, 문제는 천상병 시인의 삶이 정말

전혀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없었다는데 있다.


정치적인 문제를 얘기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나로써, 정치 문제를 논외하고 얘기하자면,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르면서 고문으로 인해 큰 후유증을 앓았고,

심신의 병으로 인해 평생 고통을 받았으며, 무연고자로 오해 받아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지인과 가족은 그가 사망했다고 생각하여 유고 시집을 발간하는 등,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없는 삶이다. 

오히려 아주 아름답지 못하고 고생만 하다 갔다고 평할 수 있다.


근데 그런 그가, 저렇게 아름답게 삶을 노래한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나면, 하늘로 돌아가서 참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고.

어쩌면 그의 삶이 참 모질었기에, 

자신이 속한 이 현실세계를 현실로 보지 않고, 잠깐 소풍 나왔다고 말하면서

현실 도피의 마음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을터이고,

말미에 말 줄임표를 붙이면서 괴로웠던 삶을 내포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가 있지? 라는 의문은 내 20대 초반의 가장 큰 의문점이었다.


왜냐면

내 삶도 참 더럽고 치사하고 풍파가 심했기 때문이다.


삶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생각하였다.

흙수저의 삶은 항상 번번히 벽에 도달하였고,

그 벽을 깰만한 "우공이산"의 무모함이 나는 없었다.

지나치게 약삭 빠르고, 지나치게 체념이 빨랐다.

그러한 이유로, 쉽게 말하면 격렬한 "운동권"이었던 나는,

광우병 사태, 쌍용 사태의 격렬한 시위 현장에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세상을 보며 "그래, 현실은 변하지 않아. 이 몸이나 보전하자." 라는 생각으로

결국 ROTC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그마저도 경제적인 연유로 접게 되었지만)

학업을 접은 이후로는 그저 나를 받아주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일을 했으며,

높은 이상은 그냥 어린 날의 치기로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아름답지 못한 세상을 저주하고, 나 또한 속물임을 순순히 인정해갔다.

종교, 철학, 그리고 정치 이념에 대해서 얘기를 정말 피해가게 되었고,

그런 쓸데 없는 얘기를 하지 말라며 화를 내는 신경질쟁이가 되었지.


그러나.


현재 나의 상태가 "행복"이라는 것을, "아름다웠다"는 것을,

현재의 나는 절대 알 수가 없다.

행복이라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은, 절대 현재에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모두 미래에만 오롯이 존재한다.

모든 현재는 과거가 되었을 때, 미래의 내가 돌이켜보고 판단할 수 있다.


돈이 없어 할 일도 없으니 버스를 타고 무작정 돌아다녔던 그 때,

친구놈들끼리 동네를 돌아다니며 빈병을 줏어팔아 쌀대롱을 사서 계단에서 먹었던 그 때,

먹을게 없어서 물엿을 접시에 짜놓은 다음 

냉동실에 얼려서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먹었을 때,

여대 앞에서 찹쌀떡을 겨울에 팔면서 받은 4만원으로 찜질방에서 먹었던 라면.

시위현장에서 대치하고 나서 첫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별 탈 없었으니까 걱정마쇼." 라고 하고 곯아떨어져서 1호선을 타고 천안까지 갔던 기억.

또 거기서 먹었던 짜장면 한 그릇.


그 때도 나는 세상은 참 더럽고 치사하다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아름다웠지 않는가"


                                                                                                                

많은 분들, 특히 나를 포함한 많은 흑우분들이, 

트레이딩뷰, 업비트, 유튜브 등을 보며

비트코인이 10k 선이 깨지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보며,

오만 저주를 쏟아붓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6k 선에서 저주를 퍼부을 수 있는 에너지를 다 써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이 장세 또한 참 아름다웠다고 평가될 것이라고.

                                                                                                                

오늘의 포트폴리오이다.

어제와 큰 변화가 없다. 며칠간 알트들의 사토시 저점을 확인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저 btc를 알트로 돌리는 순간 알트는 폭락하겠.....

참자. 내가 세운 원칙을 깨지 말자꾸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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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스팀잇 하는 재미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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