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디어 - 메타포로 가득한 영화
더운 날이 계속되면서 극장을 자주 찾는다. 친구의 추천으로 킬링디어를 봤다. 스팀잇 내에서 언급이 잘 되지 않는 영화겠지만,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봐보시면 좋을것 같다.
신화의 나라 그리스에서 태어난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신화를 빌려다 이야기를 만들었다. 인간은 우매하다는 전제 아래, 마틴을 신같은 인물로 설정한다. 상당히 비현실적이지만 덕분에 킬링디어는 현상의 원인이나 마틴의 전지전능한 힘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않고도 역동적으로 스토리를 펼쳐낼 수 있었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나 어리석은 인간에 초점을 맞춘다. 겉으로는 평온하고 안온해 보이는 인간들, 허나 그 속은 기묘하고 섬뜩하기 짝이 없다. ‘더 랍스터’에서는 사랑을 통제하더니, 이번에는 균형을 앞세워 가족을 통제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괴한 세상에 떨어진 우리 인간들은 말같잖은 대의를 내세우며 우스꽝스러운 헛짓거리를 한다. 마주하기 꺼림칙하고, 들춰내어지기 낯부끄러운 이면들. 그 치부를 눈 똑바로 뜨고 마주하고 앉아있노라니 오히려 실눈뜨고 바라본 팔뚝살 뜯겨나가는 장면이 덜 힘들었던 것도 같다.
한 가정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예기치 않은 불행. 하지만 이것은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닌 누군가가 계획한 가장 잔인하고도 기괴한 복수였다. 불행, 속죄, 희생, 비극 등의 단어는 서로 한데 섞여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머리와 심장을 후벼판다. 누군가의 실수 혹은 과오로 비롯된 저주는 그저 우매한 인간으로선 절대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걸까. 사실 난 그 의도는 잘 모르겠다.
더 꼴뵈기 싫은 것은 영화 속 등장인물은 자신의 불행을 받아들이는 것 같으면서도 누군가에게 덮어씌우려는 것 같으며, 상황을 인정하는 것 같으면서도 거스르려 한다는 것. 왜 감독은 이토록 인간의 뒤틀린 행위에 주목한 것일까. 발상부터 끔찍하기 짝이 없는 러시안 룰렛 씬까지 넣어가며. 결국 인간은 멍청하기만한 것이 아니라 자기밖에 모르고 잔인하다는 것까지 이야기하고 싶었던걸까. 이 역시 잘 모르겠다.
저주의 게임을 통해 인간을 실험하는 영화. 카메라는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은 곳에서 불안하게 인물을 포착하고, 음악은 마치 피부를 찌르는 것처럼 날카롭고 따가웠다.
개인적으로는 메타포로 그득한, 뒤틀린 불안함을 주입식으로 내다꽂는 이 영화의 묘미를 충분히 깨닫진 못했지만, 그래 뭐 이쯤되면 감독 너님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다는 것은 잘 알겠다. 그건 누구와 비교할 수도 없고 대체할 수도 없다는 것까지. 차기작은 심지어 시대극이란다.
킬링디어가 아직까지도 내 귓가에 속삭이는 듯 하다.
'영화를 봤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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