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라스 - 유시민 작가 편 후기
진짜인지 가짜일지 모를 정보 홍수의 시대에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
<출처:jtbc 방송 장면>
이번 강연의 주제는 '진짜인지 가짜일지 모를 정보 홍수의 시대에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이다.
<차이나는 클라스> 1주년을 기념해 유시민 작가가 나왔다. 이러한 주제를 고른 이유에 대해 그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상충하는 의견에 대응할 줄 알아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연은 크게 1 어떻게 읽을 것인가 2 어떻게 쓸 것인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먼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도입부에서는 텍스트와 컨텍스트 용어를 정리했다. 텍스트(text)는 해석이 필요한 모든 것을 의미하며, 컨텍스트(context)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라는 의미이다. 이 둘을 외래어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는 까닭은 우리말에는 대체 가능한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용어 정리를 마친 이후 유시민 작가는 강연에 참여한 청중들에게 요즘 이슈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아마 최근 유시민 작가가 정재승 교수와 마치 대결 국면으로 암호 화폐에 관한 토론을 한 적이 있기에 (그리고 몇 번씩이나 언론에 나와 암호 화폐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준 적이 있기에) 쏟아지는 정보 홍수에 대한 이야기는 ‘암호 화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미 준비된 것이겠지만)
결론적으로 텍스트를 적절하게 선별하며 읽는 방법에는 몇 가지 체크리스트가 있다. 글쓴이가 누구인지. 글쓴이가 해당 주제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해당 주제를 옹호 또는 부정함으로써 어떤 이익을 얻는지. 주장에 근거가 적적한지. 어렵게 쓰진 않았는지의 리스트가 필요하다.
실제로 스튜디오에서 암호 화폐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한 뒤, 몇 가지 뉴스와 블로그 글을 읽어보며 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나는 이쯤에서 슬슬 불편한 마음이 생겨났다.
먼저 암호 화폐에 대해 옹호하는 글을 쓴 사람을 분석했다. 분석을 통해 비친 암호 화폐 옹호론자들은 옹호하는 글을 씀으로써 이익을 얻었거나, 얻게 될 사람들이다. 투자자 혹은 거래소 관계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도중 암호 화폐에 관한 찬성론자들이 마치 투기꾼처럼, 돈에 눈먼 자들처럼만 비치는 듯했다.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왜 이 강연에서는 반대론자가 쓴 글에 대해서는 이러한 분석이 오가지 않았을까? 반대론자들은 반대로 암호 화폐를 반대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무엇이냐에 대해 묻고 싶다. 기존 주식 투자, 선물 거래, 옵션, 증권과 관련된 세력이 아닐까? 그럼 암호 화폐 반대론자들은 돈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싶은, 새로운 시장의 등장으로 손해를 보게 될 기득권 세력이라고 분석하는 것이 옳은가? 아마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암호 화폐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은 투기꾼이고, 반대하는 사람은 용기 있는 지식인이며, 의인이고. 암호 화폐와 관계없는 사람들은 시대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살길을 묵묵히 사는 현명한 사람인 양 묘사한 구도가 불편했다.
유시민 작가는 지금까지 암호 화폐에 대해 반하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출한 까닭을 지식인이라는 책임의식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역시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굳이 강연에서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정한 주제가 하필 암호 화폐였다는 것. 암호 화폐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석은 없고, 찬성하는 사람들이 특별히 이익을 많이 얻을 사람들일 것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 것. 어떻게 보면 너무 흑백논리는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또 암호 화폐에 관한 글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 어려운 용어 사용이다. 물론 독자를 누구로 하는가에 따라서 글의 용어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생겨나는 여러 문제점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암호화 폐가 새로운 기술과 관련된 영역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문 용어 사용은 불가피하다. 최소한의 용어 이해도 없이 암호 화폐 글을 읽으려 하면서도, 그 글이 어렵게 쓰였다며 이내 글쓴이를 탓하기만 할 것인가? 코스피 코스닥도 구문 못하는 사람에게 주가 지수는 어려운 말이고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굳이 암호 화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어려운 용어 사용을 문제점으로 든 것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지는 않은가 생각하게 만든다.
정리하자면, 왜 좋지 않은 글을 설명하기 위해 설정한 대상이 암호화폐를 찬성하는 글이었어야 하냐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반대하는 글들에도 그저 반대를 위한 논리만을 펼치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글이 많다. 주제가 꼭 암호화폐가 아니어도 좋았다. 이 강연이 있기 전 이미 강연자가 여러 매체에서 보인 가치 판단의 결과가 글 읽기 방법을 소개하는 자리에도 그대로 투영되었다는 점이 아쉽다.
이 강연의 목표가 더 잘 읽고, 더 잘 씀으로써 민주주의에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면, 한쪽에 기울어진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양편의 이야기를 모두 다루고, 강연에서 말한 체크리스트를 적극 활용하여 정보의 홍수에서 수위를 낮추는 균형적인 방법을 알려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
다음으로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결론적으로 못난 글 피하는 방법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이미 이 이야기는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강연>, <공감필법>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글을 쓸 때 신경 쓰려고 노력하는 부분이다.
문장이 길면 이해하기 어렵다. 한 문장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들어가야 한다. 두 개까지는 봐준다고 하더라도, 세 개 이상의 메시지가 들어가게 되면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중의적 의미가 생겨나기도 하고, 주술 구조가 맞지 않는 오류를 범하기도 쉽다. 문장은 되도록 짧고 간결하게 쓰는 것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읽힌다. 물론 이해하며 읽는 데도 수월하다.
다음으로 거시기 화법이다. 거시기 화법의 잘못된 예로 다음을 제시했다.
"그 부분은 저희가 아직 조사 중인 부분이 있어서 결론은 아직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저 문장을 보자마자 어디서 많이 본 대변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유체이탈 화법이 생각났다. 문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을 때, 또는 어휘력이 극히 부족할 때 나타난다. 유시민 작가는 꼭 맞는 단어와 대충 맞는 단어의 차이를 번갯불과 반딧불만큼의 큰 차이라고 비유했다. 찰떡 비유이다. 되도록이면 일상생활에서도 적절하고 구체적인 어휘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국 글자 줄이기와 일본식 조사 피하기이다. 학술 논문이나, 신문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문제점이다. 그리고 옛 서적이나 특히 번역 문장에 많이 나타나는데, 나 역시 이러한 문장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내 글에도 많이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적, ~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동문이다. 요즘 말로 내가 극혐하는 문장이다. ‘되어져야 한다’와 같은 이중피동도 극혐이다. 그냥 ‘되어야 한다’라고 하면 된다. 무생물 주어를 쓰면 피동문을 쓸 수밖에 없다. 주어가 명확하면 주어를 생략해도 된다. 무생물 주어를 쓰지 않으면 된다. 일반적으로 피동문을 책임 회피를 위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극혐한다. 입장문을 발표하거나, 사과문을 발표할 때도 이런 피동문을 자주 본다. 자신이 한 행동과 말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는 다소 편협하게 다루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쓸 것인가는 분명했고, 짧지만 필요한 정보를 알차게 설명했다. 좀더 균형 있는 강연을 기대한다.
"글을 쓰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다. 나를 더 잘 표현할 수 있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이 이해하고 공감의 눈빛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내 삶도, 나와 공감한 타인의 삶도 더 풍족해질 것"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지금 이 글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송을 보지는 못했지만 글쓰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스팀잇 뉴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것 같아요^^
차차 글쓰기에 관한 다른 생각들에 대해서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글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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