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노잔 도쇼구, 일본에서 만나는 푸른빛 산토리니

in #kr-writing7 years ago

구노잔 도쇼구 (Kunozan Toshogu)는 도쿠가야 이에야스의 웅장한 묘로, 푸른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덮인 후지산이 맞닿아 있다.

일단 초행길의 외국인에겐 구노잔 도쇼구에 찾아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목적지까지 택시를 타면 4400엔(물경 4.5만원)이 든다.
왕복 10만원 잡아야 한다. 그보단 저렴하게 가야 여행이 더욱 빛날 것이다.

먼저 시즈오카 역에서 구노잔 가는 버스를 타기가 쉽지 않다. 관광안내청에 가면 관광 안내하는 여성분이 구노잔 도쇼구까지 가는 버스편을 잘 모른다고 답할 것이다. 즉, 관광을 안내하는 창구에 직접 물어보는 것으로는 유용한 정보를 얻기 힘들 것이다.

특유의 무대뽀(?) 관광객 답게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마다 붙잡고 물어보았다. 물론 친구의 구글맵에 버스 시간대가 표시돼 있긴 하지만 당최 어디서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감이 없다.
일반 버스가 서는 곳에서 버스기사분께 물으니 반대방향으로 가라고 한다.
보통 호텔버스가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서는 곳이다. 아름다운, 나체의 비너스 여신상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구노잔 도쇼구로 가는 셔틀버스가 정차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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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곳이 구노잔 도쇼구로 가는 셔틀버스가 정차하는 곳이다. 왕복 버스비가 무려 '무료'!!!
이걸 타면 행복이 시작된다.

셔틀버스는 30분 정도 시내를 달리고,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목적지에 근접한 것으로 보면 된다.
구노잔 이전에 온천에서 정차한다.
구노잔으로 바로 가려면 이곳에서 내리면 안된다.
(나는 뜬금없는 자신감으로 이곳이 도쇼구인 줄 알고 친구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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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내린 지점. 온천에 갈 사람만 이곳에서 하차한다. 여기서 구노잔 도쇼구는 걸어서 30분, 2km라 걷기엔 무리다. 나는 걸어가자고 얘기했으나 현명한 친구의 중재로 콜택시를 부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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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온천. 잘못 하차했지만 너무도 좋은 곳이어서, 오늘의 난 구노잔 대신에 이곳 온천에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온천 프런트에서 콜택시를 불러주었다. 전화위복이랄까, 결과적으로는 승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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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셔틀버스에서 온천에 내리지 않았다면, 버스는 구노잔 산 밑에 내려준다.
거기서부터 초고난이도의 지옥행군이 시작된다.
무려 1400개의 울퉁불퉁한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나는 내려올 때 한번 넘어졌는데, 돌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만약 운동화 대신 불편한 신발을 신었다면 진정 고생길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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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잘못 내렸기 때문에 택시를 탔는데, 산 정상까지 질주하는 택시였기 때문에, 이 1400개의 돌계단을 직접 오르지 않고도 바로 산 정상으로 갈 수 있었다. 온천에서 산 위까지 콜택시 가격은 3300엔.

(나중 돌계단의 힘겨움은 내려오면서 제대로 체험했다. 정말 좋은 운동화를 신어야 도전할 수 있는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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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에 단숨에 오르니 이젠 구노잔 도쇼구보다 우리가 더 위에 있다. 따라서 로프웨이를 타고 일정 부분 내려가야 한다.
산 위에서 보는 시즈오카 바다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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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아저씨가 한국 드라마 광팬이어서, 한곡 한번 가본 적 없음에도 한국에 호의를 갖고 계셨다.
헤에~ 70대이신데 아직 한국에 안 와보셨나...
나에게 여행할 수 있는 삶이 너무 부럽다고 하셨다.

부럽다...

여행할 수 있는 삶이라니...

료코가 데키루 진세난테...

어쨌거나 친구와 나는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갔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시즈오카 출신.
난세였던 전국시대. 내가 일본 역사를 잘 몰라서 그렇지 전국시대는 그야말로 군웅할거 시대였을 거다.
난 한국에 큰 상처를 입힌 일본에 한국인으로서, 결코 호의적일 순 없었다. 다만 일본의 역사를 보존한 장소를 보는 건 큰 공부가 된다. 사이판에서도 전쟁의 광기와 그 잔해를 일부 보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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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역사를 제대로 마주하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어렵고 불편한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찌됐든 보고 싶었다. 넓은 세계를. 한 시대를 거쳐간 사람들을. 그들의 시간을, 고뇌를.
그리고 나의 고민 또한 일부 날려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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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노잔 도쇼구에서 바라보는 바다.
하아...
내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 예쁜 바다란 바다는 다 가보았지만 거의 멕시코 칸쿤 급이다.
친구가 그리스를 얘기했다. 아! 그리스! 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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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본에서 그닥 많은 장소를 가본 건 아니지만(도쿄/요코하나/나고야/홋카이도 등) 단연코 내가 본 것 중 최고의 장소가 이곳 구노잔의 바다가 아닌가 싶다. 사이판의 태평양과도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분명 많이 안 알려졌기 때문에 외국인이 많이 안 보이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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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친구들이 고국인 싱가포르로 떠났다.
그들이 있어서 이번 콩그레스가 더욱 행복하지 않았나 싶다. 정말 고맙다. 친절한 친구들!

제임스는 바둑에 열정적이라 언제나 지도다면기를 챙겨두었지만, 얼빈은 여행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 바둑도 중요하고 여행도 중요하다. 제임스가 바둑 둘 때 난 얼빈을 따라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구노잔도 얼빈이 가보려고 노력했던 곳이다. 20180218_133112.jpg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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