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가디건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며칠전 친구들과 서산 왕겹벗꽃 구경을 다녀왔다.
아름다운 꽃들과 풍광, 먹거리등 다 좋았는데
가디건을 잃어버리고 왔다.
마지막에 서해안 일몰까지 보고 올 계획이었던지라
변덕스런 날씨에 휘둘림 당하지 않기위해 내딴에는
만반의 준비를 한답시고 쉽게 입고 벗을수 있는
외투안에 가디건을 챙긴것이었다.
움직이고 조금 가파른곳을 오르내리며 입었다 벗었다
조금 거추장스러운것도 사실이었기에
옷을 잘 못챙긴 내잘못이 크다.

점심 식사후에 노란 유채꽃 밭에서
사진을 찍는데 가디건 색이 칙칙한것같아 벗어두고
실컷 즐기다 그냥 밭앞에 두고 차를 타고 바닷가 커피숍에 갔다.

커피숍에서 한참을 있었는데 ....
있는 내내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닷바람이
좀 춥다고 느껴져 사실 가디건 생각이 절실했는데...
나는 옷이 차안에 있을거라 생각했기에
내차도 아니어서 주차장에 가서 가디건을 가져오는 것이
차주인인 친구한테 말해야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또 귀찮기도 해서 참았는데
그때 빨리 차에 가보고 없는걸 확인해서
아주 가까운 곳이니 다시 가보았다면 찾을수도 있었을 텐데
나중에 커피숍을 나설때 없는걸 알고 다시 가보니
이미 없어지고 찾을수 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아쉽다.

사실 난 처음엔 아까운 마음도 조금은 있었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산지 5년이 다되가는 옷이었고 다른 가디건도 많으니까
그거 하나쯤은 잊어버려도,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걱정해주는 친구들 앞에서도 쿨할수 있었다.
많이 비싼것도 아니었고 없어져야 새것을 또 살수있다고 생각 되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에도 몇번씩 그 옷이 생각나고 참 아쉽다.

그옷은 미국동생네 갔을때 바나나리퍼블릭에서 산것인데
내가 참 좋아했던 옷이다.
왜냐면, 입었을때 부담스런 힙도 알맞게 가려지고
무엇보다 날씬해 보이는 옷이라
아껴입었던 간절기용 아웃터이다.

그러나 내가 그옷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그옷의 실용성 때문이 아니다.

얼마전 봄맞이 옷정리를 하면서 나는 이번엔 왠만하면 다 버린다는 굳은 결심을 하였었다.
막상 옷정리를 시작하니 옷이 많아도 너무 많은데
버리려면 모두 다버려야 하고
멀쩡하니 아깝다 생각하면 하나도 버릴수 없는 등급의 ...
일년에 한번도 안입는,또 몇년동안 한번도 입지않은
애매하고 성성한 옷들로 옷장과 서랍이 넘치게 채워져있었다.

독하게 마음을 먹고 엄청나게 많은 옷들을 버리려고 꺼내놓고는
나는 다시 대부분의 옷들을 도로 집어 넣었다.

그것은 옷이아니라 내 지난날의 일기장 같은 거였다.
그옷을 샀던 곳의 추억,입으며 그당시 했던 일,
그옷을 입고 다녔던 곳.
입었을때 들었던 마음,
그옷을 좋아하며 즐겨입던 시절의 지금보다 예쁘고 젊었던 내모습,
그옷을 입었을때의 사람들의 반응, 또 그말을 했던 그사람 자체가
내겐 소중한 장면들로
내 빚바랜 옛날의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면서 잘 버리는 것도 능력이라는데
난 능력자는 못되나보다.

이사할때마다 끌고다녔던 10년이 훨씬넘은 옷들도...
사실 세월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계수해보기전엔 그렇게 오래된지도 몰랐던
나의 모든 소유들이 소장품을 넘어 골동품이 되어가고 있지만
나는 그냥 갈때까지 함께 가보기로 했다.
옷장이나 서랍을 보면 항상 보이는 비싸지도, 이제 예쁘지도 않은
유행이 지난 악세셔리,가방,스카프, 그밖의많은 것들...
이제 함께한 세월들이 길어져 정이들어 내 분신같다.

요즈음 부쩍 기억력이 없어져 모든걸 잊어버리는 나에게
이 물건들마저 없으면 그나마 아무 아쉬움도 없이
나는 나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던 옛적 모습을
흔적도 없이 잊을 것이다.

이번에 잃어버린 내 가디건도 여행지에서 사서
그곳을 여행하며 입기시작한거라
잃고싶지 않은 기억을 잡아주는 소중한 추억지기라고나 할까...
친구같은 옷을 잃어버려
이렇게 아쉽고 안타까운가 보다.

이런식으로 살면 예쁜 내딸이
내가 죽으면 내물건을 다 버리느라 고생하겠다 싶지만
지금은....아직은 안되겠다.
버리는게 이렇게 고통스러우니...

나이가 드니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던 것이 점차 희미해지고
자꾸 옛날 생각이 나고 지난 시절에 대해 후회도 많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잘 살았다는 자부심도 반성하게되고
참 복잡해지는 순간이 많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도 많고 두렵기도 하고 마음도 약해지고 많이 흔들리게 된다.
그깟 잃어버린 가디건 하나에도 이렇게 아프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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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story. Keep it up!

괞찬아요^^ 늘 절대긍정 마인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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