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PANic Song -chapter 3] Vertig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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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lude - Blackened
Chapter 1 - Dog King(1)
Chapter 1 - Dog King(2)
Chapter 1 - Dog King(3)
Chapter 2 - HERO(1)
Chapter 2 - HERO(2)
Chapter 2 - HERO(3)
Chapter 2 - HERO(4)
Chapter 3 - Vertigo(1)
Chapter 3 - Vertigo(2)
“일단, 범인이 남긴 저 메시지 말인데요.”
“예,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우선 이 도입부에 나온 「양초날개」라면 일반적으로…”
“일반적으로?”
“이카로스(Icarus) 신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겠죠.”
“자, 자네 역시 범인의 메시지가 그리스 신화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흥분에 겨운 김 소령과 달리 수사관은 침착했다. 아니, 저건 그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아니다. 신일은 방금 전, 조심히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녀의 턱선을 똑똑히 목격한 참이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거기서부터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질 않아 이렇게 신일 씨께 도움을 청하게 된 것이고요.”
“신화나 예술사학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 있으면 수사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얘길 듣고, 내가 자네를 추천한 걸세.”
이번엔 신일도 참지 않고 매섭게 김 소령을 쏘아봤다. 자기가 수사에 무슨 지대한 기여라도 하고 있는 냥 으스대며 지껄이는 꼴이라니.
“그럼 이카로스와 이번 사건의 연관성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하지만 수사관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 같았다. 그녀는 김 소령의 오지랖을 노련하게 걷어내며 신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래도 「스스로 만든 출구 없는 감옥」이나 「침묵의 응징」은 이카로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Daedalus)를 염두에 둔 말일 텐데….”
“다이달로스?”
“예, 그리스 신화 속 유명한 건축공예 장인(匠人)이에요. 손재주가 좋아 이것저것 못 만드는 게 없었다고 하죠. 크레타(Crete)섬을 다스리는 미노스(Minos)왕의 총애를 받던 인물이었고요. 아마도 범인이 한 대령님의 입을 꿰매고, 이카로스 신화에 빗대어 살인을 저지른 거라면…”
“이번 사건과 연관된 무슨 이야기라도 있는 건가요?”
“다이달로스는 미노스의 왕비, 파시파에(Pasiphae)의 부정을 알면서 침묵한 인물이기도 하거든요. 포세이돈(Poseidon)의 저주를 받은 파시파에가 수소를 탐하는 걸 알게 된 후에도 그 사실을 왕에게 아뢰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죠. 오히려 왕비에게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수소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암소 모형 인형까지 바쳤으니까요. 사실을 알리는 대신…”
“…부정을 방조했다는 거군요.”
“예.”
줄리오 로마노(Giulio Romano), 다이달로스가 만든 가짜암소에 들어가는 파시파에(Pasiphae Enters Daedalus’ Wooden Cow), 1530년경
“그 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그가 제공한 비밀의 장소에서 왕비는 계속 수소와 사랑을 나눴어요. 하지만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왕비가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되는 존재를 잉태함으로써 모든 일이 발각되고 말았죠.”
“태어나서는 안 되는 존재?”
“예, 소의 얼굴에 사람의 몸을 한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os) 말이에요.”
“미노타우로스? 그럼 신일 씨 생각에 여기 첫 번째 문장의 「침묵이 빚어낸 비극의 피조물」이라는 게…”
“예, 아마도 이건 미노타우로스를 지칭하는 걸 거예요.”
“침묵이 빚어낸 비극의 피조물, 미노타우로스…”
“왕비가 낳은 괴물을 본 왕은, 경악했죠. 그리고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이 저주 받은 왕손을 처리하기 위해 다이달로스에게 한 가지 비밀스러운 작업을 의뢰하게 되요. 저주 받은 괴물을 가둘 만한, 누구도 탈출할 수 없는 거대한 미궁감옥을 제작하라는 지시였죠.”
“하필이면 그 다이달로스에게…”
“그래요. 하필이면, 말이죠.”
“그럼 이 문장의 「스스로 만든 출구 없는 감옥」이라는 건…”
“예, 이건 틀림없이 미노스 왕의 명령으로 제작된 출구 없는 미궁감옥, 라비린토스(Labyrinthos)를 뜻해요.”
“미노타우로스와 라비린토스라….”
(左) 미노타우로스의 조각상, (右) 미궁감옥 라비린토스에 갇힌 미노타우로스
“그리고 그 후, 괴물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사태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다이달로스가 한 짓을 왕이 알게 된 거군요?”
“맞아요. 조사 끝에 왕은 그 괴수가 왕비와 수소와의 간음을 통해 태어난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죠. 무엇보다 왕을 격분케 한 건 신임해 마지않던 다이달로스의 배신이었어요. 그가 왕비의 금지된 욕정을 알면서도 침묵했고, 심지어 그들만을 위한 비밀공간까지 제공했다는 사실에 왕은 그에게 큰 벌을 내리게 되죠.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를 괴물이 갇힌 라비린토스에 함께 유배해 버린 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다이달로스는, 여기 문구대로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히게 된 겁니다.”
“스스로 만든 출구 없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럼 메시지 속 「침묵의 응징」이라는 건, 결국 밝혀냈어야 할 사건을 덮어버린, 부정에 대한 방조행위를 처단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건데.”
“문맥상 그런 해석이 가능하겠죠.”
Prelude Blackened Chapter에 대해 포스팅해주셨네요. 만족스러운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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