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드라마] 후회

in #kr-story7 years ago

만날 때마다. 반복되는 육체적 행위, 여인은 짜릿한 전율이 끝날 즈음에, 정신을 가다듬으려 애쓴다.

'아~ 이 남자에게서 벗어나야 하는데... 벗어날 수 있을까? 이 남자는 나를 놓아주려 할까? 놓아준다 해도 내가 다시 이 남자가 그리워지면 어떡해...'

여인은 무겁게 짓누르는 남자의 몸을 밀고 자기 몸을 빼냈다. 남자의 얼굴에 방울방울 맺힌 땀을 닦아주며 남자의 얼굴을 본다.

지지리도 못생긴 얼굴이네! 우악스럽고, 불량스럽고, 사납기도 하고, 또 몰 상스럽긴... 그런데도 나는 이 남자에게 미쳤다. 육체... 그 육체의 망령... 여인은 똑바로 누워ㅡ 천정을 보고 말한다.

'남편이 눈치챈 거 같아요.'

'나와 버려!'

'어찌 그리 쉽게 말해요. 남편은 그렇더라도 두 아이의 엄마예요'

'너는 엄마 자격 없다. 엄마 타령하지 마라.'

' 이 이가 정말~!'

' 우리가 만난 지 삼 개월 만에 몇 번 만나 이 짓거리 한 줄아나? 육십 번이 넘는다. 네 남편이 바보 천치 아닌 이상 그거 눈치 안챘겠나? 너 그거 각오하고 나한테 붙은 거 아니가?

여러 골 시끄럽게 하지 말고 이혼하고 나온 나. 나이는 너보다 조금 많지만 나는 총각이다. 내가 약간 손해 보는 감은 있지만, 그럼 어떠냐! 너만치 이쁘고 착착 감기는 계집을 어디서 또 만나겠노. 내캉 결혼해서 살다 보면 자식 생길 거고 안 생기면 그만이고, 네 두입 멕일 자신은 있다이!'

' 두 입이라니?'

'계집은 입이 두 개 아니가? 윗입 아랫입! 히히히히'

' 에이~ 몰상식한 인간 앞으로 전화하지 말아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테니...'

'푸훗! 유식한 년은 밑구멍도 유식하더라~잉'

' 내가 전화 안 하면 네년이 미칠 텐데 어쩌노~잉'

그 후 삼 일 동안 남자로부터 전화가 없었다.

'정말 전화 안 하려나...?'

여인은 자기가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 내가 전화 안 하면 네년이 미칠 텐데 어쩌노~잉'

남자의 비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무식한 놈...!'

'아따! 유식한 년은 밑구멍도 유식하더라~잉'

피 식- 여인은 실소한다. 정말 이제 전화 안 왔으면 좋겠다. 이때 전화가 울린다. 발신 '윤문구' 여인의 얼굴에 살짝 스치는 희열.

여인은 전화기를 덮는다. '짜식, 이제 서로 전화 않기로 했으면서...'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다시 덮는다.

오분 후에 문자가 왔다.

'시x년아! 네가 내 전화를 씹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여인은 발칵 화가 치민다. 휴대폰 배터리를 빼내 방바닥에 팽개친다.

'개자식!!'

그로부터 한 시간 후, 누가 현관문을 벼락치듯 두드려 댄다.

혹시... 그 자가 집에까지...?. 역시 나다.

' 야 문 열어~ 박금주! 이 씨x년아! 문 열어, 내 x 물 받아 처먹을 때는 환장하더니 이 자는 와? 싫증 났냐! 씨x년, 문 빨리 안 열어~'

여인은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하늘이 노랗다. 땅이 빙글 빙글 돈다.

'끝났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남편이 자기 방에서 나온다.

여인에게 일별도 하지 않고 현관 쪽으로 간다.

여인은 '아~아' 머릴 쥐어뜯으며 신음한다.

'선생, 남의 집에 와서 이게 무슨 행패요?'

'선생? 오~호 박금주 남편 이시구만, 박금주 내놓으시오. 박금주는 석 달 전부터 내 여자요. 우리 살 섞으며 지낸지 석 달 째란 말이요.'

현관 밖에는 아파트 근처 주민들이 운집해 있는 듯하다.

'어머나~ 세상에...'

' 저 사모님이 어쩌다가...;' 등등의 탄신 소리가 들린다. 남편은 현관문을 열어놓은 채 들어와 부인을 처연한 눈 빛으로 바라본다.

'당신이 해결할 문제인 거 같소...!'

남편은 자기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여인은 남편의 뒤를 본다.

'마지막이다.'

여인은 가까스로 쓰러졌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린 현관문 앞에는 윤문구가 버티고 서있다. 문을 열어 높은 것은 그 문으로 나가라는 뜻일 게다. 이대로 나가야 하는가? 아이들 방 쪽을 보았다. 딸애의 방문이 빼꼼히 열려 있고 까만 눈동자 두 개가 이쪽을 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금방 사라진다. 문이 닫혀 버린다.

'아... 아~ 이제 이별 인가?'

작별 인사조차 할 수 없는 이별, 여인은 밖으로 나왔다. 복도 양편에는 사람들이 빽빽하다. 누구와도 눈을 마주할 수가 없다. 눈을 감아 버린다. 방향을 잡지 못해 쓰러질 것 같다. 앞날이 캄캄하다. 윤문구가 곁에 와 어깨를 잡아 이끈다.

'나쁜 자식! 네놈을 저주할 테다. 언제까지...'

그러면서도 그를 따를 수밖에 없다.

한발 한 발이 살얼음 판 길 같다.

ed3db7072af21c3e815e4704e3494296fe76e7d51eb310409df0c7_1280.jpg © Herriest,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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